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Winter 체코 CzPSA 약대생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홍성민
파견기간: 2019.03.11. ~ 2019.03.22.
▶ 파견기관: community pharmacy, Prague
▶ 본 프로그램은 CzPSA(Czech Pharmaceutical Students' Association)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반짝반짝했던 2주간의 SEP를 추억하며
목차
1. 프롤로그: SEP를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
- SEP를 준비하며
- 브루노 여행: 7개국 약대생들의 만남
- Dr.Max 실습약국
- 근교 여행: 비엔나, 체스키크룸로프, 까를로비바리
2. 에필로그: 지원하기 전에 알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들
3. Special thanks to
1. 프롤로그: SEP를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
지금도 눈을 감으면, 프라하 중심부 바츨라프 광장에서 빨간색 9번 트램이 다가오는 장면이 아련하다. 체코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바츨라프 광장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깜깜한 밤에 기숙사 위치를 몰라서 막막함에 목이 탔었는데… 이틀 후에 그곳에 실습약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착한 첫날에는 공항에서 기숙사까지 안내해 주기로 했던 체코 약대생 친구가 마중 나오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에서 구매한 유심카드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숙소를 찾느라 헤매느라 너무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한국인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었기에 빨리 적응할 수가 있었다. 다음날부터 적응하여 SEP를 속속들이 즐기게 되었다. 2주 동안 약사님들께 직접 체코 약국의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퇴근 후에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인 도시 프라하를 두 발로 누볐으며, 주말에는 해외 약대 친구들과 함께 여행까지 했으니, 필자에겐 참으로 보석 같은 경험임에 틀림없다. 바로 이것이 SEP를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이다.
SEP를 준비하며:
SEP를 처음 알게 된 것은 4학년 겨울방학 때 KNAPS의 National Congress 세미나에서 Dora Lee의 발표를 듣게 된 때였다. IPSF Workshop에서 SEP를 소개했는데,
단순한 해외여행의 의미를 넘어서 ‘해외’의 ‘약대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라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5학년 때는 학교 내 USC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오느라 지원하지 못했고… 6학년 실습을 마칠 무렵에 ‘약사 국가고시가 끝나고 SEP에 지원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SEP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최성민 SEO님께 문의한 결과 약대 졸업 4년 후까지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지원서와 이력서를 준비했다. 약사 국가고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9월에 CV와 ML를 내고,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3월 7일에 출국 길에 올랐다.
브루노 여행: 7개국 약대생들의 만남
3/7 목요일 밤에 프라하에 도착하자 마자 3/8~3/10 주말 동안 프라하 근교 브루노로 여행을 갔다. Flix bus를 처음 탔는데 너무 편해서 그 이후 여행에 계속 Flix bus를 타고 이동했다. 학기 중이지만 약대생 Activity의 일환으로 SEP에 스태프로 지원한 브루노 약대 학생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2박 3일 동안 우리를 위해 숙소 예약 및 픽업, 가이드를 해주고, 매일 손수 아침까지 차려주었다. 체코(5명), 크로아티아(2명), 나이지리아(1명), 두바이(1명), 타이완(1명), 일본(1명), 총 11명의 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브루노 약학대학, 시내 주요 관광지, Science Park, Winery Tour까지 함께하면서 금방 친해질 수가 있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 세계 모든 약학대학은 6년제 인줄 알았는데, 5년제인 나라도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체코의 3월 초 날씨는 짓궂어서 추위와 비 때문에 고생을 했던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게 감사한 여행이었다.
브루노 약대 친구들은 프라하로 돌아가는 길에 먹으라고 직접 바게트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포장까지 주었다. 다정하고 친절한 친구들이었다. 필자는 출발 전에 남대문 문구 도매상가에서 책갈피를 30개 정도 사서 새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준비를 해 갔다. 대만, 일본 친구와 함께 브루노 약학대학 친구들에게 책갈피 뒤에 외국인 친구들의 이름을 우리 말로 적어주고, 우리를 환영해주고 맞이해줘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했다.
Dr.Max 실습약국:
처음에 체코 지역 약국으로 실습을 간다고 했을 때, “체코가 후진국인데 가서 뭘 배울 것이 있겠냐”는 찬물을 끼얹는 말을 들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분들의 걱정과는 달리 체코의 약국은 한국의 약국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전혀 열등하지 않은 탄탄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행히 필자는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체코에는 450여개의 약국이 있는데, Dr. Max가 가장 큰 약국 체인이었고, Benu라는 약국체인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고 했다. 그리고 약사가 소유한 약국 연합형태가 세번째 규모라고 한다. SEP에 참여한 친구들 중에서 병원 약국과 대학원 연구실을 지원한 친구 외에 로컬 약국에 지원한 친구들은 모두 Dr. Max 라는 약국 체인에 근무했다.
Dr. Max 약국은 두 약국이 하나로 묶여서 관리가 되는데, 인력도 공유가 된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한 약국은 프라하 중심부와 중앙역 두 곳이 자매약국으로 묶여서 관리되고 있었다.
필자가 근무한 약국은 Dr. Max중에서도 교통편이 매우 편리한 곳에 있었는데, 로컬 약국에 지원할 때 체코 중심부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코멘트를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6학년 실무 실습 경력이 인정되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 두 개층으로 이루어진 약국이었는데, 지상에서는 처방약과 OTC를 취급하는 공간이고, 지하에서는 화장품을 취급하며, 약품 창고가 있는 공간이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두 층 사이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체코 내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가진 곳은 필자가 실습한 약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하루 처방 3~400건, OTC 3~400건 정도 하는 대형 약국이었다.
Dr. Max 약국 시스템 중에서 특징적인 것을 크게 세 가지만 들자면 다음과 같다.
