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Talk with Pharmacist #31
# MBC 문화방송 보도국 사회정책팀 박선하 약사님
#약력사항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학사
경력)
전) 삼성서울병원 문전약국 조제약사
현) MBC 문화방송 보도국 사회정책팀 차장
Q.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추가적으로 이 업무의 장단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쉽게 말해서 기자는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뉴스를 보면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나오잖아요. 기자는 그 현장에 가서 그게 언제,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 등을 육하원칙에 따라 취재해서 전달하게 됩니다. 더불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도 보도하고요. 이건 사회부 기자의 업무를 설명한거고요. 업무는 부서와 직급에 따라 좀 다른데요. 저는 현재 입사한지 18년차로 직급은 차장이고 부서의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현장에 나가기 보다 후배들이 현장에서 취재해서 작성해온 기사를 방송에 나가기 전에 고치거나, 후배들이 발제한 기사 기획안을 검토하는 일 등을 맡고 있습니다.
기자의 장단점이라고 하면 ‘예측 불가능’ 이에요. 같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요. 특히 부서 이동으로 사회부에서 정치부나 경제부로 가면 완전히 다른 영역이어서 직업 자체가 바뀐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한테는 좋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사건,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다보니 주말이나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Q. 약대를 졸업하고 기자라는 일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는지 또 특별히 사회정책팀에서 일하고 계신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방송반 아나운서를 했어요. 방송반 경험도 있고 실은 원래부터 신문방송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권유로 성적에 맞춰 약대를 가게 됐습니다. 그래도 계속 방송 분야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지금 여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정책팀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여성가족부를 담당하고 있는 팀인데 저는 데스크로 이 부처들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초고를 감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정책팀에서 일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20년 1월에 코로나가 발생했고,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던 그해 10월에 제가 이 부서로 오게 됐습니다. 저는 입사할 때 약사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받았고, 과거 3차례나 식약처나 보건복지, 의료 분야를 출입했었거든요. 정치를 전공했다고 정치부로 발령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가 특수하다보니 제가 약학을 전공한 것 때문에 또 다시 돌아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업무를 하실 때 약사 출신 기자로서 본인만의 차별점이 있는지 예를 들어서 약사 출신으서로 취재 분야를 선정할 때 있어서 유리한 점이나 다른 특징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는 약대에서 공부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약대를 졸업해서인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혹은 제약회사등에서 이를테면 백신이나 신약개발 등에 관한 자료들을 받게 되면 다른 기자들에 비해 저는 상대적으로 이해가 쉬운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 문화부와 경제부, 국제부 등에도 있었는데
보건의료 쪽에 있을 때가 기삿거리가 가장 잘 보이는 것 같아요. 또 약대생이기 이전에 이과생이다보니 숫자나 과학적인 팩트에 집착하는 면도 있어요. 코로나와 관련해서 가짜뉴스도 정말 많았는데 과학적으로 맞는 사실인지 끊임없이 전문가들에게 집요하게 확인해서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Q. 근무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나 힘들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A. 약사 출신이라도 저는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공채로 들어왔기 때문에, 똑같이 사건기자로 시작했어요. 수습 기간을 거치고 경찰서에서 먹고 자면서 근무했죠.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2005년 쯤, 1년 차 겨울에 동대문 시장에서 큰 화재가 났어요. 취재기자들의 사수 역할을 하며 사건팀을 총괄하는 ‘캡’이 있는데 캡한테서 동대문 시장으로 바로 가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급하게 화재 현장에 가서 카메라 기자와 현장을 찍고 시민들 인터뷰도 하고 방송이 무사히 나갔는데, 캡한테서 또 전화가 왔고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추운 겨울이라서 별 생각없이 목도리를 하고 방송을 했는데, 하필 그게 노란색이었어요. 화재 때문에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상황인데 기자가 눈에 튀는 노란색 머플러를 메고 현장을 누비고 방송하는게 말이 되냐며 호되게 혼났던 일이 기억납니다. 정작 시청자들은 목도리 색깔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도 당시에는 혼나면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뉴스에 비춰지는 제 모습은 나 박선하를 넘어서 MBC를 대표하는 모습이더라고요. 지나고 나서 보니 누군가는 그런 부분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어린 아이를 인터뷰할 때 아이가 저를 올려다보는 자세로 인터뷰를 해서 지적을 받았던 기억도 나네요. 아이의 키가 작으니까 제가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로 마이크를 건넸어야 하는 거죠. 인터뷰이와 시선의 높이를 맞춰야,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시청자들도 보기 편하니까요.
