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UMMER 영국 BPSA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연세대학교 정다겸

파견기관: 지역약국 (Community Pharmacy)

안녕하세요.

2023년 여름, 영국 런던 SEP에 참가한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정다겸입니다.

 

1. 지원동기

저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때, 시야가 넓어지고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늘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KNAPS에서 2021년에 열린 국제 행사 및 약대생 교환학생 프로그램 설명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교환학생을 다녀온 분들의 생생한 후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설명회에서 SEP를 통해 해외에서 교환학생으로 약국, 회사, 대학교, 병원을 경험해 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여 KNAPS SEP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준비 과정

저는 여름 SEP를 희망하여 1월부터 KNAPS 대화방을 수시로 확인하며 SEP 모집 공고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여름 SEP는 1월 중순에 공지가 올라옵니다. 제출 서류는 3가지인데, 국문 지원서, 영문 CV, 영문 motivation letter입니다. 국문 지원서에는 SEP에 지원동기,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 SEP 포부와 각오 항목이 있습니다. 영문 CV는 인터넷에서 ‘CV example’을 검색하여 여러 양식을 참고하였고, 미리캔버스를 이용해 작성했습니다. Relevant experience에는 그동안 약학대학에서 했던 실습, 회사 인턴, 연구실 인턴을 적었고, 활동명과 활동에서의 역할을 적었습니다. Activities and interests에는 약국 알바, 밴드 활동, 유튜브 채널 운영 등등 활동적으로 보이는 항목을 적었습니다. Motivation letter는 영국의 약국에서 SEP를 하고 싶은 이유를 자세히 적었습니다. 한국의 제약의료 시장의 변화에 관해 설명하고 영국의 의료 체계를 알아보고 싶다는 내용을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감동 요소로 과거 영국 여행을 한 경험과 영국을 꼭 방문하고 싶은 이유를 덧붙여 마무리했습니다.

국문 지원서, 영문 CV, 영문 motivation letter를 제출하면 KNAPS에서 예비 선발자를 선발합니다. 예비 선발자가 되면 IPSF SEP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등록하고 희망 국가, 희망 기관, 가능 기간을 설정합니다. 희망 국가는 실습 오픈 기간, 사용 언어, 실습 기간, 지원 자격 등을 고려하여 1순위 영국, 2순위 포르투갈, 3순위 스위스를 지원했습니다. 희망 기간은 가능하면 넓게 잡아야 합격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저는 8월 한 달을 잡았습니다. 이후 해외 IPSF 기관에서 연락이 오고 파견이 확정됩니다. 지원 후에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탈락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한참 뒤인 4월 20일에 영국 BPSA에서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파견이 확정되면 영국 BPSA SEP가 WhatsApp으로 단체방을 만들어 줍니다. 지역 담당 LEO를 배정해 주고 SEP와 관련해 궁금한 점을 편하게 물어보도록 해주었습니다.

 

3. 약국 실습

영국 SEP는 약국에서 총 40시간 근무를 채워야 합니다. 저는 미리 약국장님께 이메일로 연락을 드려서 근무 시간을 1주일 10시~6시로 정했습니다. 2주간 하루 4시간씩 근무할 수도 있고, 1주일간 하루 8시간씩 근무할 수도 있었는데, 저는 후자로 정했습니다. 약국에서 8시간 동안 너무 바쁘게 일해서 힘들었지만, 나머지 일주일을 온전히 여행하는 데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점심시간을 30분밖에 주지 않아서 다리가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빨리 가서 좋았습니다. 8시간 동안 서 있으려면 다리가 정말 아프니 의료용 압박밴드 추천합니다!

제가 실습한 약국은 영국 런던 외곽에 위치한 체인 약국인 Greenlight Pharmacy 였습니다. 영국 BPSA는 숙소를 따로 제공하지 않아서 런던 King Cross역 근처 숙소를 잡아서 매일 30분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퇴근하고도 밤까지 놀다가 들어올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이 운영하는 약국인 줄 알았는데, 런던 외곽의 방글라데시 지역에 위치하여 직원 대부분이 영어를 쓰는 방글라데시인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방글라데시인분들이 친절하고 유쾌해서 재미있었고 제가 배우고 싶다고 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배울 기회를 주어서 좋았습니다.

