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PS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과 정지연

파견 기간 : 2023.08.14 ~ 2023.08.25

파견 기관 :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1. 지원 동기

1) 해외 보건의료시스템을 몸소 체험하고 싶은 욕구 : 작년부터 약사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직능 확대 및 발전을 도모하는 약학대학 연합 동아리 ‘PRer’ 에서 활동하며 대두되는 약학 이슈 속 저희만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과정 중 선진화된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해외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국내 의료실정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해외 사례를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다양한 약학시사를 접할수록 해외 사례의 중요성을 느꼈고 직접 체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 해외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 : 약대 입학과 동시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저의 로망 1순위였던 교환학생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짧은 기간이지만 해외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SEP 후기들을 읽어보며 3학년 때부터 꿈을 키웠습니다. 저학년에 가신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약학지식이 풍부한 상태에서 가야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5학년 여름방학을 목표로 하게 됐습니다.

해외 사례를 몸소 체험하고 싶은 욕구, 해외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 이 두가지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이 ‘SEP’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건의료시스템이 선진화된 국가를 방문하여 시사점을 찾고 국내 제도들과 비교해보며 환자에게 진정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지, 어떠한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약사가 하는 일이 선진화된 국가들을 선정하고자 하여 1순위 영국, 2순위 호주, 3순위 일본 에 지원하였습니다.

 

2. 지원 과정

개인적인 팁을 간단하게 알려드리자면,

1) 국문신청서 : SEP 를 통해 내가 최종적으로 얻어가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이를 모든 부분에  녹여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외 실습인 만큼 외국어의사소통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외 거주 경험, 외국인과의 교류 프로그램, 공인영어성적, 영어 과외 등 본인의 영어 또는 제2외국어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경험이나 활동을 구체적으로 기입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의사소통능력에서 강점이 있다면 이 부분에서의 메리트를 최대한 어필하세요.

포부 및 각오에는 앞서 말한 내용을 최대한 종합하여 적었습니다. SEP 과정에서뿐 아니라 SEP 후 기대되는 나의 모습도 적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CV : 정해진 양식이 없기 때문에 구글에서 최대한 깔끔해보이는 양식을 이용하여 Education, Language skills, Experiences, Work Experiences, Scholarships, Awards 순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상단에 인상이 좋아보이는 증명사진을 첨부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드립니다. (외국 CV 는 딱딱한 면접용 사진이 아닌 활짝 웃는 사진들이 많아 저는 CV 작성 전 사진관에 가서 미소 지은 사진을 따로 찍기도 했습니다)

 

3) ML : 원하는 나라에 가기 위해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CV 에서 눈에 띌 만한 이력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ML 을 정말 열심히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순위권에 든 세 나라를 각각 쓰거나 모두 포괄하는 내용을 쓰지만, 저는 1순위인 영국이 간절했기 때문에 영국에 대한 내용만을 썼습니다. (도박일 수도 있지만 너무 간절한 나라가 있다면 추천드리는 방법입니다). 저는 SEP 를 지원하게 된 이유가 영국의 보건의료체계(NHS)를 경험해보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PRer 를 통해 공부한 영국과 국내의 보건의료체계 차이점에 대해 비교하는 글을 메인으로 썼습니다. 그 외에도 자기소개, 지원동기, 영어실력, SEP 후 기대되는 변화 등을 적었고 최종적으로 1순위인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습니다.

 

3. 선발 후 준비과정

420, 영국 BPSA 에서 합격을 알리는 메일이 왔으며 실습기간, 도시, 배정부서 (지역약국, 임상, 연구 등) 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약국 주소, 약국장님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어 배정된 약국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준비과정 중 개인적인 팁입니다.

1) 약사님에게 메일 미리 보내기 : SEP 후기 중 약국과 BPSA 사이 착오가 있어 약국에서 약대생이 오는 줄 몰랐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실습 한달반 전에 약국장님께 메일을 보냈으나 답장이 없으셨고, 실습 일주일 전에 메일을 드리니 답장을 주셨습니다.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 (필기구, 노트, 약사가운 등), 약국에서 자주 쓰이는 약, 근무시간 에 대해 여쭈어보았습니다.

-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 : 약국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 하셨으나 개인적으로 펜과 손바닥만한 노트를 추천드립니다. 가르쳐주시는 업무를 노트에 적고 퇴근 후 적은 내용을 복기하면 SEP 를 열배는 더 가치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저는 노트가 없어 휴대폰 메모 기능을 이용하였는데 직원들은 휴대폰을 모두 가방에 넣고 일하기 때문에 약간은 눈치가 보였습니다).

- 약국에서 자주 쓰이는 약 : 약국장님께서는 앞으로 트레이닝 해줄 것이니 걱정 말고 오라고 하셨으나 개인적으로 자주 쓰이는 약 리스트를 꼭 요청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카운터에서 일할 때 손님이 요청하신 약이 어느 카테고리에 있는지를 몰라 헤맨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상품명, 성분명 모두 익혀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약사님이 그때마다 잘 설명해주시긴 했지만 미리 알아가시면 더욱 업무를 잘 해내실 수 있어 추천드립니다.

