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PS

2019-20 WINTER 일본 APS-Japan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숙명여자대학교 신지후

파견기간 : 2020.02.05. - 2020.02.22.

 

▶파견기관 : JR Sapporo Hospital, Nanohana Pharmacy, Takazono Company, Sankyu Drugstore, Hokkaido University of Science, Sojo University

▶본 프로그램은 APS-Japan(The Association of Pharmaceutical Students'-Japan)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지원동기

    새내기 약학도로서 제가 나아갈 길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약학이라는 학문은 착한 학문이며 약학을 익힘으로써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약학을 배우기 시작한 입장으로서 제 배움을 ‘어떤 형태’로 사회에 환원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약학대학생연합(IPSF)의 교환학생프로그램은 학부과정 중의 교과과정이나 실습을 통해 경험할 수 없는 다른 나라의 의료시스템이나 정책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약학 대학생들과 정보 교류를 함으로써 각국의 의료나 연구 시스템, 지원 정책 등의 장단점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정보들을 벤치마킹하여 약학대학을 졸업한 이후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임상약학이나 정책 등에 저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준비과정

    가장 먼저 여권이 혹시 만료되었는지 꼭 확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너무 오랜만에 출국하는 것이라서 여권을 확인해보니 만료되어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예비 선발된 이후 학기 중에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Contact Person(이하 CP)과 연락하거나 숙소 예약, 항공편 예약할 때도 여권번호가 필요하니 미리 확인해두시면 편할 것입니다. 국문지원서와 함께 내셔야 되는 Curriculum Vitae(이하 CV)와 Motivation letter가 자율형식이기 때문에 방향을 잡기 위해 구글을 이용했습니다. CV의 경우는 이력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제 막 입학한 새내기였기 때문에 이력사항에 학력, 학점, 교내상, 장학금, 교내외 활동, 어학성적 등을 기재했습니다. 구글의 CV는 형식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이력사항(연구, 실습이나 인턴십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사항들)을 가장 잘 열거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형식을 참고해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Motivation letter는 영문 자소서+자기 어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CV 내용을 살짝 풀어주고 지원동기와 포부를 더하는 식으로 썼습니다. 예비 선발되신 이후에는 선발된 나라의 CP와 주기적인 연락을 통해 숙소, 항공권예약이나 비용, 구체적인 일정 등을 안내 받으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견학 후기

#200207 JR Sapporo Hospital (병원)

*약제실

    해당 병원에서는 최근에 처방전에 환자 정보, 혈중 농도 정보 등을 포함하는 견출지를 함께 붙여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혈중 농도 정보 중 정상치보다 높은 농도는 붉은색, 낮은 농도는 녹색으로 표시해서 관리를 용이하게 했습니다. 또, 처방약의 경우에는 'generic[original]'식으로 기재하여 선배 약사들에게 기존에 쓰던 약과 동일한 성분의 약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약제실 서랍은 label을 통해 조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합니다. 첫째, 같은 약인데 용량이 다른 경우 label의 모서리 부분의 색을 다르게 합니다. High dose의 경우 붉은색, low dose의 경우 푸른색으로 표시합니다. 둘째, 정제나 캡슐이 낱개로 포장되어 생산되는 경우에는 포장재의 색과 label의 색을 맞춥니다. 셋째, 약의 제형이 비슷한 경우에는 자주 처방되는 약과 거의 처방되지 않는 약을 최대한 구분되는 장소에 보관하고 사용합니다. 넷째, label 옆에 신장 그림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약제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처방전에 붙어 있는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약사가 처방전의 타당성 여부를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게 합니다. 마약성 주사제나 경구제의 경우 약제실 금고에 별도로 보관하고 어느 환자에게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장부를 꼼꼼히 기록합니다.

