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송은서
파견기간 : 2022.7.11~2022.7.23
▶파견기관 : 지역약국 (Community Pharmacy)
▶본 프로그램은 KNPSV(Koninklijke Nederlandse Pharmaceutische Studenten Vereniging)와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지원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쉽게 참여하기 힘든 약학대학 특성상, 방학을 이용해 해외 약대생들과 소통하고 세계의 약국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SEP는 약대생들에게 소중한 기회입니다. 항상 해외의 약대생과 교류하고 싶었던 저는 이 기회를 잡기로 결정했고,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던 2022년, 여름방학 SEP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약학대학에 입학한 후 1년 동안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약 배달’에 큰 관심이 있었는데, 약 배달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어떻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약 배달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회에서 안정화되지 않은 약 배달에 관한 문제를, 해외 약국 시스템 경험을 통해서 깊게 생각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 지원과정
지원 국가를 고르는데 가장 오래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순위로 생각했던 국가는 약 배달을 시행하는 국가이면서, 제가 4학년이기 때문에 고학년(5, 6학년) 우대가 없는 국가였습니다. 고심 끝에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네덜란드를 1순위로 선정했고, 감사하게도 네덜란드 KNPSV SEO에게 연락이 와서 파견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주신 조영은 교환학생관리국장님께도 큰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ML과 CV는 KNAPS에서 예시로 제공해주신 포맷을 토대로 무리없이 잘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CV에서는 약학과 관련된 학술활동, 해외의 약대생과 교류했던 경험 등을 작성했고, ML에서는 SEP에 지원한 동기, 왜 내가 이 나라에 가야하는지, 영어로 무리없이 소통한 경험을 소주제로 글을 풀어나갔습니다. 아마 자기소개서를 써본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무리없이 작성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견이 확정된 이후로는 KNPSV SEO와 일정을 조율하고 담당 약국 및 약사를 배정받아 약사분과직접 연락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 Host Pharmacist였던 Hedy가 실습이 진행되는 2주 동안 본인의 집 2층에서 머물게 해주시고 식사도 챙겨주시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셨고, 정말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Hedy는 인턴 학생이 최대한 네덜란드의 약국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실습 전 미리 네덜란드 약국시스템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서 약사분께 네덜란드에서 많이 사용되는 약 등 미리 공부할 내용을 알려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았을 때, 네덜란드 약사가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약학정보원 같은 ‘Farmacotherapeutisch kompas’에서 자주 쓰이는 의약품이나 적응증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을 공부해오라고 알려주셨습니다.
3. 약국 소개
제가 배정된 지역약국은 Apotheek van thoor라는 대형 약국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약국에서 ‘Pharmacist’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Pharmacy assistant’라는 테크니션들이 같이 일합니다. 제가 일했던 두 개의 약국에서는 Pharmacist가 1~3명, Pharmacy assistant가 15~18명 정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Pharmacy assistant들이 의약품 재고 관리 업무, 카운터에서의 환자에게 약 전달 업무, 의약품 리필 서비스 관리 업무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Pharmacist들은 그보다 더 약학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데, 의사나 치과의사가 보내준 처방전을 검토하여 이상이 있으면 연락하고, 환자의 Drug history를 관리하며 주기적으로 약물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국 전체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사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약학대학을 졸업하면 Pharmacist로 일할 수 있고, 졸업 후 2년의 교육을 이수하면 Public specialist, 4년의 교육을 더 이수하면 Hospital pharmacist로 일할 수 있습니다. Host pharmacist인 Hedy는 Public specialist로서, 지역 환자의 건강을 더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약사로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네덜란드의 약국의 특징은 너무 많지만, 기억에 남았던 것 위주로 기술하였습니다.
1. 지정 약국
방문하는 병원 옆에 있는 약국을 주로 방문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네덜란드에서는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환자들은 특정한 하나의 약국에만 방문합니다. 따라서 DUR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환자의 정보가 약국에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약사들은 환자들의 약력 관리를 용이하게 할 수 있으며, 이때까지 각 환자가 복용했던 약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전달받은 환자의 혈압, 신장 여과율, 혈당 변화, 나트륨/칼륨 수치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어서 약물치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약사들은 환자가 새로운 처방전을 받으면 그것이 과거, 현재 약물과 어떤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시스템 상에서도 만약 환자의 약물 이력에 미루어 보았을 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이면 경고 알람이 뜹니다. 예를 들어서 환자가 이중처방을 받았을 경우 DM(Double medication)이라는 경고가 뜨고,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70세 이상의 환자가 새로운 약을 받을 때면, 새로운 약을 처방 받을 때 신검사를 권유해야 한다는 경고 알람이 뜹니다. 그리고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붕대, 밴드 등의 제품도 환자의 약물 이력에 저장합니다. 이렇게 약사가 자신의 약국에 방문하는 환자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약사에게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에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되는 ‘단골 약국제도’가 떠올랐습니다.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약사가 지역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로서 더 깊게 환자들의 건강에 관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약 배달
가장 관심있었던 약 배달의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처방전이 대부분 의사로부터 온라인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전달되고, 전달 받은 처방전을 바탕으로 1~3일 안에 의약품이 조제됩니다. 네덜란드 약국에서는 약을 환자한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는데, 환자가 약국에 방문하여 수령하는 방법, 약국 바깥에서 약국 운영시간 외에도 환자가 약을 찾아갈 수 있도록 Locker에 보관하는 전달 방법, 그리고 약 배달이 있습니다.
