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Winter 이집트 EPSF 약대생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한혜영
파견기간: 2019.02.11. ~ 2019.02.24
▶ 파견기관: community pharmacy, Ismailia
▶ 본 프로그램은 EPSF(Egyptian Pharmaceutical Students' Federation)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SEP 지원 동기와 이집트였던 이유
나는 내 거의 모든 자금을 여행에 끌어 쓸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환학생에도 당연히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약대에서는 휴학을 해야만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는 점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SEP은 그런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지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어느 국가에 지원해볼지가 고민이 됐다. 정말 다양한 국가들이 있어서 나는 기준 세 가지를 세웠다. 1) 평소에 나 혼자 여행하기 어려운 국가인가? 2) 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점이 있는 국가인가? 3) 그 나라에서 원하는 지원자상에 내가 부합하는가?
이집트는 아프리카, 중동을 연결하는 국가이고,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방대한 유적들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지만 일부 관광지에서 요금 바가지, 신호등이 없는 도로, 그리고 무슬림 국가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등으로 여행 진입 장벽이 높은 국가이다. 하지만 아랍어를 주 언어로 쓰는 국가임에도 아랍어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한국어만을 구사하는 나에게 적합한 나라였다. 또한 피라미드를 실제로 보는 것은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작년에 한국(KNAPS)에서 성공적으로 다녀온 사람이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런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가서 이집트 EPSF를 1지망에 넣게 되었다.
2. SEP 선발, 준비 과정
우선 SEP을 신청하려면 국문 지원동기, 영문 ML, 영문 CV를 제출해야 하고 우리나라 SEO의 확인 후 내가 지원한 국가의 SEO의 확인까지 받고 나면 파견이 확정된다. 그 다음 그 국가의 파견 지역과 파견 날짜를 SEO와 상의해서 정하고, LEO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나의 경우는 지역 약국에서 실습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이스마일리아라는 작은 도시로 가게 되었다. 주말에는 현지 약대생들과 다른 지역을 관광을 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그래서 사전에 이집트라는 국가에 대해서 검색해보았고, 여러가지 자료들을 보면서 기대도 높이고 필요한 지식들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숙소가 현지 대학생과의 홈스테이라 무료였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제일 먼저 끊고 비자, 유심, 환전, 간단한 아랍어 회화, 식 문화 등에 대해서 알아 놓았다. 그냥 여행할 때보다는 스케줄도 짤 필요 없고 숙소도 예약하지 않아도 돼서 학기 중에도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집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혼자 해외에 가는 건 처음이라 약간 긴장됐지만 나와 대화했던 LEO가 굉장히 친절해서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3. 2주 간의 행복했던 기억
내 일정은 2주 간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주말에는 알렉산드리아에 다녀왔고, 두 번째 주말은 카이로에서 보냈다. 평일에는 매일 실습을 했는데, 실습이 끝나면 주로 이스마일리아에 있는 SCU 대학생들에게 유명한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거나 이스마일리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포트 사이드라는 항구 도시에 놀러 가곤 했다. 이집트는 99퍼센트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술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고, 그래서인지 카페가 매우 발달돼 있었다. 또한 내가 지내던 곳이 수에즈 운하 근처였기 때문에 바다를 볼 일이 많았는데, 탁 트인 주변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만 생각하고 온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나라였다.
1) 이스마일리아의 첫인상
이스마일리아는 도시 내 택시 요금이 전부 동일할 정도로 작은 수에즈 운하 근교 도시이다. 게다가 관광지가 아니어서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도 무척 친절했고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도시였다. 처음에는 관광지가 아닌 곳에 실습을 가서 내가 이집트에서 원하는 것을 많이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 끝나고 보니 오히려 외부인들에게 유명한 카이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짜 현지인들의 문화를 많이 체험할 수 있었고, 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마일리아를 떠날 때에는 처음에 걱정했던 게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아쉬웠다.