▶ Planogram: 본사의 지침에 따라서 매달 27일 마다 OTC의 배치를 바꾼다고 한다. 약국약의 위치는 프로그램에 저장되어 있고, 한명의 스탭이 약들의 배치를 관리, 감독한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소비자들이 계절별 약품을 고르기 쉽게 도와줄 수 있음은 물론, 약국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실험실 제조: 완제품 만을 파는 한국과는 달리, 이 곳에서는 약국 안에 실험실이 있어서 연고제, 캡슐제, 좌제 등의 약품을 제조해서 환자분께 드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약사님들께서 Tetracycline연고 및 Dexamethasone 연고 조제 과정을 보여주셨다. 주 성분과 부형제들을 얼마의 비율로 섞으라는 처방전 지시대로 연고제를 제조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 Homeopatie: 체코의 약국에서는 동종요법을 취급하고 있었다. 백신의 개념과 유사하게 어떤 질병을 일으킨 다음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얻게 하는 것이다. 18세기 독일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일반적인 약이 아니라 임상근거도 부족하지만 아직까지 영국 여왕을 비롯해서 동종요법을 믿고 쓰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
2주간 실습 동안 외국인인 필자를 배려해주며, 꼼꼼하게 가르쳐 주신 5분의 약사님들께 작별인사를 하면서 기념 셀피를 찍었다. 매우 바쁜 약국이라서 단체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었다. 총 10명의 약국 직원분들에게도 책갈피 뒤에 감사 인사를 써서 드렸다. 약국에서는 작별 선물까지 주셨는데, Dr. Max에서 취급하는 유리아쥬 화장품과 프라하의 건축물에 대한 멋진 사진이 담긴 책자를 선물로 받았다. “Wish you a lot of success in your study and in your life!” 라는 감동적인 문구와 함께…
근교 여행: 비엔나, 체스키크룸로프, 까를로비바리
1) 오스트리아 비엔나: 브루노 여행에서 친해진 대만, 일본 약대 친구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하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가서 St. Charles Apothe 약국을 방문했다. 병원약국에 근무하는 일본 약대 친구에게 약사님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약국처럼 보였지만 10년 전부터 약을 찾아주는 로봇을 도입하여 자동화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매우 놀라웠다. 체코의 약국에서도 16종의 화장품 브랜드와 허브티, 전통차를 다루고 있었는데, 비엔나 약국에서도 역시 자체 브랜드 화장품은 물론, 허브티, 전통차를 판매하고 있었다. 드럭스토어에 약국화장품 브랜드들을 내어준 우리나라와는 달리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취급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다방면에서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비엔나에서 가장 기대했던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봤는데, 1주일 전에 미리 예매를 하고 갔다. 56유로의 투자를 했지만, 한국의 음악회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2층의 센터 자리여서 그 가치는 몇배가 될 만큼 평생 잊을 수 없는 음악회였다.
2) 체스키크룸로프 Český Krumlov
▶ 2주의 SEP중에서 마지막 1주간은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화창한 날씨라서 더욱 아름다웠던 체스키크룸로프.. 색감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3) 까를로비바리Karlovy Vary
▶대만 친구와 둘이서 주말에 까를로비바리라는 온천 마을로 여행을 갔다. 이 도시에서는 흐르는 온천수를 기념품 컵으로 떠먹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들 보다는 중국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재미있는 추억을 남겼다.
2. 에필로그: 지원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들
1) 영어 vs 체코어?
체코를 1순위로 지원한 이유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영어가능자를 뽑는 국가였기 때문이다. 물론 약사님들이나 직원들은 영어가 가능한 분도 계셨지만, 환자분들은 거의 영어를 못하셨기 때문에 약국에서의 대부분의 대화는 80% 정도 체코어로 진행되었다. 체코어를 조금 더 알았다면 더욱 많이 배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체코로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병원, 약국에서 자주 쓰는 체코어를 준비해 간다면 많은 소득이 있을 것이다.
2) 로컬 약국에 기념선물을 준비한다면?
한국 전통이 담긴 한과를 준비할까 생각도 했는데, 예전SEP 후기를 보니 생강, 계피 맛 때문에 인기가 의외로 없었다는 글을 보고, 면세점에서 사갈 수 있는 한국 전통 차로 준비했다. 일단 무게도 가볍고 약국장님도 좋아하셨다.
3) 국제학생증 만들면 도움이 될까?
국제 학생증을 만들면 입장료부터 Flix bus까지 많은 부분이 할인되므로 다소 귀찮더라도 꼭 만들어 가셔서 혜택을 받으셨으면 한다.
3. Special thanks to…
SEP에 대해 웹 서핑으로 정보를 얻던 중에 예전에 SEP에 다녀오신 싸예 약사님께서 친절하게 질문에 답변을 해 주셔서 지원하는데 지원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린다.
그리고 지원과정에서부터 출국, 귀국 이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도와주신 최성민SEO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언제나 아낌없는 응원과 기도를 해 주시고, ML과 CV를 검토해주신 덕성여대 유재옥 교수님과 먼저 프랑스 SEP에 다녀와서 조언을 많이 해 준 덕성여대 혜원이, ML과 CV를 검토해 준 친구 USC의 Tiffany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최고의 음악회를 추천해 준 선형언니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첫날의 패닉에서 나를 구해준 룸메이트 예진아씨에게 정말 고맙고, SEP에서 만난 Emily, Yui, Zeina와의 아름다운 우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또한 4년여 동안 약학대학에서 사랑으로 가르쳐 주신 덕성여대 약학대학 모든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감사함을 느꼈다. 해외를 여행하는 동안 여러가지 면에서 선진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앞으로 걸어 갈 약사의 길에서 부단히 노력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약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사회는 물론, 세계 보건 의료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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