미리 환자에게 약을 배달 받겠냐고 물어보고, 배달을 희망하면 집 앞까지 약을 전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네덜란드에서는 약을 배달하는 사람이 배달 대행사의 직원이 아니라, 일정 수준 교육을 받고 약국에서 Pharmacy assistant로 고용한 약 배달 전문 직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직원은 안전하게 약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적절한 약물 관련 교육이나, 배달 교육을 이수한 전문 배달 직원이 약을 전달하는 방안을 생각해본다면, 현재 한국에서 약 배달 관련하여 논란이 있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Senior 층의 배달 직원이 환자에게 약을 배달하는 차에 탄 경험도 인상깊었습니다. 그 분은 약국이 있는 동네에서 오래 거주하신 연세가 있으신 분이셨는데, 자신이 배달하는 환자들의 질병, 환경을 모두 알고 그들과 소통하며 약 배달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이를 보면서 Senior 층의 장점을 살린 약 배달이 고령화시대에서의 직업 창출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냉장보관이 필요한 약이나 긴급하게 환자가 필요한 약은 약 포장 밖에 경고 스티커를 붙여 우선 배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복약 지도는 전화나 메일로 진행하기도 하고, 만성질환 환자처럼 같은 약을 여러 번 가져가는 환자에게는 간단한 안내문으로 복약 안내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3. Medication review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자세히 알고 있는 약사에게 큰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약으로 인해 불편한 점이 있을 때는 가장 먼저 약사를 찾는 편입니다. 따라서 환자가 약으로 인한 문제가 생겼을 때 약사에게 연락을 하면, 그 문제 상황을 바탕으로 Medication Review를 진행하게 됩니다. Medication Review란, 환자가 지금까지 복용했던, 혹은 복용 중인 약을 약사가 다시 검토하여 환자와 상담하고, 필요하다면 의사와 연락해서 치료계획을 수정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Medication Review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문답리스트는 아래 사진과 같이 나와있는데, 몇 개의 문항을 번역해보자면, ‘처방전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약도 사용합니까?’, ‘약에서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습니까?’, ‘약물 치료에서 무엇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까?’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약사는 환자의 문제 상황에 적합한 적절한 질문을 환자에게 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턴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활동은 이 과정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개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80세 여성 환자가 한꺼번에 많은 약을 먹고 앰뷸런스에 실려간 이후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약을 바꾸거나 중지할 수 있는 것이 있냐고 약국에 전화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Hedy는 이 사람을 위한 해결방안을 마련해보라고 하셨고, 저는 이 환자의 여과율, 혈압 등의 index, 과거 약물 복용 이력, 그리고 네덜란드 약물치료 가이드라인과 제가 가지고 있던 약물 지식을 동원하여 약물 치료 계획 변경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네덜란드의 의사 앞에서 발표했고, 좋은 아이디어라는 답을 받아 실제로 환자에게 제가 마련한 치료 계획 변경안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변경된 치료 계획에 환자분께서 크게 만족하셨고, 이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네덜란드 약사는 이렇게 Medication Review를 대면, 방문, 전화, 메일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환자의 약물 상담을 진행하고, Medication Review를 진행하면 보험사로부터 약 35유로를 받게 됩니다.
4. 지역 의료 전문가와의 협력
네덜란드는 같은 지역의 의사, 약사들이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의사와 약사가 그룹을 이루어서 지역사회 보건을 위해 의무적으로 토론하고 있습니다. 가상의 환자로 케이스를 만들어서 환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토의를 하기도 하고, 특정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토의를 했던 주제와 피피티를 보았는데, 전염성 눈병, 당뇨 등 특정 질병에 대한 주제로 토의를 하기도 하고, 흡연 등 지역사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 양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4. 인턴십 외 프로그램
Host Pharmacist인 Hedy는 제가 네덜란드에 오기 전부터 혹시 네덜란드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봐주었고, 실제로 네덜란드의 전통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요리해주기도 했습니다. 또 주말에는 여행을 계획해 주었는데,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같이 차를 타고 벨기에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KNPSV 학생들도 SEP 기간 동안 제가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공항까지 픽업을 오기도 하고, 위트레흐트에서 KNPSV 학생들이 다니는 대학교를 투어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파견 갔던 기간에는 네덜란드에 파견된 다른 교환학생이 없었는데 저만을 위한 SEP Day를 열어서 네덜란드의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Student room에 머물게 해주었으며 네덜란드 약학대학 학생의 생활을 소개해주기도 하는 등, SEP를 100%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2주 간의 짧은 교환학생 기간이었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처음에는 약 배달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라는 생각이었지만, 그것을 넘어서 약사의 직능과 약국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SEP 참가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에게 저의 후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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