- 근무시간 : SEP 40시간 2주를 권장하나, 약국장님과의 협의 하에 1주로 진행하실 수도 있습니다. 근무시간을 여쭈어봤을 당시 오전 9시반부터 오후 6시반을 말씀하셨고, 1주만으로도 40시간을 채울 수 있었기에 첫 주 동안은 실습을 진행하고 2주차에는 런던을 여행하였습니다. 런던을 여행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다만, 실습 일주일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떠날 때 약간의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실습 2주 앞뒤로 여행 계획을 잡고, 실습 기간 동안은 온전히 약국에 머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SEP Information Session 참가 : BPSA 에서 진행하는 SEP Information Session 은 처음에는 SEO 가 영국 약국 시스템, 영국 약사 직능 범위, 교통, 화폐 등에 대해 교육해주며 다음으로는 LEO 들이 담당 도시에 관해 설명해줍니다. 제가 배정된 도시인 포츠머스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고 영국 약국 시스템 슬라이드는 저장해두었다가 실습 전날에 한번 더 보기도 했습니다.

 

3) 압박밴드, 한국 기념품 사가기 : 약국은 대부분 의자가 없이 서서 일하기 때문에 만약 배정된 지역약국의 근무 시간이 길다면 종아리 압박밴드를 사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약국 근무 시간에 착용하면 피로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약국 마지막날, 같이 일한 직원분들에게 한국 기념품을 드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실습 전 한달 반 동안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미리 사가지 못하고 포츠머스 아시안 마켓에서 한국 과자를 사서 드렸습니다. 가격이 훨씬 비쌌고 과자가 아닌 실용적인 물품을 드렸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실습 과정

제가 근무했던 영국 포츠머스 Goldchem Pharmacy’ 는 직원 2-30명이 근무하고 있는 큰 약국이었으며, 완벽한 업부 분업화 아래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만약 영국 SEP 를 목표로 하고 계신다면, 포츠머스 ‘Goldchem Pharmacy’ 를 강력 추천드리며 제가 일주일 동안의 실습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NHS 서비스 / 약배송 / Goldchem pharmacy 만의 서비스 : Goldchem pharmacy 에서는 NHS 의 백신 접종, EHC (사후 피임), Smoking Cessation (금연 상담), Repeat Prescriptions, EPS (Electronic Prescription Service)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4개의 ‘Consultation and Vaccination room’ 을 약국 내부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무료 약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환자가 원한다면 정기적인 약 배송을 신청할 수도 있었습니다. Goldchem 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혈압 모니터링, ear wax suction, 마약 관리와 같은 서비스도 있으며, 열정만 있다면 실습 과정 동안 모든 서비스를 한번씩 체험해보실 수 있습니다.

차례대로 무료 약 배송 서비스 ,  마약  (Methadone)  제조 , NHS smoking cessation 에 사용되는 니코틴 패치 등 , NHS EHC (Emergency Hormonal Contraception)  서비스 , Alcohol Use Disorder  서비스 ,  혈압 측정 서비스 , Ear wax suction  서비스에 관한 사진 .
https://goldchem.co.uk/ Goldchem Pharmacy 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Goldchem Pharmacy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철저한 분업화에 따른 다양한 직무 체험 : Goldchem Pharmacy 는 인원수가 많아 분업화가 매우 잘 되어있으며, 매일 다른 부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사님은 출근 전 저에게 배워보고 싶은 부서를 물어보셨고 출근하면 해당 부서 담당자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직무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① Counter : 처방전을 들고 오는 환자나 OTC 구입하는 환자를 상대하는 부서, 처방된 약을 픽업하러 온 환자에게 준비된 약봉투를 제공함 ( 3-4). 픽업이 준비됐다는 문자를 보내는 작업도 함.

② Clinical check : 약과의 상호작용, 용량, 용법 등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부서 ( 4 )

 

③ Dispensing & Accuracy check : 처방전에 맞게 약을 분류하고 올바르게 됐는지 이중 확인하는 부서 ( 7-8)

그 외에도 ROBOT 관리, 재고 관리 등 다양한 부서의 직무를 체험해볼 수 있으며, 원하면 오전오후로도 원하는 부서를 바꿀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실습 나온 학생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최고의 실습 약국입니다.

각각 ROBOT 관리와 재고 관리를 하는 사진

3)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협업 : 제가 실습했을 당시에는 약사, 테크니션, 약대생 인턴, 바이오메디컬 학생, 배달기사, 간호사, 그외 아르바이트원. 이렇게 매우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협업하는 형태로 약국이 운영 중이었습니다. 각자 본인이 담당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했고, 따라서 하루에 엄청난 수의 처방전이 들어오는 약국임에도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본인의 업무에 열정적이셔서 제가 업무에 빠른 속도로 적응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 주셨고 제 질문에도 친절히 답 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배움의 태도가 있는 학생을 좋아한다며 저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노력하셨습니다.

 

4) 편의를 잘 봐준다 : 저는 영국에서 2주간만 머무른 뒤 귀국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영국을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실습하기 전, 약사님께 메일을 보내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감사하게도 첫주만 일하고 그 다음주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런던은 정말 좋은 도시라며 저에게 갈만한 장소를 추천해주기도 하셨습니다. 다만 실습기간 동안 하루에 9시간씩 일해서 힘든 점은 감수하셔야 합니다.

Goldchem Pharmacy 에 있는 동안 업무량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너무나 풍족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날, 직원분들이 저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Asian Market 에서 한국 과자와 초콜릿을 사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드렸습니다. 직원분들은 저에게 롤링페이퍼를 써주셨고 제 편지에 대한 답장을 DM으로 보내주기도 하셨습니다.

Knaps SEP는 저에게 약사의 전문성과 협업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저만의 해답을 찾아준 소중한 프로그램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지원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고민할 시간에 지원서부터 쓰기 시작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2023년 여름은 SEP 를 통해 너무나 가치 있어졌으며, 여러분의 방학도 SEP를 통해 나름의 가치 있는 의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