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송해린
파견기간 : 2023/07/17 ~ 2023/07/31
파견기관 : 지역약국 (Community Pharmacy)
1. 준비 과정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약사 직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SEP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모집 공고 확인 후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는데, 국문 지원서, CV, Motivation letter 같은 경우는 특정 국가를 타겟한다기 보다는, 포괄적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후 어떤 국가를 몇 번째 지망으로 지원할 지 가장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1지망이 아니면 고려하지 않는다는 국가가 있으며, 또한 제 2 외국어 능력을 요하는 곳도 있었기에 국가 선택이 가장 고민을 오래 필요로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엔 경쟁률을 생각하기 보다는 가고 싶은 국가 순으로 소신껏 지원하였고, 2지망인 크로아티아에서 합격 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친구가 유럽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나라였다는 말을 기억하여 선택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3-4월 중) 연락이 왔고, 지금 Accept를 하면 1지망 국가의 후순위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말에 잠깐 고민하였지만, 크로아티아 역시 너무나 가고 싶었던 국가였기 때문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2. 약국 실습 프로그램
크로아티아의 의료 시스템은 우리 나라와 거의 비슷하여,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의사가 처방을 내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여 주는 시스템으로 전체적인 과정은 비슷하나 독특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위주로 서술해 보려고 합니다.
1) 온라인 주문
저는 크로아티아 내 유명 약국 체인점인 ‘Pablo’에서 일하였는데, 이곳은 건기식, 일반의약품을 환자가 인터넷으로 직접 주문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건기식은 환자 집으로 바로 배달이 가능하나, 아스피린 등의 OTC 를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원하는 약국으로 주문한 뒤, 문자를 받으면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약을 자신이 원하는 약국에 배달한다는 개념이 신기했고, 약사는 자신이 잘 다루지 않던 의약품이라도 공부하고 복약지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2) 약국 내 상주하는 food technologist
개인적으로 실습 중 가장 신기한 문화였는데, 약국과 제약회사가 파트너쉽을 맺어 회사로부터 고용된 Food technologist분들이 약국에 상주하고 계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여 원하는 환자와 건강상담 후 그에 맞는 영양제(주로 건기식)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우리 체내의 수분량, 필수 아미노산의 결핍 유무 등을 측정해 주는 시스템입으로 다수의 환자가 매우 만족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마, 관자놀이, 복부 등에 검진기를 가져다 대는데,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3) 수제 크림 제조
이미 공장에서 배합, 제조되어 나오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환자별로 customizing하여 크림을 제조하는 것 또한 새로웠습니다. 수기로 된 처방전에는 각 약품을 몇 g으로 크림을 제조하라는 것 까지 표기되어 있었고 이를 저울로 달고 잘 섞어서 크림을 직접 조제하였습니다. 미용 목적의 크림이 아닌 피부 질환 등의 의약품을 조제한다고 생각하니, 좀 더 신중하게 기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4) 약국 내 laboratory
크로아티아 내 일반적인 약국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나, Compounding laboratory를 포함하는 아주 크고 유명한 약국이 있다고 하여 투어를 간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제형의 의약품 뿐만 아니라 호르몬제를 다루고 유전자 테스트까지 시행하는 곳으로 굉장히 신선한 개념의 약국이었습니다. 약국 투어 후, 캡슐제를 만드는 실험까지 진행해보았습니다. 실험실 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균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했고, 내부에는 값 비싸고 정밀한 실험기기들이 즐비하였습니다. 크림제를 균일하게 섞는 기기, 약물의 순도를 측정하는 기기 등 일반적으로 약국에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고, Tricho test 라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별 맞춤형 영양제까지 조제할 수 있었습니다. 약국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확장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3. 그 외 경험
실습 외에도 프로그램동안 유럽의 각 국에서 온 친구들과 교류하며 지냈던 경험이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크로아티아 운영진 측에서 기숙사를 제공해주었는데, 7월 한여름 에어컨이 없어 늘 괴로워했지만 룸메이트와 이를 불평하고 서로 음식을 나눠먹었던 기억, 실습 후 매일같이 즉흥적으로 함께 Activity를 즐겼던 것들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유럽 친구들과 저녁 9시에 수영을 즐겼던 날입니다. 늦은 밤 제안을 받고 위험하지는 않을까 많이 망설였지만, 기숙사 근처 호수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인생 최고의 수영을 즐겼습니다. 수영을 잘 하는 유럽 친구들이 저를 놀리기도, 도와주기도 하며 어울렸고 수영 후에는 매운 새우깡을 나눠먹기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international night 에 한국 음식(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서로 웃었던 기억, 각 국의 술을 맛보고 술에 잔뜩 취해 웃고 놀았던 기억은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맺음말
즐겁고 재밌었던 기억도 많지만, 한 여름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기숙사에서 땀을 뻘뻘 흘렸던 것, 중간중간 태풍이 찾아와 약국에서 집까지 걸어왔던 기억 등 당시에는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 또한 꽤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 전세계 친구들이 모여 방학을 즐기는 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오히려 좋은 것을 봤을 때보다, 당시에 고생하고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함께 웃고 의지했던 추억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SEP을 고려하고 계시는 분들께, 개인적으로 경쟁률을 생각하시기 보다는 가고 싶은 국가에 지원을 하시는 것이 후회가 덜하고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6학년 실습 스케줄과 교환학생 시기를 조정하는 데 애를 많이 먹어, 한국 내 스케줄을 최대한 빠르게 픽스하시고 교환학생 국가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번 방학에 정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신 SEP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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