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13 이은솔
작년 한 해 우리나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국민적,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습니다. 메르스의 여파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 등이 악재로 작용하여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6%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5년 12월 23일 방역당국이 메르스에 대한 '상황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218일 동안 이어졌던 메르스 사태가 우선 일단락되었습니다.
메르스 총 확진자 수는 186명, 사망자 38명으로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세계에서 2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치명률은 20%로 국가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감염속도 또한 중동지역보다 더 빨랐습니다. 외국이 2012년부터 발병한 숫자임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최단기에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중동과 교류가 더 많은 미국이 감염자수 2명, 사망자수 0명인 점과 비교해 보았을 때 반성해야할 부분이 매우 많은 결과입니다. 각 국의 어떤 대응 차이가 이런 극심한 결과를 낳았을까요? 전염병 통제 및 관리 시스템이 우수한 대표적인 나라 미국과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전염병 관리 시스템의 개선방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을 예상하여 매뉴얼을 미리 제작, 미국 전역의 의료기관에 배포하여 감염자 발생에 빠르게 대응하였습니다. 그 결과 2014년 미국 내에서 환자가 발생했지만, 2013년에 이미 배포한 매뉴얼에 따라 빠르게 초동 대응을 하여 확산을 막고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빠른 확진 시스템을 통해 미국의 메르스 첫 번째 환자는 사우디를 떠난 지 8일 만에, 두 번째 환자는 10일 만에 메르스 확진을 판정 받았습니다. (한국 첫 환자는 바레인을 떠난 지 17일 만에 확진 판정) 병원은 지침에 따라 환자를 격리 진료실에서 초동 진료했고, 모든 의료진에 특수 장갑과 가운 등을 착용하게 하여 2차 감염을 예방했습니다. 특히 CDC는 환자와 직.간접으로 접촉한 비행기 및 버스 탑승객들에게 연락을 취해 전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여 발 빠른 초동대처를 통해 병의 확산을 차단했습니다. 미국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2명 모두 치료 후 생존하였으며 500명 이상은 음성으로 판명되어 추가 감염자는 없었습니다.
일본
일본은 SARS 이후 신종 감염병에 대해 경각심이 생겨 신종 감염병을 계속하여 체크해 오고 있으며, 중동지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2013년 메르스를 ‘지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각 상황을 상세하게 기술한 관리 대응 매뉴얼을 자치단체 및 병원에 배포하여 병원 내 감염 대책을 확립하였습니다. 2014년 7월에는 메르스 및 조류독감에 대한 병원 내 감염 대책을 공고하여 병원에서 의료진과 다른 환자 및 지인들의 2차 감염 예방 대책을 체계화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에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구축한 것입니다.
또한 2015년 1월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표준 대응 흐름도를 공고했습니다. 2015년 1월 21일자로 메르스를 조속한 신고가 필요한 ‘2류 감염병’에 추가시키고,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시약을 전국 지방위생연구소에 배포하여 입원 권고에 따르지 않을 시 강제입원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표준 대응 흐름도에 따르면 입국시 한국을 포함하여 메르스 환자 발생 국가에서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인 경우 메르스 감염증상(열 38도 이상, 전신권태)이 있는지 검사하고, 의심환자의 경우 검역소와 국립감염증 연구소, 광역지자체가 체계적으로 연락을 하고 환자를 관리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타국에 비해 교류가 잦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미리 구축돼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확진을 판정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빠른 확진 시스템의 실패는 환자 격리 진료의 실패로 이어져 급속한 2차 감염을 야기했습니다. 첫 번째 감염자가 의심 증상을 보인 뒤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9일 동안 네 군데 병원을 돌아다녔으며 이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를 퍼뜨려 초동대처에 실패했습니다. 더불어 정부는 치료병원과 환자의 동선, 역학조사 정보 등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더 방치되었습니다.
개선방향
제 2의 메르스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는 1월 1일부터 ‘긴급상황센터(EOC)’를 설치하여 24시간 국내외 감염병 발생 상황을 실시간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EOC(Emergency Operations Center)는 국내외 감염병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감염병 정보에 대한 실시간 수집과 분석, 대규모 실전 훈련, 긴급대응팀 파견, 백신이나 격리병상의 자원비축 등의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보건·검역 전문가로 구성된 요원들이 교대 근무를 통해 24시간 빠짐 없이 국내외 감염병 발생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실 요원뿐 아니라 EOC의 다른 직원들도 상황실에 집결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역학조사관 파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소통'이 신속한 감염병 대비·대응의 핵심이라고 보고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해외 기관, 관계 부처, 지역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 공항·항만의 검역소와 상시적으로 영상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네트워킹 체계를 갖췄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앞으로의 감염병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일본과 3국간 공동 감시체계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감염병 발병 여부와 조치 상황들을 출입국 단계에서부터 빠르게 공유하여 상시 핫라인을 구축해 자국 및 해외 감염병 정보와 출입국 검역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방침입니다. 아울러 이번 3국 보건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보건장관 간 양자회담 그리고 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 양자회담도 열렸습니다.
보건 당국이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치명적인 허점을 수차례 드러낸 가운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나라의 우수 시스템을 배우고, 실패한 사례에서도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의 감염병 대응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책 수립에 시사점을 얻어 더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2016 보건 시스템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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