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Talk with Pharmacists #29
# 건강보험공단 소속 한주성 약사님
#약력사항
학력)
서울대학교 약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약학 보건대학원 보건정책 관리학 박사과정 수료
경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다제약물관리 담당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원 방문약료 기획 업무 담당
Q1. 업무 관련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다제약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제약물 관리 사업은 많은 수의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방문 약료의 형태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약물을 관리하려면 입원 시에도 관리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의사의 처방까지 연계하여 하고자 했고, 규모가 더 방대해졌죠.
그리고 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일한 지는 이제 1년 조금 넘었어요. 저도 공직에 오래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다제약물 관리팀 내에 약사는 저밖에 없기 때문에 약학적 전문성을 채워 넣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구성원들로는 간호사분들도 계시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Q2. 다제약물 관리사업 팀에서 혼자 약사로 계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일을 하시면서 약사로서의 전문성이 발휘된 경험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사업을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해야 하며, 비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서비스의 질을 어떤 방법으로 높일 것인지 등을 고려하는 데 있어서 약사의 전문성이 필수적입니다.
또, 다제약물 관리업무 외에도 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하는 약사들은 주로 신약에 대한 약가 협상∙관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약사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죠. 대체 약제로는 무엇이 있으며 그 가격이 얼마인지도 파악해야 하고, 약물에 대한 임상적 근거 자료도 찾아봐야 하니까요.
가끔 행정고시를 통과해서 정부 중앙부처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약사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 발령 받은 부서에서 배당된 업무를 하다 보니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식약처에서 근무하는 약사들만큼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약대에서 배운 지식이나 관점이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지식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정도는 적은 것 같아요.
Q3. 약사님께서 공직 약사의 길을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이 초기에 시행되었을 때, 당시 명칭이 ‘올바른 약물 이용지원사업’이었는데, 그 당시 방문 약사로 근무했었어요. 공단에서는 이 사업에 참여할 방문 약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자 했고 그 때 관심이 있어서 지원했었어요. 그렇게 방문 약사로 일을 하다가, 이 사업을 더 발전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현재까지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공직 약사에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게 될 줄은 몰랐죠. (웃음)
Q4. 다른 진로와 비교했을 때 공직 약사로 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하시면서 느끼셨던 장점, 단점 또는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저는 약국에서도 근무 약사나 파트 약사로 오랫동안 근무했었고, 작은 병원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요. 그와 비교했을 때 공직 약사의 가장 좋은 점은 아무래도 복지인 것 같아요. 휴가를 원하는 날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공휴일에는 무조건 쉰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개국 약사와 비교해보면, 약국을 개국하면 약국 운영에 대한 책임이 모두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공직 약사의 경우 그런 책임에 대한 부담은 좀 적을 수 있죠. 위법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 행동에 관한 결과가 조직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거든요. 이런 점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공공기관은 매우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분업화된 큰 조직이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 잘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성취한 일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는 공직 약사가 안 맞을 수도 있는 거죠. 물론 조직 내에서도 승진 같은 걸 시켜주니까 그걸 ‘인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긴 합니다.
단점은 다들 아시겠지만 보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죠. (웃음) 또,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세종, 오송, 원주 등 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겠죠.
Q5.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사업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다고 하셨잖아요. 그에 따라서 혹시 타업무 직종에 사람들도 많이 만나시는지 궁금합니다.
건강보험공단 자체가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까 그 안에서도 의사, 간호사와 같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또, 주변에 행정직 직원 분들도 계시고 사회복시자도 계십니다. 그런데 타업무 직종에 계신 분들을 만날 때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난다기 보다는 그 분들도 다 같은 직장 동료라고 느낍니다.
Q6. 조직 내 분위기가 어떤 편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보통 공직을 생각하시면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으면 나도 퇴근은 못하고, 그런 수직적인 분위기를 생각하시는데 저희 회사는 그렇지는 않고요. 물론 공공 조직 특성상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보통 위의 결재를 받아서 승인이 나야 일이 진행되지만 그건 업무 프로세스가 그렇다는 거고 상사 눈치를 보느라 퇴근을 못하지도 않고 휴가도 자유롭게 쓰고 합니다. 저는 조직 분위기는 좋다고 생각해요.
