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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Talk with Pharmacists #36

# 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님

# 약력사항 

학력)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경력)

한국, 미국, 캐나다 3개국 약사

휴베이스 학술교육 본부장
캐나다 약사전문 교육기관 팜스터디 대표강사

저서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저는 그냥 음식과 글쓰기가 이유 없이 좋아요'. 푸드라이터(Food Writer)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푸드라이터는 신문 또는 잡지 등 매체에 음식에 대한 글을 작성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Talk with Pharmacists'에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시고 한국, 미국, 캐나다 3개국의 약사 면허를 갖고 계시며, <생각하는 식탁>,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등 다양한 음식 관련 저서를 출판하신 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그럼 산해진미와 같이 오색 매력을 가지신 정재훈 약사님과 함께 만나볼까요?  

 

 

 

 

Q. 약학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의 활동 이력과 경력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하고 싶은 다양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10년간 약사로 일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MBC ‘건강한 아침’ 라디오, MBC 유튜브 채널인 ‘소비더머니’ 등에 출연하고 있고, 2년 전부터는 20~40대가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트레바리’라는 유료 독서 클럽의 클럽장을 맡아 음식과 관련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Q. 약사, 푸드라이터, 칼럼니스트,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시게 된 이유와 특히 푸드라이터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제가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된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을 좇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때는 약사라는 직업이 저에게 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번역사 시험, 컴퓨터 자격증 시험도 보고, 포털 사이트에 영화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로도 활동했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대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직업이 하나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때만 해도 N잡러라는 말이 없었는데, 이제는 N잡러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고, N잡러의 시대가 됐죠. 이 당시에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랐었는데 이민 생활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무슨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작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10년 전쯤 한 출판사와 함께 다이어트 관련 책을 출판하게 되었어요. 책을 쓰는 작가가 되니 방송이나 유튜브 출연도 많이 하게 되고, 칼럼도 쓰고, 라디오도 하게 되는 등 다양한 일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특히나 푸드라이터로 활동하게 된 이유는 음식과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예요. 사실 초반에는 제가 음식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저에게 ‘약사인데 왜 음식에 대한 책을 쓰냐’는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 때 저는 이 질문에 대해 콜라를 처음 만든 것도 약사이고, 스코빌 지수를 만든 것도 약사이듯 약사가 음식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이건 남의 이야기고 저는 그냥 음식과 글쓰기를 이유 없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트를 탈 때 이유가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Q.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측면에서 미국 약사와 캐나다 약사가 우리나라 약사와 다른 부분에는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A. 해외 약사와 우리나라 약사는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특히 제가 있었던 캐나다나 미국은 약학대학에서 삼각근에 근육주사 시의 최대 용량에 대해 가르치며, 이미 20년 전부터 약사가 주사를 놓는 것에 대한 준비를 했어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10년 전부터는 약사들이 주사를 놓기 시작했고, 주마다 다르지만 현재 앨버타주는 약사가 모든 약을 주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코로나 시기에 캐나다에서는 약국에서 백신을 많이 맞았죠.

 우리나라는 약사의 일이 조제에 국한되어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의사의 많은 업무를 약사가 수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제는 처방전 리필제를 통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약국에서 3달, 1년 치를 재구매할 수 있죠. 이런 리필이 약사의 재량으로 약 100일 분까지 가능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체 조제 시 의사에게 알려야 하는데, 외국은 환자가 약을 삼키지 못해 제형을 바꿔야 하는 등 처방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 따로 알리지 않고 조제가 가능하죠. 이렇듯 해외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습니다.

 

 

Q. 최근 해외로 진출하려는 젊은 약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전망이 궁금합니다.

A. 10년 전에는 캐나다 약사가 많이 모자라 수요가 많았어요. 또, 코로나 시기에 약사를 많이 구하기 시작해서 그 전부터 캐나다 약사 면허를 준비해 취득했던 약사들이 캐나다로 다수 진출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인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상태이지만, 해외로 진출하려는 약사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전망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젊은 나이에 해외 약사 면허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조금씩 캐나다 약사 면허 시험 준비를 하다가 상황이 맞으면 캐나다로 가고,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돼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A.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동력은 하나의 키워드로 말하자면 지적 호기심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합니다.