 

*입원환자 관리

    입원 시에는 환자가 소지하고 있는 약수첩(お薬の手帳)과 실제 복용하고 있는 약을 모두 확인하여 의사에게 알립니다. Original과 generic 약의 재고를 같이 관리하면서 original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으면 generic을 처방합니다. 또 하나의 original 당 하나의 generic만을 보유하기 때문에 generic 처방 시 동일한 약제가 처방되도록 합니다. 해당 데이터베이스에는 original HMG-CoA 4mg 대신 generic 1mg이 처방될 때 generic 4개가 처방되어야 한다는 등의 주의사항이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술환자의 경우 수술일정과 약(출혈방지 등) 복용여부를 연동해서 관리합니다. 약의 데이터(종류, 제형, 용량, 주의사항, 부작용, NSAID여부 등)는 언제든 간편하게 확인이 가능하고 이에 해당하는 정보를 인쇄할 수 있습니다. 입원환자의 혈액 검사 수치를 확인해서 약의 작용에 따른 환자 상태를 시간에 따른 그래프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Drug tube에 붙어있는 QR code를 이용하여 환자에게 투약하기 전 3번의 check(약사, 환자, 간호사)를 합니다. Injection도 QR code를 통해서 관리하고, 처방전과 동일하게 환자정보가 기록된 견출지가 붙어있으며 주입속도 등이 추가로 기입되어 있습니다.

 

*전문약사 & Team medical system

    Cancer 전문약사님께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약사가 부족하여 암 병동에서 하루 4시간 정도 의사와 같이 또는 단독으로 회진하고 약제실에서 조제를 하는 업무를 병행하신다고 했습니다. 또, 전문약사의 장점에 대해 3가지 정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첫째, 일본의 경우, 병원에서 전문약사를 채용하면 정부에서 병원에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보다 깊은 전공지식을 가지고 환자와 접하기 때문에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두텁습니다. 셋째, 항생제 전문약사의 경우에는 해당 약제의 적응증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지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 항생제 전문약사는 감염관리국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감염 안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해당 병원 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매뉴얼 작성에 의사, 간호사, 미생물검사기사, 항생제 전문약사가 모두 참여했다고 하셨습니다. 일본 대학병원에서는 'Team medical system'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가 모두 참여하는 conference를 1주일에 1회 정도 연다고 하는데 conference를 여는 빈도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수평적으로 의견 수렴을 하는 분위기를 지향하는데 이는 정부 차원에서 해당 conference를 권장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를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200210 Nanohana Pharmacy (지역약국)

OTC(중간) 건강기능식품(오른쪽)

*접수 및 조제

    환자가 처방전을 가져오면 이전 조제이력과 처방전을 같이 관리합니다. 해당 체인약국은 휴대용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약통의 바코드와 처방전의 바코드를 각각 찍어서 맞는 약을 쓰는지 1차적으로 확인합니다. 이렇게 입력된 처방전 바코드를 통해 각각 가루약, 시럽 등을 제조하는 기계로 데이터가 자동으로 전송됩니다. 시럽을 만들어주는 기계의 경우, 밑에 플라스크를 고정시켜주기만 하면 처방된 시럽의 비율까지 기계가 알아서 섞어줍니다. 연고제를 섞을 때에는 고속회전장치를 이용하는 등 조제 과정 대부분이 자동화 되어있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약사와 한약사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양약과 한약을 동시에 처방할 수 있고 한약(かんぽう; 칸포)에는 다양한 약재가 증상에 따라 하나의 팩에 포장되어 있습니다. 조제가 모두 완료되면, 서로 다른 약사가 최소 2번 이상 처방전과 처방된 약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즉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기 전까지 최소 3번의 확인 과정을 거칩니다.