Q7. 약사님께서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제가 평소에 약학 분야 정책 등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원을 보건 정책 분야로 진학했고 다제약물 관리 사업의 계약직 약사로 들어가게 됐거든요. 건강보험공단에서 잠깐 일을 하면서 방문을 다니고 상담을 하다 보니까 방문약사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런 사업이 체계화 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이 좋게 본부에 처음으로 약사로서 다제약물 사업에 처음 들어가게 됐습니다. 제가 처음이라 주변에 물어볼 데가 없어서 조금 부답스럽기도 해요.(웃음)
Q8. 약사님께서는 공직에 계시면서 중간에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 근무한지 3년도 안 됐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아요. 공공기관에서 일하시는 약사분들이 인사 발령 사정 상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신 건 아니거든요. 저는 감사하게도 제가 하고싶은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습니다.
Q9. 약사님께서 대학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궁금합니다. 석사를 마치시고 박사 과정도 수료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셨는지, 약대에 재학하면서 배운 내용 중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으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학부를 졸업하기 전 까지는 대학원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졸업 후 전역을 하고 진로 고민 중에 마침 정책 분야에 관심이 있기도 해서 석사를 졸업하고 조금 아쉬워서 박사과정도 밟았습니다.
학부 때는 동아리도 열심히 하고 학생회도 했는데 공부는 그렇게 열심히는 안 한 거 같아요.(웃음) 그런데 4학년 때 배웠던 약물치료학 같은 임상약학 관련된 과목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었어요. 그 때 공부한 게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기기분석이나 합성같은 분야는 연구직이 아닌 이상 쓸 일이 잘 없지만 약물학이나 약물치료학 같은 실무에 관한 과목을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사회약학에서 배우는 것들, 예를 들면 건강보험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나,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약이 환자에게 나가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또 6년제로 바뀌면서 실습과 같은 부분도 더 강화되었다고 들었는데 저는 방학에 한,두 달 병원에서 실습하고 약국에서 2주 실습한 것 말고는 없거든요. 실습이 많아서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다방면으로 실습할 수 있는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학부 때는 막연하게 ‘졸업하면 뭐하지, 모르겠네’ 라는 마음으로 보낸 게 조금 아쉽기도 해요.
Q10. 약사님의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나 꿈이 있으시면 어떤 건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건강보험공단에서 시범 차 운영하는 사업이고 아직 제대로 제도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 잘 진행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니까요. 없어질 수도 있고, 축소될 수도 있고, 제도가 될 수도 있고... 저 혼자만의 힘으로 엄청난 결과를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되는 데까지 제 역할을 다 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향후 4~5년 저의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일단 공직에 들어왔고 현재까지 한 일이 괜찮으니까 계속해서 열심히 해야죠. 아까 제가 말씀드렸지만 약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특히 우리 생활 속에서 약이라는 게 노인분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아직은 정책이나 사업이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시행되는 정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발굴하고 이끌어서 제도로 하는데 제가 기여하고 싶어요.
Q11. 입사를 위해서, 국가기관의 약사로서 일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약사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역할로서 국가기관에 입사는 현재 어렵지 않습니다. 자격도 까다롭지 않고요. 저희 회사도 1년의 실무 경력만 갖추면 입사 자격이 충족됩니다. 약사 면허와 1년 이상의 실무 경력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고, 지원 후에 면접을 보시면 대부분 합격하기 때문에, 입사가 어렵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입사 후에 계속 다니시는 거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신 뒤에 지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지만, 관련 업무에 능한 사람이면 더욱 좋겠죠. 예를 들면 식약처에서는 임상시험 승인하고 약 허가하는 업무를 하게 되니까 비슷한 분야를 공부하셨거나, 제약업에서 RA 일을 하셨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 또한 보건 정책 공부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고요.
Q12. 대학원 수료가 필수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공공기관은 호봉제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석박사 학위에 대해서 당장 인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박사를 마쳤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지는 않아요. 석박사에 대한 대우가 없다 보니 오히려 학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당연히 업무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고, 채용이나 승진 시에도 참고 사항이 되죠.
