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PS

2019-20 WINTER 영국 BPSA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숙명여자대학교 이승현 

파견기간 : 2020.01.13. - 2020.01.25.

 

▶파견기관 : Greenlight pharmacy 

▶본 프로그램은 BPSA(British Pharmaceutical Students' Association)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 겨울방학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된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이승현입니다. 이번 후기를 통해 앞으로 SEP(Student Exchange Programme)에 지원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영국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KNAPS 교환학생관리국장 이예림님, BPSA 교환학생관리국장 Sebastien Bailey, 그리고 흔쾌히 저를 받아주신 Greenlight Pharmacy의 약국장님 Jabin Khatun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1. 교환학생 프로그램 지원동기

    제가 생각하는 직능은 이론과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발휘되는 것입니다. 입학 전부터 관심 있었던 KNAPS(Korean National Association for Pharmaceutical Students)의 여러 프로그램 중, SEP이 다른 나라의 의료 시스템과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직접 비교하고, 그에 따른 약사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보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지원하였습니다.

    SEP을 지원하면서 국가를 선택할 때 기준을 세웠었는데, 하나는 INN(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처방을 하는 국가여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기 좋은, 여행하기 좋은 국가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을 만족하는 국가 중에서 영국이 영어권 국가였기 때문에 1지망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역 약국을 신청한 이유로는 첫째,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약국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둘째, 의료 시스템에 대해 직접 물어보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 지원 과정

    SEP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국문 지원동기, 영문 CV(Curriculum Vitae, 이력서), 영문 ML(Motivation Letter, 지원동기) 이렇게 3가지를 제출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나라 SEO(Student Exchange Officer)의 승인 후 예비선발자가 되고, 참가비 및 참가서약서를 제출한 뒤, IPSF(International Pharmaceutical Students’ Federation) 홈페이지에 지원서를 등록합니다. 이후, 파견 국가의 SEO가 저의 CV와 ML을 읽고 승인을 하게 되면 파견이 확정됩니다. IPSF 홈페이지에서 Application Status가 Interested로 표시된 이후, 파견 기관에서 승인하면 Approved 상태로 표시 되어 파견이 확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종 파견 여부는 파견 국가의 기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ML에서 왜 해당 국가 및 해당 기관을 신청하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는 제출을 앞두고 적으려고 하면 생각이 안 날 수도 있고, 이번 SEP 뿐 만 아니라 앞으로도 제출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활동할 때마다 적어두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어떻게, 어떤 양식에 적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모집 공고에 예시가 있어 참고하여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3. 준비과정

    저는 파견이 확정되고 영국 SEO인 Sebastien에게 메일을 보냈고, 이후 WhatsApp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통, 화폐, 영국의 처방전, 비상전화번호, 가 볼 만한 곳들까지 영국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런던 LEO(Local Exchange Officer)들 및 다른 나라의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단톡방에서 서로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Greenlight Pharmacy의 약국장 Jabin에게 따로 메일을 보내 제가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물어봤었는데, 스마트 캐주얼이라는 드레스 코드가 있어 청바지와 운동화를 못 가져가기에 준비할 때 옷에 조금 더 신경을 썼었습니다.

    저는 약국 실습 기간 2주와 여행 기간 1주를 포함하여 총 3주를 계획했고, 비행기표와 숙소만 예약하고 따로 여행 계획은 잡지 않았습니다. 약국 실습 기간에는 약국으로부터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영국인 호스트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4. 영국의 약국실습

    영국은 국가에서 NHS(National Health Service)라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8-90%의 사람들이 NHS 등록 병원을 이용하고, 나머지 1-20%는 비용이 비싸지만 빠른 시간 안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Private 병원을 이용합니다.) 집 근처의 GP(General Practitioner, 담당전문의)에게 무료로 진료를 받은 후 약국에서 약을 받게 되는데, ‘16세 이하이거나 60세 이상’과 같은 13가지의 해당사항 중 하나에 라도 속하면 면제 대상이 되어 무료로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증상들은 GP의 진단 하에 해결가능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플 때 GP에게 간다고 표현하며, GP의 판단 하에 심각하다면 그때 병원에 간다고 합니다. 제가 2주동안 실습했던 Greenlight Pharmacy는 GP와 연계되어 있는 약국이었습니다.