 

영국 약국은 한국과 유사하였지만, 몇 가지 다른 점들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1) 조제사(technician)의 제조

영국 약국에서는 기본적으로 3번 확인을 합니다. 처방전을 확인하여 해당 약품을 바구니에 담을 때 1번, 의약품을 dosset box에 담을 때 1번, 약사가 복약지도 하기 전에 1번으로 총 3번입니다. 약국이 아무리 바빠도 이 원칙을 지켜 마지막에 약사가 꼭 용량, 용법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약사가 아닌 조제사(technician)가 조제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조제를 약사가 하고, 확인을 따로 안하지만, 영국에서는 조제를 약사가 아닌 조제사가 하고 마지막 확인만 약사가 하는 방식으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 의약품 배달

영국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delivery service였습니다. 의약품 배달이 법적으로 금지된 한국과는 달리, 영국은 배달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처방전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복용법, 알약 형태, 적응증이 나와 있는 라벨이 출력되어 의약품과 함께 제공되어 복약지도를 대체하였습니다. 약국에 배달 기사가 따로 있어서 매일 일정 시간에 방문하면 조제된 의약품을 환자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3) 영국의 급여 범위

영국 NHS에는 nominated pharmacy가 있어서 병원에서 처방전이 나오면 자동으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송됩니다. 약국은 전송된 처방전을 조제하여 준비되면 환자에게 문자로 알려 찾아오도록 하거나 배송을 해줍니다. NHS는 급여가 잘 되어있음을 느꼈습니다. NHS 기준 exempt A~U의 조건이 있는데, 이 중 해당하는 항목이 있으면 의약품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A~U는 나이(60세 이상, 16세 이하), 학생 여부, 소득 등의 조건인데, 약국에서 일하다 보니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90% 정도에 해당하여 국가에서 전부 비용을 부담하는 처방전이 많았습니다.

4) Methadone 처방

영국은 중독성이 있거나 위험한 의약품을 Controlled Drug(CD)로 지정하여 따로 관리합니다. 이 중 몇 가지 의약품은 매주 수량을 확인하여 장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한국과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영국은 마약중독 치료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methadone을 조제하면 환자가 매일 약국을 방문하여 methadone을 받아 갑니다. 원칙은 매일이지만, 장기 복용 환자는 일주일 치까지 받아 갈 수 있었습니다. 영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마약 중독 비율이 정말 높고, 대학교에서도 마약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5) 백신 접종 서비스

영국은 일부 백신 접종을 약국에서 할 수 있습니다. 약국에 백신 접종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 flu vaccine, COVID-19 vaccine, travel vaccine 등을 접종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도 어렵고, 약국 체계도 몰라서 우왕좌왕했지만, 금방 적응해서 5일 차에는 거의 semi 직원처럼 일했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궁금한 점이나 확실하지 않은 것은 바로바로 약사님께 물어봐 가며 일했습니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약국 직원분들이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선물을 주시고, 같이 일했던 친구 Tasnim도 굿바이 선물을 챙겨줘서 감동했습니다.

 

4. 영국 SEP의 장단점

장점: 영국인 것이 장점입니다. 처음 영국에 도착해서 St. Pancras, Kings Cross 역을 보는 순간 ‘이게 영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은 독보적인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또, 영국은 즐길 요소가 정말 많습니다. 축구, 뮤지컬, 티, 펍, 해리포터, 셜록홈즈, 비틀즈, 오아시스의 나라이고, 런던에는 런던아이, 빅밴, 타워브릿지가 있습니다. 영국 런던은 놀거리가 매우 많아서 실습 내내 퇴근하고 런던을 구경했습니다. 런던은 교통도 잘되어 있고, 마트도 많고,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국 여름은 날씨도 괜찮았고, 해가 8시 넘어서 지기 때문에 퇴근하고도 영국을 좀 더 즐길 수 있습니다. 영국으로 가신다면 여름에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점: 다른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물가가 비쌉니다. 게다가 영국 BPSA는 따로 숙소를 제공하지 않아서 직접 잡아야 했는데, 너무 비싸서 결국 한인 민박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운 좋게 런던에 배정되어 퇴근하고도 런던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지역으로 배정될 수 있습니다. 영국 SEP는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있어 SEP 학생들끼리 모이는 활동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중간 토요일에 하루 sightseeing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그마저도 취소되어 한 번도 다른 SEP 학생들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가 다시 돌아간다면 BPSA가 하기 전에 제가 WhatsApp에서 직접 친구들을 모아 밥 먹을 기회를 만들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마지막에 영국 BPSA에 개선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것이 잘 전달되어 다음부터는 많은 활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맺음말

단점들을 이렇게 나열했지만, 사실 단점은 잠깐이고 제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가장 행복했던 2주였습니다. 영국의 약국에 출근해서 직원들인 Nadiya, Mushida, Jabin, Adam, Himayet와 정신없이 일하고, 점심에 친구 Tasnim과 함께 공원에서 점심을 먹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또 퇴근하고 먹은 fish & chips와 런던의 야경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녁에 일정을 마치고 한인 민박 숙소에 돌아가서 맥주를 마시며 얘기하던 시간도 벌써 그립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활동은 프리미어리그 직관과 세븐시스터즈입니다. 저는 토트넘 vs 맨유 경기를 직관했는데, 분위기가 상상 그 이상으로 뜨겁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를 정도로 재밌습니다. 토트넘 구장이 정말 웅장하니 꼭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세븐시스터즈에 가시면 그림 같은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SEP라는 귀중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KNAPS 교환학생관리국SEO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