입사를 떠나서 대학원에 가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커리어를 위해서 억지로 공부를 더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더 공부하면 좋고, 또 요즘 석사 과정이 워낙 다양해져서, 관심 있는 학문 분야에 투자해서 석사 마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석사한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느껴요. 하지만 박사 과정은 완전히 연구 중심이기 때문에, 연구 자체에 관심이 있으신 게 아닌 이상, 박사 학위까지는 추천을 드리지 않습니다.
Q13. 약사님께서 지역 약국도 다니셨고, 다양한 업무를 해보셔서 더 잘 아실 것 같은데, 어떤 사람에게,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공직 약사의 업무가 잘 맞을 것 같나요?
일단 정책, 제도에 관심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얘기를 했었는데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 어딘지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 약국에서도 환자 한 명 한 명을 만나면서 상담하고, 그 사람들이 도움을 얻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실 수도 하루에 100명씩 대면하면 지겨울 수도 있어요. 저처럼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익이 늘어나고, 영양제나 건강식품을 상담하고 판매하면서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는거죠.
그래서 본인이 보람을 느끼는 포인트에 따라서 진로를 선택하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직 약사는 이제 그런 면에서는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지 않죠. 환자와 상담해서 ‘이만큼 판매액을 올렸다’, ‘상담해서 이 사람의 건강과 만족도가 좋아졌다’, ‘이 약이 너무 좋다’, ‘당신이 상담해 줘서 너무 고맙다’이런 피드백이 공직에 있을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 혼자서 계획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차근차근 절차에 따라서 일들이 생기고, 사업들도 운영되다 보니까 오히려 민원이 더 많이 들어오죠. 힘들다 어렵다, 이런 것들을 개선해달라.. 예를 들면 제가 지역 약사분들에게 이런 사업을 열심히 해달라고 말씀을 드리면 입력할 게 너무 많고, 보상이 너무 적고, 시간이 없고, 방문하기 어렵고, 이러한 민원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런 것들을 잘 대처하려면 장기적으로 보고 공익과 공공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14. 약사님께서는 공직 약사의 미래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공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후배 약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일단 제가 있는 분야에 한정을 하자면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약사 인력이 조금씩은 늘어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제 의도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이 전문직 채용을 늘리고 있거든요. 저는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오시면서 업무 분야를 넓혀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약사로서 혼자 일을 하다 보니까 어려운 점도 있고 약학적인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저 업무를 하면 더 잘할 거 같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성은 많은데 아직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들어오셔서 영역을 확장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약국이나 병원에서의 보수 인상률이 높지 않아서 저 때나 지금이나 약국과 병원에서 받는 월급이 별로 차이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인상이 잘 안 되고, 그만큼 약국은 경쟁이 치열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공직은 계속 일정 비율로 월급이 올라가서 어느 정도 직책이 있는 분들이 많이 생기시면 더 할 수 있는 일들도 되게 많아질 것 같아요.
Q15. 감사합니다. 여기부터는 저희가 다른 약대생분들한테도 질문을 받아서 준비한 질문입니다. 혹시 다제 약물 관리 사업 분야로 약학대학 학생들의 실습이 진행될 수 있는지 혹은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처음 생겨서 아직은 없는데,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자리가 잡히면 실습자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실습자리 만들고 싶어요.
약가 협상, 관리 쪽에는 실습 자리가 있어요. 하지만 현재 저희 사업 관련 공식적인 실습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방문 약료는 건강보험 관리공단만 하는게 아니라 지역 약사회, 지자체와 협업해서 하는 방문 약료도 있어요. 현재 지역사회 통합 돌봄 (커뮤니티 케어)에서 약대학생이랑 같이 하는 경우도 있고요. 약사회에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실습으로 방문 약료를 경험해 보는 것도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되게 배우는 게 많았거든요.
Q16. 방문 약료 기획이란 어떤 업무인가요? 환자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직접 가서 상담하는 일을 했지만 현재는 사업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방문 약료 기획은 이 사업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자료 제공, 대상자 기준 선정 등 다양한 것들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방문 약료 사업이란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복용하고 있는 약을 점검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인데, 드시는 모든 약, 건강기능식품, 자가 구매약 뿐 아니라 생활습관 등에 대한 상담도 진행합니다. 실시 대상은 약을 많이 드시는 분이에요.