    해당 약국에서는 tablet PC를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환자의 정보를 기록했습니다. 알레르기, 체질, 이전에 먹었던 약, 흡연/음주/운전여부는 물론이고 처방되는 약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차도 여부, 복약지도 내용 등도 함께 기록합니다. 해당 사항은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OTC 및 영양상담

    일본의 OTC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뉩니다. 이는 부작용, 용량, 중독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정해집니다. 제1류 의약품의 경우 오직 약사만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제2류, 3류 의약품의 경우에는 advisor라는 별도의 면허소지자에 의해 판매될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는 비타민제, 저칼로리의 당뇨병용 사탕, 신장 기능 환자용 저염식 등이 있습니다. 해당 약국은 대형 체인약국이기 때문에 회사에 소속된 영양사가 1명 있었습니다. 영양사는 건강기능식품 상담을 해주거나 환자 집에 직접 방문해서 영양 상담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대학병원은 물론 체인약국 및 몇몇의 지역약국은 처방전을 받는 단계 이후로부터 거의 모든 단계를 기계화하고 OTC판매 업무를 분담(advisor 직군 존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약사가 단순한 조제업무에 할애할 시간을 환자 복약 순응도 확인, 경과 확인 등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0219 Takazono Company (Medical machine maker)

시럽 자동 조제 장치(중간), 연고제 제조용 고속회전장치(오른쪽)
기존의 바코드, QR코드와 동시에 약 자체의 사진을 찍어서 확인(색, 모양 등) 및 기록하는 기계를 카메라 회사(Fujifilm)와 함께 개발했다.

 

#200220 Sankyu Drugstore

    Drugstore 내에 처방전 조제실, 한방(かんぽう; 칸포)전용 약제실, 영양상담실, 운동상담실 등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Drugstore 내의 조제실도 지역약국 약제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 되어있었습니다. 처방전을 접수하면서 체질, 알레르기, 음주/흡연여부 등에 관한 앙케이트를 작성하고 보험카드와 약수첩(お薬の手帳)을 같이 제출합니다. 2019년 4월 이후로 일본에서는 조제보조원이 약을 취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조제보조원이 포장한 약은 약사가 확인하고 약에 붙은 바코드로 이중 확인을 합니다. 조제보조원의 직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조제보조원이 가루약이나 시럽은 취급할 수 없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별도의 면허를 가지고 항암제를 섞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방( かんぽう ; 칸포)전용 약제실 (왼쪽), 처방전 접수 전 작성하는 앙케이트(중간)

    일부 일본의 약국에서는 혈액, 혈압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리필 처방전의 가장 큰 맹점은 환자상태를 그때마다 확인하지 않고 동일한 처방전을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채혈검사를 통해 혈당은 물론 지질 수치까지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약국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약 5분이라는 검사 시간 동안 약사가 환자의 운동 및 식생활 방식을 체크할 수 있다고 합니다.

 

4. 그 외 활동

    2월 6일부터 21일까지의 기간 동안 7일은 훗카이도, 4일은 구마모토, 5일은 후쿠오카에서 지냈습니다. 훗카이도에서는 Hokkaido University of Science, 구마모토에서는 Sojo University에서 워크샵에 참여했습니다. Hokkaido University of Science에서는 첫날 환영파티 이후 도서관을 둘러보고, 워크샵 당일에는 한방(かんぽう; 칸포) 연고인 Shiunko를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라멘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Sojo University에서는 심폐소생술(CPR)과 자동 심장충격기(AED)에 대해 배우고 직접 연습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이후에는 일본 전통 놀이를 체험해보았습니다. 이외의 날들에는 일본 친구들과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관광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5. 맺음말

    새내기 약대생으로서 경험이 자산이 된다는 말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교환학생을 신청하는 것이 막연하게 느껴지고 지원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마인드로 지원했고 무사히 모든 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으로 3가지 정도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언어는 다다익선입니다. 제가 일본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 지원자 요청사항에 영어만 가능하면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설명이 가능하지만 견학할 때 전문가님들께서 설명을 일본어만으로 하시기 때문에 일본어를 할 줄 아신다면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물론 전문가님들의 설명을 일본 친구들이 영어로 다시 번역해서 알려주긴 하지만 저도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일본 친구들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둘째, 프로그램 구성을 명확히 알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프로그램의 경우에, 실습기관에서 인턴십은 운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나라를 정할 때 실습기관이나 요청하는 경력사항들을 꼼꼼히 읽어보시고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셋째, 고민된다면 일단 지원 해보시기 바랍니다. 견문을 넓히는 것은 물론 소중한 인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