    약국장이었던 Jabin은 항상 Patient Safety를 강조했고, 그래서 모든 것들이 다 체계화 되어 있었습니다. GP에 의한 처방전은 녹색, 간호사에 의한 처방전은 보라색, 치과의사에 의한 처방전은 노란색으로, 처방하는 사람에 따라 처방전의 색깔이 달랐습니다. 처방전을 받게 되면 먼저 Clinical check를 통해 용량이 제대로 처방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처방전이 자동으로 병원에서 약국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환자가 나중에 약을 찾으러 오거나 약을 환자 자택으로 배달하게 되는데 그 날짜가 처방전을 받은 날짜로부터 6개월 이내인지 확인하는 Legal check를 합니다.

    환자들은 크게 MDS, RDS, PCS, Acute patient 이 4종류로 구분되었습니다. 1) MDS 환자들의 약은 대부분 4주 기준으로 dosette box에 조제되었고, 대체로 나이가 많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었습니다. 2) RDS 환자들은 MDS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찰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고, 약을 1주치마다 상황을 지켜보며 조제하여 전달했습니다. 3) PCS 환자들은 일반적인 환자들이었고, 마지막으로 4) Acute 환자들은 가장 간단한, 대부분 1-2가지의 약만 짧게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었습니다.

    저는 2주동안 MDS, RDS, PCS, Acute 환자들 별로 처방전을 보고 라벨링하는 역할 / 처방전에 따라 약을 꺼내오는 역할 / 약에 맞는 라벨을 붙이고, 약의 이름, 용량, 약의 형태, 환자 이름, 약의 유통기한 등을 확인하는 역할(Accuracy check) / 그 확인이 맞는지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역할(보통 약사가 이 역할을 합니다.) / 마지막으로 배달되는 약이라면 포장하는 역할까지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역할들을 모두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약사님이 검수하기 전에 라벨을 붙이고 확인하는 역할도 있었는데, 이를 Dispensing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Dispenser는 확인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확인 후 자기 싸인을 하고 약사에게 전달합니다. 저도 이번에 제 싸인을 하며 dispensing을 했었습니다.

    Greenlight Pharmacy에서는 약사의 역할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처방전에 따른 약의 조제와 약의 딜리버리 서비스를 하고, 따로 상담실을 두어 환자들이 상담하러 오면 약사가 상태를 보고 일반의약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약을 추천해주곤 했습니다. 또한 환자가 쓰는 새로운 약에 대한 지속적 상태 보고와 함께 복약 지도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Flu 백신을 약국에서 진행했고, Travel Clinic을 운영하여 여행가기 전에 필요한 백신을 약국에서 맞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morning after pill(사후피임약)을 바로 약사에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모든 역할을 약사가 모두 관리하고 담당해야했기 때문에 약국에서 일하는 정직원의 역할도 컸는데, Assistant course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카운터에서 일하는 직원의 경우에는 따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Methadone이라는 약물을 다뤘는데, 헤로인과 같이 중독된 사람들의 중독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먹어야 하는 약물이었습니다. 이 약은 따로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으며 감시대상 환자는 약사 앞에서 삼키는 것까지 보여준 다음에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Jabin은 저에게 dispensing뿐 만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운 역할을 조금씩 보여줬고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항상 질문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제가 배운 게 어떤 게 있는지 말해보도록 했습니다. 제가 아직 3학년밖에 이수를 하지 못해서 직접 상담과 복약 지도는 할 수 없어 이런 부분은 약사 옆에서, 직원 옆에서 shadowing할 수 있도록 계속 기회를 주었습니다. 약국에는 계속 새로운 work experience(학생들 실습)들이 왔었는데, 2주차 마지막 3일 동안은 제가 그 학생들에게 약국 업무를 가르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총 2주간의 짧은 실습이었지만 Jabin 덕분에 많은 것들을 얻어 갈 수 있는 시간이었고, 다음 실습과 경력을 위한 추천서 또한 받을 수 있었습니다.