Q. 회사 및 입사 관련에 대한 질문들인데요. 야근이 많은 편인지 또는 방송국 복지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방송국은 365일 돌아가기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합니다. 사회부 야근자는 밤 사이 발생한 사건사고를 취재해 아침뉴스를 만들어야하고, 국제부 야근자는 시차가 다른 유럽과 미국 등 국제 뉴스를 보도해야 하죠. 그래서 정기적으로 야근이 있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밤샘 야근을 합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는 야근날이면 오전 9시에 출근해서 그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을 잠도 안자고 내리 근무했어요. 요새는 야근인 날은 저녁 7시에 출근해서 밤을 새고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해요. 아침에 퇴근해서 그날은 집에서 충분히 쉬고 다음 날 출근하는거죠.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건데 그래도 힘들긴 하죠.(웃음) 월급이나 처우가 약사보다 좋지는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회사가 주는 복지혜택들도 있고요.
Q. 약사 출신이라고 해서 채용 과정이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기자의 채용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채용 절차는 회사마다도 다르고, 같은 회사라도 계속 바뀌어요. 제가 입사할 때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1차는 서류 심사, 2차는 필기시험, 3차는 카메라 테스트, 4차는 1박 2일 합숙 면접, 그리고 5차가 최종 면접이었어요. 그래서 전형 시작 후 합격자 발표까지 한 두 달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다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1박 2일 합숙 면접은 사라진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 관심이 있는 약대 후배님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채용 과정에서 학점이나 영어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학점이나 영어 점수가 좋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회사에서 과거의 경험들로 알기 때문이죠. 실제로 회사에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지만 학점은 좋지 않은 분들도 더러 있어요. 학점, 영어 점수보다 더 중요한 건 ‘세상에 대한 관심’이에요. 요새는 다 자기 삶에만 관심이 많은데, 타인의 삶에도 관심이 많아야 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속한 집단 말고 다른 집단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분명히 입사하실 수 있을 것이고, 입사 후에도 재미있게 일하실 수 있을 거예요.
Q. 그렇다면 입사를 위해서 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추가로 말씀해주실 것이 있나요?
A. 일단 하나는 정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앞서 학점이나 영어 점수에 관해 얘기했던 건 제가 입사할 때를 기준으로 말씀드린 것인데,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서류 심사를 블라인드로 진행하기 때문에 출신 학교를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학점이나 영어 점수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편이에요. 최근 입사한 친구들을 보면 토익은 최소 900점은 넘어야 하는 것 같고, 학점은 아주 높진 않아도 3점대는 되어야 할거에요. 저희 회사는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높은 영어 점수나 학점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 점수를 넘겨야 서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어요.
그 외에 방송기자를 지망하는 분들이 준비하면 좋을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방송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매체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해요. 제가 입사할 당시, 기자 직종의 입사 시험에 ‘무한도전’의 등장인물이 몇 명인지를 묻는 문제 등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를 듣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되었어요. 그러니까 방송 기자를 하고 싶으시다면, 기본적으로 방송 매체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해요. 요즘은 방송국에서도 유튜브 등 뉴미디어 매체를 활용하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도 챙기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방송과 함께 신문도 꼼꼼히 읽으시는게 필요해요. 같은 사안에 대해 언론사별로 어떤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거에요. 다양한 책도 많이 읽으시고요.
Q.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A. 솔직히 저는 많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요즘 약대생들은 많이 못 놀지 않나요? 제가 약대 다닐때가 의약분업이 이뤄질 무렵이라 선배님들 따라서 집회하러 다니고 그랬어요. 학기 중에는 수업을 제대로 못해서 1학년 겨울방학 때 계절학기 듣는 것처럼 수업을 몰아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 때 외에는 신촌역에서 기차타고 강촌으로 놀러가기도 하고, 수업을 째고 비디오방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요즘 약대생들은 학점 관리도 열심히 하잖아요. 저는 학창시절 때 놀았지만, 후배님 들에게도 마냥 놀라고 할 수가 없네요.(웃음) 그래도 미팅, 과팅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 좋겠어요. 놀 때 제대로 잘 놀아야 공부할 때더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책상 앞에 오래 앉아서 계속 공부만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을 사는 건 절대 아니니까요.