2) 음식
검색 엔진에 이집트를 검색하니 음식이 맛없으니 한국 음식을 챙겨가라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햇반,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을 많이 챙겨 갔지만, 현지인들이 추천해주는 맛집을 가서 그런 건지 기본적으로 칼로리는 다 높아 보였지만 음식들이 굉장히 맛있었다. 특히 음식값이 싼 편이라 정말 부담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갈 때가 걱정돼서 현지 친구들에게 “나 이집트 와서 3키로는 찐 것 같아…”라고 했더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Right? SO,,, Welcome to Egypt ^_^”라고 말한다…. 그래도 정말 음식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너무 맛있었고 특히 나는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게 ‘그 나라의 음식 체험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진에서 보이듯 거의 모든 음식을 다 체험해보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식사 문화 또한 적잖이 달랐다. 우리는 밥을 먹는 시간에 따라 아침 점심 저녁을 나누지만, 여기는 첫 끼가 아침이고, 두 번째 끼가 점심이었고, 세번째 끼가 저녁이었다. 내가 SEP을 갔던 시기에 이집트 친구들은 개강 첫 주이어서 대부분 학교를 잘 가지 않았기 때문에, 12시에 아침을 먹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식사문화는 여행 시에도 모를 때가 많은데 굉장히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3) 문화
여기는 주말의 개념이 한국과 달라서 금, 토가 거의 공식적인 주말이다. 금요일 정오부터 30분 간은 모든 남자가 모스크에 가서 공식적으로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라서 금, 토가 자연스럽게 주말이 된 것 같다. 여자들은 집에서 기도를 드려도 상관없지만 남자들은 모스크에 꼭 나와야 하는데, 모스크 공간이 모자라서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거리에 단체로 나와서 카펫을 깔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는 종교에 이렇게 독실한 사람들이 대다수이진 않은 것 같은데 여기는 대부분 하루에 기도 드리는 시간을 꼭 지키고, 히잡도 다들 잘 쓰고 다녀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히잡이 의무가 아닌 데도 다들 자율적으로 거의 다 착용하고 다닌다는 점에서도 놀랐다.
그리고 K-POP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칭챙총, 니하오 등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많았는데 이집트에서는 예상 외로 전부 다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고,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을 아는 사람이 많아서 정말 놀랐다. 방탄소년단의 광팬인 친구들도 많고, 한국 드라마를 나보다도 많이 보는 친구들 덕분에 한국인인 나에게도 관심이 집중돼서 한류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쓰는 친구도 있었는데, 한국이 그리워질 때쯤 만나서 한국어로 대화하니까 너무너무 좋았다.
무슬림이라서 알코올,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만 빼면 한국과 정반대에 있는 나라인데도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았고, 정치같은 무거운 주제부터 시작해서 연애 같은 가벼운 주제까지 다양한 면에서 대화도 잘 통해서 너무 재미있게 잘 지냈던 것 같다.
4) 약국 실습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라서 놀랐다. 실습생들도 손님이 없으면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보거나 자기 할 일을 했고, 배고프면 먹을 걸 사와서 먹는 등 약사님들과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여기는 도시 별로 한 개의 대학이 있기 때문에 다 같은 학교 졸업생이라 더 친근한 것 같았다. 나는 아직 4학년이기 때문에 이집트 SEP에서의 실습이 내 첫 약국 실습이었는데, 여기서는 주로 약국에 들어온 약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정리하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팔거나 간단한 증상을 듣고 OTC 의약품들을 파는 일들을 했다. 이집트는 주로 아랍어를 써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영어로 쓰여 있는 것들을 찾아서 열심히 실습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는 처방전을 수기로 써서 주는데, 의사들이 상당한 악필이라 병원에 전화해서 어떤 약을 쓴 건지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잔돈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작은 단위의 잔돈은 그냥 사탕 하나를 주면서 무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그냥 단위가 딱 맞아떨어지게 할인을 해 주었다. 대부분 카드보다는 현금을 쓰는 문화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중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사실 SEP 지원동기에서 전공 흥미보다는 문화 교류의 목적이 더 컸는데, 약국 실습을 하면서 약사님들과 서로의 언어도 가르쳐 주고, 서로의 문화도 얘기할 기회가 많아서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다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5) Social Event (Alexandria, Cairo)
나는 주말마다 알렉산드리아라는 항구 도시와 수도 카이로로 여행을 갔다. 일반인들이 여행 오는 것처럼 그 지역 약대생들이 나를 데리고 여러가지 관광지를 데려가 줬는데, 이땐 다른 SEPer인 인도네시아에서 온 Tita, 루마니아에서 온 George도 함께했다. 다른 SEPer들과도 서로의 나라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 주면서 즐거운 여행을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tita는 나와 두 번의 여행을 모두 함께했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사람 위주로 사진을 찍는 편인데 tita는 풍경 위주로 사람을 찍는 편이라 나와 취향이 잘 맞아서 서로 정말 예쁜 사진을 찍어 줄 수 있었다.