    Greenlight Pharmacy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고 생각되는 건 자세였습니다. Jabin은 배움의 기회는 스스로 잡아야 한다며 실습생이라면 일거리를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항상 찾아다니라고 했습니다. 궁금하면 바로 질문하라고 했고,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먼저 요청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매일매일 새로운 업무를 배웠기 때문에 매일 저녁 자기 전 그날 배운 내용들을 따로 정리해서 기록했습니다. INN 처방전을 통해 약사입장에선 이 환자가 어떤 질병을 가진 환자인지 바로 알 수 있고, 환자입장에선 자신이 먹는 약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Jabin은 저에게 성분을 보고 이 환자는 어떤 환자인지 계속 생각하도록 훈련을 시켜주었습니다. 아직 3학년이라 약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게 느껴져 그때그때 성분이 어떤 질병에 쓰이는지 기록해서 외우기도 했고, 작년에 배웠던 합성학 목차를 보며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Jabin은 약국에서 항상 모든 직원들과 약사들이 모여 아침에 5 minute talk을 하도록 했었는데, 이 때 상황보고와 업무 분배 뿐 만 아니라 그날 하루의 분위기가 너무 떠 있으면 조심하자고 하기도 하고, 중간에 몇몇 제약 회사들의 계좌가 막혀 약을 주문 못 해서 비상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그 때도 이 시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한번씩 직원들과 개인 상담을 하면서 약국이 원활하게 문제없이 돌아 갈 수 있도록 항상 약국의 환경에 신경을 썼습니다. Jabin은 마지막 날 저에게 이 모든 것이 다 Patient Safety를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며, 나중에 제가 약국 운영을 하거나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될 때 이런 자세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알려주어서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5. 영국 약학대학에서의 청강 기회

    영국에서 따로 Social night와 같은 시간은 없었지만, 영국 교환학생관리국장인 Sebastien 덕분에 미리 학교에 허락을 받아 Kingston 대학에서 몇몇 수업을 청강 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식의 강의 분위기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게 신기했고, 이 날 뉴질랜드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과 만나서  같이 서로의 약대생 커리큘럼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강 이후 Sebastien과 New Malden 이라는 한인타운 같은 곳으로 가서 ‘Kangnam’ 식당에서 한식을 같이 먹기도 했습니다. 올해 WC(World Congress)가 서울에서 개최되어 한국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얘기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6. 이후 여행

    저는 9시부터 5시까지 약국에서 근무를 했는데, 해가 4시쯤에 떨어져서 약국에서 나올 땐 항상 깜깜했습니다. 저녁엔 동행을 구해서 식당에서 여러 음식을 시켜 다 같이 맛보고 이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펍을 가기도 하고 야경 스팟을 찾아다니며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또 런던의 웨스트엔드 지역이 뮤지컬이 유명해서 뮤지컬도 여럿 보고, 태양의 서커스와 같은 공연도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많이 봤습니다. 약국에서 특이하게 의자를 따로 두지 않아 퇴근할 때까지 앉을 수 없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금방 익숙해져서 열심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실습하면서 같이 지냈던 호스트 덕분에 집에서 배달 음식도 시켜 먹어보고, 관광지 외에 다른 지역의 축제도 참여해볼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습이 끝나고 약 열흘 동안은 자유여행을 했었는데, 저는 마켓, 거리, 공원, 맛집, 펍 위주로 돌아다녔습니다. 한인민박에서 지내며 저녁 때마다 민박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잔 하며 하루 있었던 일들을 서로 얘기하고 여행지를 추천해주기도 했었는데 그 때 유명한 곳들 외에도 좋은 곳들을 많이 듣게 되어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한번은 동행과 랜덤 여행으로, 아무 지하철을 타고 아무 정거장에서 내려 아무 식당에 들어갔는데 너무 맛있어서 정말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동행하면서 잊지못할 새롭고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배우며 가장 알찬 2주를 보냈고, 혼자 또는 좋은 인연을 만나 여행하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 해외를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 반 설렘 반이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핸드폰 지역 설정을 영국으로 맞추면 검색할 때 연관검색어도 모두 영국 관련으로 나와서 영국에 빨리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약학과는 다른 과들과 다르게 학기 중에 교환학생을 다녀오기 쉽지 않습니다. 방학을 이용해서 이렇게 실습 할 수 있는 SEP을 고민하신다면 바로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