Q. 어떤 성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일하고 계신 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A. 사람을 사랑하고 적극적인 성향의 사람이 스스로가 이 일을 하기 편하다고 느낄 것 같아요. 처음보는 사람과 대화해야하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전혀 주눅들지 않아야 하잖아요. 그럼에도 상처 받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일을 하기 훨씬 수월할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들도 꽤 있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사람들에게 뉴스를 통해 무언가를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있으면 좋아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소수나 약자에 관심이 있고,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성격과 무관하게 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언론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기자가 되고 정말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제가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보다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살인 현장의 용의자부터 대기업 총수, 연예인까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폭이 정말 넓어져요.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좁아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언론 분야에서 일하면서 ‘세상에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초반에 입사하고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삶, 다양한 세상이 있을 수 있음에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웃음)
Q. 지금부터 드릴 질문은 기자님께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모은 질문들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났는데, 기자님께서 활동하시는 분야에서도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예를 들어서 현장 취재가 더 어려워졌지 등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현장 취재가 어려워진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보통 기자들은 출입처가 있어서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요. 제가 아까 부서가 바뀔 때마다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게, 예를 들어 경제부의 기획재정부 담당이면 기획재정부 기자실로 출근을 합니다. 또는 내가 산업부나 재계를 맡았다면 삼성이나 신세계 등 관련 기업의 기자실로 출근을 해요. 그곳에서 기사 아이템을 찾고 취재를 하는건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폐쇄된 곳이 많아 대부분의 기자들이 회사로 출근해요.
그리고 정말 많이 달라진 점은, 원래는 인터뷰를 진행할 때 인터뷰이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거의 다 직접 갔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대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화나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면 보다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화상으로 진행하다 보면 사전에 전달 드린 질문에만 답변을 받는 형식이니 아쉬운 점이 있어요. 또, 대면으로 만났던 사람들은 다시 연락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새로운 취재원을 만들기 어려워졌어요. 예전에는 공무원 분들에게 찾아가서 여쭤보면 업무를 하시던 중에도 만나 주셨는데 지금은 그러기도 힘들고 코로나가 2년 넘게 계속되다 보니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Q. 이대학보에 실린 MBC 파업 관련 기사에서 ‘기자는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 라는 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자님께서 이러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혹은 일하시면서 입사 전후의 가치관이 변화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솔직히 말하면 기자가 되고 나서 바뀐 것 같아요. 사실은 저도 나름 범생이로 자라서제 주변에 있는 그룹만 알고 다른 세상은 전혀 몰랐었어요. 그런데 기자로 일하면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 피해를 본 사람들의 제보를 많이 받게 됐어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사건 기자들이거든요. 1, 2년 차 때 사건 기자를 맡으면서 ‘우리 사회에 부당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일을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억울한 일이 있었다”라고 알릴 수 있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반복적으로 알리면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요.
사실 저도 약대생 때 까지만 해도 ‘내가 방송을 하고싶다’, ‘뉴스를 만들고 전하고 싶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 어떤 자세와 가치를 갖고 보도해야하는건지는 몰랐던 것 같아요. 입사해서 일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고 그 과정에서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Q. 약학 전공자로서 기자 활동을 하실 때 기자님만의 어떤 목표가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서 의료나 제약 관련한 사회 정책, 팩트 체크 등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A.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뉴스데스크 앵커가 '약사 출신인 박선하 기자가 보도합니다.'라고 제 기사의 앵커멘트를 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저의 전문성을 보여줄만한 보도에서 앵커가 제 기사를 그렇게 소개한걸로 생각되는데요. 회사에서 저의 '약사' 이력을 인정해주는걸 알기에 저도 보건의료 분야의 기사에서는 제 이름이 나가는게 창피하지 않게 수치나 팩트를 꼼꼼히 체크하고 확인하려 합니다. 요즘에는 바이오 업계와 관련한 기사를 쓰면 주가가 출렁거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특히나 기사가 되는지, 정확한 내용이 맞는지 더 따져보고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약사님께서 입사하기 전에 약사를 10개월가량 했다고 하셨는데, 그때에는 잘 안 맞는다고 느끼셨나요?
