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PS

서울대학교 성지윤

파견기간 : 2023.02.13~2023.02.20

 

파견기관 : 지역약국 (Community Pharmacy)

본 프로그램은 BPSA(British Pharmacy Student Association)와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지원동기

대학에 가면 교환학생을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1,2학년 때는 약대준비로, 또 약대와서는 코로나로, 기회가 없었습니다. 약대생으로 반학기 또는 1년간 교환학생을 가는 것보다 방학이라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외국 약대생들과 교류도 하고, ‘외국에서 약대생으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SEP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지원과정

1) 나라 선택

지원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할 수 있는 활동(지역약국, 병원약국, 연구실습, 제약산업 등)이 무엇인지, 그리고 영어권 국가인지를 같은 무게를 두고 고려했습니다. 또한 지원시기는 10월이었지만 파견되는 날짜는 겨울방학이었기 때문에 겨울방학에 있을 일정들을 고려하여 실습기간이 비교적 길게 표시된 나라는 제외하였습니다. 원래는 유럽 또는 미국에서 연구 실습을 제일 해보고 싶었지만, 겨울 파견에서는 미국이 지원가능 국가 리스트에 없어 유럽국가들 중에서 파견가능한 달과 실습 기간을 고려해 영국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영국은 약국실습밖에는 열리지 않아 선택지가 없었지만, 외국인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외국 약국에서 실습을 해보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2) 지원서 작성

지원할 때는 국문신청서, ML(Motivation Letter), CV(Curriculum Vitae,이력서)를 작성해야합니다. 처음 영어로 작성해보는 MLCV 에 시간을 비교적 많이 들여야하긴 했지만,  KNAPS홈페이지에서 CV example들을 참고하여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1학기 때부터 여름방학에 지원하려고 기다렸던 터라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작성을 시작해 제출까지는 거의 한달 정도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3) 선발 일정

대략적으로 언제쯤 지원하고 선발되는지 파악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정확한 날짜를 말씀드리면, 저의 경우 KNAPS에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간이 2022 9 27 ~ 10 16일 이었고, 20221023일에 예비선발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그 후 저의 지원서가 각 해당 국가에 전송되었고, 최종 선발 메일은 영국 SEO로부터 직접 20221218일에 받았습니다. 꽤 오랜기간 기다렸는데도 메일이 오지 않아 불합격인가 하고 생각도 했었는데, 이 후기를 보시는 분들은 여유롭게 기다리시면 좋겠습니다.

SEP로 선발된 후, SEO(Student Exchange Officer)에게 메일이 왔고, 확인했다는 메일을 보내 파견을 확정지었습니다. 그 후 zoom을 통해 영국 SEP프로그램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Whatsapp이라는 앱을 통해서 영국의 다른 SEP학생들과 SEO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단체 채팅방 또한 만들어졌습니다.

 

3. 약국실습

1) 준비과정 및 Tips!

반드시 출국 전에 미리 배정받은 약사님께 미리 메일로 연락을 드려서 간단한 자기소개도 하고, 출퇴근시간도 미리 여쭤본 후, ‘답장으로 확답받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선발 당시 영국의 ‘Leicester’라는 지역의 약국으로 배정되었다고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출국 일주일 전쯤 제 간단한 소개와 출근시각을 묻는 메일을 드렸는데 답장이 없으셨고, 그냥 외국이라서 한국보다 느린 것이겠거니생각하고 영국에 도착해서는 일반적인 출근시간인 9시에 곧장 약국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약사님께서 자신은 교환학생을 받지 않았다고 그러셔서, 출근한지 20분도 채 안되어서 일도 못하고 숙소로 돌아가야했습니다. 약국 이름도, 위치도, 약사님 성함과 메일도 다 공지받은 그대로 찾아갔지만 정작 약국에서는 제가 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어 더 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BPSA의 빠른 대처 덕분에 그 다음날부터는 숙소에서도 멀리 떨어진 완전 새로운 약국에서 일주일간 실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시려면 꼭 약사님으로부터 답장을 받으세요~!

 

SEP수료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실습 시간을 미리 SEO에게 여쭤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나라 약국 실습 기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지만, 영국 SEP의 경우 2주간 최소 40시간을 일하면 되었고, 2주동안 있는 평일 10일동안 매일 4시간씩 일할지, 아니면 5일만 8시간씩 일할지 등은 하나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약사님과 일정을 조율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출국 3일전에서야 SEO로부터 minimum 40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공지를 듣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남았습니다. 솔직하게는 SEP 신청에 교환학생+'여행'의 목적도 있었기에 미리 알았더라면 약국실습 일정과 여행 일정을 조금더 알차게 계획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한편, 약국에서 더 길게 일하며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으시다면 약사님께 미리 말씀드려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제가 느꼈던 영국의 약사님들은 일단 SEP학생을 받았다는 것에서부터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듯,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고자 했고 제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직접 다 해볼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습니다.

 

2) 약국에서 했던 일

다행히도 갑작스럽게 저를 받아주셨던 새로운 약국 약사님께서는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환영해주셔서 금새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지역 보건소 같은 곳에 붙은 약국이었어서 규모도 조금 있고 환자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일은 약 조제, 카운터에서 환자 받고 약 전해드리기, dosset box 만들기였습니다.