George는 과묵한 편이라 처음에 봤을 땐 기분이 좋지 않나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정말 따뜻한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검은색과 흰색 옷을 좋아하고 잠이 많고 귀엽다 해서 판다라는 별명을 지어 주기도 하였고, 나중에 루마니아에 꼭 놀러 오라고 하는 등 3명이서 너무 즐겁게 잘 지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콰이트 베이라는 요새에서 노을을 보고 보트를 탔고, 그 지역 대학의 English Club에도 참여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투어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알차게 보냈다. 카이로에서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가서 낙타도 타고, 카이로 근교의 사막에 가서 펠루카라는 보트도 타보고, 사막의 돌산도 올라 보고, 포터리 빌리지에서 자전거도 타 보는 등 많은 것을 했다. 또한 그 대학의 정기총회가 마침 내가 갔을 때 열려서 참여해볼 기회가 있었다. 여행 갔을 때처럼 관광을 다녔는데, 현지 친구들이 가이드처럼 친절하게 알려주고 많은 것을 체험하도록 도와줘서 너무너무 재미있게 다녔다. 이집트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이집트‘에 온 기분을 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4. 맺음말, TIP
처음에 이집트에 끌렸던 건 사실 솔직히 말하면 피라미드 등 유적들도 보고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국 실습 때문에 룩소르, 아스완 등 내 실습지에서 먼 관광지는 못 갈 것 같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히려 2주 동안의 이스마일리아 생활은 내 인생 전체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영어가 아무래도 유창하지 않아서 말이 잘 안 통할 거라 생각했지만 연애 상담 같은 가벼운 얘기부터 시작해서 나라의 경제나 정치 같은 무거운 주제까지 일단 대화를 시작하니 못 할 것이 없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서 서로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같이 놀러 다닐 때는 오히려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를 볼 때보다 더 행복했던, 그야말로 SEP에서밖에 해볼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었다.
이외에도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주인 분께서 한국을 좋아하신다면서 음식을 공짜로 주신 일, 카이로에 가는 버스에서 혼자 타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으신 언니가 어디서 내리냐고 챙겨주고 자기 아침도 나눠주셨던 일, Housemate들이 내가 좋아했던 이집트 음식들을 하나하나 레시피를 적어서 선물해준 일, 여러 친구들이 엄마가 직접 짠 털모자와 직접 만든 음식을 챙겨준 일 등등 어떻게 보면 나는 말도 잘 안 통해서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 있는 외국인인데 다들 먼저 챙겨주려고 해서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 나도 한국을 알려주고 싶어서 음식, 화장품 등등 이것저것 선물을 많이 챙겨갔는데도 내가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만난 모든 이집트 친구들은 뭐라도 자꾸 챙겨주려고 하고 항상 타인에게 친절한 친구들이었다. 2주가 길 줄 알았는데 너무 짧고 아쉬웠고, 다음에 꼭 이집트를 한 번 더 와서 여기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로 약속했다. 교환 학생보다도 더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던 SEP을 모든 KNAPS 회원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이나 아시아가 아닌 조금은 생소한 나라라면 그 경험은 더더욱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인상적인 추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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