A. 저는 대형병원 앞의 문전약국에서 조제를 담당 했었어요. 기계에서 조제되어 나온 몇달 분 약을 일일히 보며 빠진 약은 없는지, 용량은 제대로 들어간 건지 감수하는 업무였는데요.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다보니 단순 노동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여러 과에서 진료받고 온 환자분들의 경우 간혹 병용 금기시되는 약이 처방됐거나 용량이 잘못된 경우도 있었는데, 병원에 연락을 해서 수정을 요청했을 때 일부 의사들의 고압적인 태도에서 상처받은 적도 있었고요. 또 주말에는 일반약 판매를 해야했는데 간혹 무례하게 대하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이러려고 내가 약사가 됐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Q. 기자마다 MBC 뉴스 홈이 있더라고요. 최근 기사에선 코로나 관련 기사가 많던데, 약사 출신이라서 특별히 취재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 건가요?
A.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원래 저는 공채로 들어왔고, 각 방송사마다 의학전문기자가 따로 있어요. 주로 방송사마다 의학전문기자가 의학관련 내용을 담당하는데 저희 회사는 의학전문기자가 퇴사를 하고 제가 차선책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뉴스에 출연을 많이 했고 ‘이건 가짜뉴스고 이게 팩트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어요. 근데 꼭 제가 약사라서 보건의료 부분을 담당하는 건 아니고 공채로 들어오면 다들 모든 부서를 돌게 되어 있는데 코로나는 워낙 사안이 크고 오래 지속되다 보니 약사 출신인 제가 보건복지부를 오래 담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셨다고 했는데 그럼 취재하실 때마다 필요한 전문 지식들이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 이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기자들은 부서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직장에 가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를 깊이있게 알면 좋겠지만 그게 사실 쉽지 않기에 얕게나마 다양한 분야를 아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금융 쪽에 가면 거시경제, 미시경제 등을 공부하는게 필요해요. 제가 기획재정부에 출입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브리핑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전문 용어도 너무 많고, 기본 경제 분야 정책들도 잘 몰라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더라고요. 우선 기자가 보도자료든 브리핑이든 이해할 수 있어야 기사를 쉬운 말로 잘 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출입처로 가게 되면 관련 책들을 사서 보거나 하는 등의 준비를 하는 편입니다.
Q. 약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 혹은 기자로서의 꿈 같은 게 있으실까요?
A.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저는 사실 목표는 이룬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잖아요. 물론 이렇게 빙 돌아오긴 했지만요. 사실 제가 들어왔을 때 회사에서 ‘금방 그만둔다’, ‘약사가 여기서 얼마나 하겠어? 길어야 3년이지’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새로운 부서에 갈 때마다 좌충우돌, 힘든 적도 분명히 있었지만 적응하려고 애쓰고,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다 보니까 정말 17년이 훅 지나간 거에요. 그래서 저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꿈은 이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목표는 기자라는 지위를 악용하지 않고 스스로를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는 것이에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도움이 될 만한 특종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기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을 계속 쓰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기사를 직접 쓰는 위치는 아니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현장으로 돌아가서 좋은 기사를 쓰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Q. 그러면 마지막 질문은 저희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약사님들께 공통으로 드리는 질문인데요, 약사님에게 ‘약사’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너에게 약사란 보험이다.’ 라고 해요. 그리고 저에게 약사란 ‘나의 꿈을 찾아준 직업’이에요. 제가 만약 약사를 안 해봤으면 기자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약사와 기자는 정말 상반되는 직업이거든요. ‘약사로서 일을 해봤기 내가 정말 기자를 하고 싶어 했구나’,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꿈꿔왔던 것을 해야겠다’ 할 수 있었죠. 약사라는 직업이 꿈을 찾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기도 했고, 사실 한편으로는 정말 보험처럼 든든한 마음도 있어요.
오랜만에 약사님이라고 들으니까 너무 어색하고 생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네요.
KNAPS 문서국
장윤미 (이화여대), 이민후 (이화여대), 현유빈 (이화여대)
김현지 (경희대), 송준석 (고려대), 심재민 (이화여대), 정진송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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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박선하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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