 

 

Q. 다양한 직군에 도전함으로써 가장 크게 얻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다양한 직군에 도전하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실패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과 실패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거예요. 제가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 커뮤니티 앱에서 2년째 북클럽을 하고 있는데, 첫 모집 시엔 북클럽을 열 수 있을 만큼의 인원이 모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북클럽 오픈 예정일에 북클럽이 열리지 못했죠. 처음에는 자괴감이 들었는데 결국 그 다음 달에 모집이 잘 돼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2년 동안 해오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모집도 잘 되어서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난 달에 또 인원이 충족되지 않아서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원인을 분석해 보니 5월이 각종 행사가 많은 달이다 보니 인원이 안 모인 거더라고요. 외부적인 요인이었던 거죠. 이젠 전처럼 쉽게 좌절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처음에 새로운 일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마음이 많이 상해요. 그런데 계속해서 노련해지면, 내가 지금 실패를 한 게 나 때문인지, 외부적인 요인 때문인지, 내가 나를 자책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돼요. 이런 시야를 갖추고 나면, ’내가 야구선수도 아니고, 타율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실망할 일이 생겨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받아들이는 게 쉬워진 것 같아요. 제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많은 것에 도전하면서 제가 이루어 낸 성공에 대해 자기만족에 그치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또 다른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제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개인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방송 관계자분들이 연락을 주시는 경우도 있고, 강연 섭외가 오기도 해요. 이러한 경험들이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Q. 평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자기계발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한때는 저도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꿈을 키우곤 했어요. 하지만 현재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 단지 마음에 위안을 주려고 하는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무한 긍정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 이미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제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대신, 틈날 때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처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의 사람은 본인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일이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과정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저는 올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운동이에요. 왜 10대, 20대부터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운동을 해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되는 거니까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단순히 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와 자기 수양을 끊임없이 하며 자기 통제력을 기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자기계발보다는 자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을 권장해요.

 

 

Q. 지금까지 약사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보람찼던 경험은 제가 작성한 칼럼의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때에요. 제가 약업신문이라는 매체에 칼럼을 쓴 지 거의 5~6년이 되어가고, 2주에 하나씩 칼럼을 써서 지금까지 총 150편 정도를 작성했어요. 방송 매체 관계자분들이 제가 칼럼에 작성한 약이나 음식에 대한 내용을 많이 참고하시면서, 방송에 나가는 약에 대한 잘못된 내용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한 때 포도주스와 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자료가 많이 돌아다녔는데, 제가 이 포도주스가 누군가 grapefruit을 잘못 번역한 것이라는 글을 몇 번 작성한 후에 포도주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제가 방송이나 칼럼을 통해서 약을 삼키는 것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어요. 독일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고개를 살짝 숙여야 후두덮개가 덮이면서 기도로 알약이 들어갈 확률이 줄어들어 알약을 더 부드럽게 넘길 수 있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 후두덮개가 열리면서 오히려 알약이 기도로 들어가 사레 들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약을 복용할 때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고 살짝 숙이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내용이 제가 출연한 방송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이 출연한 방송에도 언급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뿌듯했어요.

 

 

Q.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약대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것에는 유전적인 영향도 분명 있을 거예요. 인류 모두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었으면 인류가 멸종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듯, 모두가 새로운 걸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줄어들고 해외여행에 가서도 그 나라의 음식을 먹지 못할 가능성이 높죠. 세상에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가득한데,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내가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의 한계와 범위가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새롭게 경험한 것이 꼭 좋지만은 않을 수 있지만, 가볍게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내가 누군지 더 잘 알 수 있어요.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나를 자꾸 불편한 데에 몰아넣고 새로운 것을 해보는 거예요. 안정한 것만 추구하기보단 뇌를 조금 불편하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대신 중간중간 뇌를 편하게 해주는 시간도 필요해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거나 하는 루틴 같은 거요. 아침에 이 루틴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을 할 수 있어요.

 

 

Q. 앞으로 더 도전해 보고 싶으신 분야가 있으신가요?

A. 지금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제가 영화 시나리오를 작성해도 아무도 영화를 만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먼저 시나리오를 써서 웹툰을 만들어볼까 해요. 웹툰 작가님과 공동작업을 해서 웹툰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2~3년 전부터 목표가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지만 이제는 좀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거의 1년째 PT를 받으며 일주일에 5번 정도 운동을 하며 올해가 지나기 전에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다양한 보충제들의 효과와 효과의 정도, 그리고 섭취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도 쓰고 싶어요. 작년에는 ‘소식의 과학’ 책을 썼으니 내년쯤에는 ‘운동의 과학’ 책을 하나 쓸까 생각 중이에요. 요즘 저의 또 다른 관심사가 ‘피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중년 이후에 잡티나 여드름 같은 것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이거든요. 그래서 ‘피부 분야의 전문 약사가 되어볼까’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약대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약학대학이 6년제로 바뀜에 따라 약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임상약학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분야와 같이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럴수록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두 축이 일치하는 경우가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나를 서포트해줄 사람이 따로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만 추구할 수는 없어요. 따라서, 잘하는 일을 하면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나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생각해 보고 병행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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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정재훈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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