 

조제 : 약국 실습 전에는 조제라는 것이 약간 대단하고 조금은 어렵게도 느껴졌지만 실습 후에는 사실 어려운게 아니었구나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는 ATC기계가 없어서 한국처럼 찢어먹는 봉지에 약이 포장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약 상자 째 봉지에 담아 약을 환자에게 줍니다. 따라서 조제의 대부분은 바로 빼곡히 약이 들어있는 벽의 선반들에서 약상자를 찾아 개수에 맞게 바구니에 담는 일이었습니다. 약사님은 상자에 담겨진 약들의 성분명과 용량과 복용기간을 더블체크한 후에 환자 개인별 약봉지에 담아서, 배달을 위한 상자에 담거나 환자가 직접 약을 받아가도록 카운터로 전달했습니다.

카운터 일 : 환자가 찾아오면 이름이 무엇인지 물은 후에 Last Name을 듣고 처방전이 이름의 ABC 순서대로 정리되어있는 상자 안에서 환자의 처방전을 찾아, 환자가 오기 전 미리 약국에서 조제를 완료한 약이 담긴 상자에서 이름에 맞는 약 봉지를 찾아 건네주었습니다. 약을 건네줄 때에는 다시 한번 이름과 주소를 물어 확인했습니다.

 

dosset box 만들기 : 가장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한달치 약을 타간다고 하면 한꺼번에 프린트해서 나온 약봉지들이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려서 약봉투안에 담기게 되는데, 영국 약국에서는 아래 그림처럼 환자분들이 하루에 시간에 맞춰(Morning, Mid-day, Teatime, Bedtime) 하나씩 까서 드실 수있도록 7x4주 형태로 포장되어나오는 조그만 박스가 존재했습니다. 약국에서는 아예 이런 환자들의 한달치 약을 미리 만들어놓은다음, 언제 배달할지까지 함께 정리된 표와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환자의 처방전을 보고 약의 포장을 모두 개봉하여 조그만 구멍에 넣는 일이 가장 새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3) 한국 약국과 달랐던 점

NHS, 영국의 건강보험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라는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가진 나라입니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덕분에 한 환자의 기록이 한 약국에 다 있어 환자의 히스토리 파악 및 적절한 약물치료가 가능합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영국 약국은 GP(General Practitioner) systsem이라서 환자에게는 NHS에서 지정해준 병원과 주치의가 있고, 약국도 자신이 가는 그 한 곳만 이용합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모든 처방전 가격이 9.35파운드로, 202141일부터 이 가격으로 NHS Prescription charge가 변경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환율 기준 9.35파운드는 14,853원에 해당하는 비용인데, 조제 시에 한 환자분의 약 상자들을 모두 찾아서 한 바구니에 넣을 때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한번에 약을 많이 드시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제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방전 색깔 : 영국 처방전은 누가 처방하느냐에 따라서 그 색깔이 달랐습니다. 초록색은 일반 GP가 처방해준 것, 하늘색은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 methadone을 복용중인 환자들의 처방전, 노란색은 치과의사가 처방해준 것, 보라색은 간호사가 처방해준 것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색깔별로 딱 알 수 있어 편리했던 것 같습니다.

 

약국에 있는 사람들 : 영국 약국에서는 약사님 뿐만 아니라 technician counter직원, 그리고 pre-registration 과정의 학생들로 약국이 북적거렸습니다. 한국 약국에 가면 보통 약사님 한 두분만 계셔서 매우 조용한데 그런 모습과 쉽게 대조되어 신기했습니다.

영국 약대는 한국처럼 6년의 Pharm.D과정이 아닌 MPharm과정이어서, 4학년까지 마치고 국가고시를 보기 전에 반드시 52주의 실습을 하게 되어있는데, 실습 나온 학생들을 프리레지라고 짧게 불렀습니다. 제가 갔던 곳에도 실습생들이 있었고, 같은 약대생이라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ACT(accuracy checking technician)라는 사람들이 있어 약사는 아니지만 약국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체킹해주고 조제도 도와주셨습니다.

 

4. 약국 실습 외 활동_ SEP 모임

런던에서 진행되었고, 영국 SEO들과 SEP로 온 친구들이 다같이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미리 Whatsapp을 통해서 그날의 대략적인 일정들을 공지해주었었는데, 영국박물관이 파업으로 하필 그날에 문을 열지 않는 바람에 첫 스케쥴부터 차질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SEO와 함께 3단 애프터눈티도 먹으러 가고, 런던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Tate Modern에도 가보고, 런던아이 등을 비롯해서 이곳 저곳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5. 마치며

약간은 다사다난하기도 했던 영국에서의 약국 실습이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고 뿌듯하고 또 따뜻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약국실습을 해봤다는 자부심도 채우고, 영국에서 만났던 약사님, pre-regi 학생들, 그리고 숙소 아줌마 아저씨들의 환대속에 행복했던 SEP 기간이었습니다. 외국에서 혼자 약대생으로 생활하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재충전의 기회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SEP에 지원하시고 꼭 선발 되셔서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