방문하는 것은 환자 한 사람당 소요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비용효과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도 직접 방문했을 때 현장에 느낄 수 있는 게 많아요. 어르신들이 약국에 오셔서 약을 잘 드시고 있다고 말씀하셔도, 막상 가보면 잘못 드시고 계신 경우도 많거든요.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교육해드리면 만족도는 높아요.
앞으로의 고민은 공적인 지출(건강보험, 지자체 세금 등)이 쓰이는 만큼 사업이 효과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에요. 그렇게 해서 이 사업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시행되고, 교육받은 약사가 잘 만들어진 메뉴얼대로 실시해서 더 큰 효과를 이끌어 낸다면 좋겠지요.
Q17. 건강보험공단에서 다제약물 관리 약사 채용 기사를 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현재 사업 현황은 어떤가요?
저는 여의도에 있는 서울 지역 본부에 입사해서, 임시계약직 직원으로 9개월-1년 동안 일을 했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는 6개의 지역본부가 있는데, 서울, 대구, 부산, 광주 등 모두 대도시에 있어요. 채용되셔서 들어가시면 방문 약료를 직접 하시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이를 실제로 경험해본 지역 약사들이 많지 않다 보니, 같이 방문 나가면서 상담을 도와 드리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다른 공단 직원이랑 같이 나가서 상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전산 기록 관리를 포함한 다양한 행정 업무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청자와 지역 약사 간의 시간 조정입니다. 이 역할과 과정은 되도록 간소화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약속을 잡아 배정하고 그 시간에 원활하게 상담을 나가도록 운영하는 역할을 하시게 됩니다.
Q18. 약사님께서 공직에서 일하시면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해관계라기 보단, 약간의 분야 갈등이 있죠. 처방권 침해를 우려하는 의사들도 있어요.
그래서 방문 약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를 해왔죠.
예를 들면, 지역 의사가 환자를 직접 발굴해서 본인이 방문을 가셔도 되고, 아니면 공단 약사한테 의뢰를 해서 약사가 방문 후 보고서를 전달해주면 의사가 처방을 바꿔주는 형태로도 운영하고 있어요. 또 병원 입원 환자에 대해서도, 병원에는 의사, 약사, 간호사가 모두 있으니 다학제의 협업이죠. 이렇게 협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형으로 확대한 것이 분야 갈등을 완화시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일대일로 만나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어떤 사건을 겪었거나 했던 일은 잘 없었던 것 같아요.
Q19. 마지막으로 후배분들한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학부 시절에 대해서도 좋고 진로에 대해서도 좋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도 옛날에 고민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해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네요. 진로를 찾을 때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회사는 잘 모르겠는데, 공단이나 심평원 같은 경우는 약사로서 일하는 경력을 좀 인정해 주거든요. 가령 5년 일했으면, 한 3~4년 정도는 인정해서 호봉을 높여줘요. 그러니까 바로 공직, 병원, 회사 등 진로를 단정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1~2년씩만 해봐도 대충 본인에게 감이 오거든요.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이쪽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이런 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하시면서 여러분이 자신만의 진로를 찾아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Q20. 약사님께 ‘약사’란 어떤 건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선 ‘약사가 나라에서 면허를 주는 전문직인 만큼 그만큼의 책임과 고민이 따라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약사의 목표는 결국 환자에게 최선의 약물치료를 고민해야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약사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약사의 일이 조제와 약국 경영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해서 관련된 아쉬움도 있고, 이런 상황은 약사의 미래에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대학원에서 약사는 애매한 전문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의사를 보조한다’라는 개념이 있으니까요. 앞으로 약사분들이 다방면의 약학적인 지식을 활용해서 사회의 더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어떤 역할을 할 건지 고민하면 좋겠어요.
KNAPS 문서국
장윤미(이화여대), 현유빈(이화여대), 송준석(고려대),
김현지(경희대), 이민후(이화여대), 심재민(이화여대), 정진송(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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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주성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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