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Talk with Pharmacists #33
# 코스메슈티컬 회사 대표 김영선 약사님
#약력사항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제약학과 졸업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약리학 박사
경력)
전) 이지함 화장품(주) 대표
현) 케이벨르(주) 대표
‘코스메슈티컬’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화장품을 뜻하는 Cosmetics와 제약을 뜻하는 Phamaceuticals의 합성어인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은 국내 5,000억 가량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는데요. 이번 'Talk with Pharmacists'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하시고 화장품 약리학 박사를 취득하신 후 현재 케이벨르의 대표를 맡고 계신 김영선 약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끝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케이벨르의 CEO를 맡고 계신 약사님을 함께 만나볼까요?
Q. 현재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현재 ‘케이벨르’의 CEO로서 제품의 마케팅과 R&D 관리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케이벨르는 에리슨 제약의 자회사로 제가 세운 회사예요. 그래서 일반적인 인사와 총무 관리는 에리슨 제약에서 맡고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크면 여러 부서가 사내에 존재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핵심 인력만 두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스타트업의 규모이기 때문에 제가 마케팅, 등록 관련 업무, R&D 등 대부분의 일도 하고 있습니다.
케이벨르는 K-뷰티라는 뜻으로, 수출품을 위주로 제품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출시하고 있는 미백, 주름, 탈모, 여드름, 피부염 5종의 제품을 개발하는 부분에 있어서 자체 연구소는 없지만, OEM을 맡은 회사의 연구원들과 함께 기획, 개발에 참여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Q. 지금까지 다양한 일에 도전하셨습니다. 회사를 창업하고 CEO가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나요?
A. 저는 91년도에 졸업하고 약국이나 병원보다는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 제약회사에 입사 후 주로 마케팅부서와 PM으로 일했어요. 처음에는 키미테 제품을 판매하던 명문제약에서 PM으로 2~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이후 일을 그만두고 약국에서 잠깐 근무하게 됐을 때 아시는 분께서 한국 존슨앤존슨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그때가 이지함, 차앤박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피부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였는데, 피부과 의사가 안전하다고 추천하는 화장품이 소비자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존슨앤존슨도 자사의 화장품을 의료 전문가에게 더 전문적으로 홍보할 마케팅 전문인력이 필요해서 약사를 채용한 것 같아요. 그렇게 약사로서 화장품 관련 일에 종사하게 되었어요.
그 후 존슨앤존슨에서 마케팅을 하면서 이지함 피부과를 알게 됐고, 의사선생님들께 같이 화장품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을 받았어요. 저는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기보다는 다양한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예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많이 두려워하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존슨앤존슨을 3년이나 다닌 시점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을 했고, 결국 화장품 회사의 CEO가 됐습니다.
어디에서 일할지 결정한다고 해도 직접 일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직접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본인의 적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약사로서 화장품 회사가 생소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화장품에 약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지함 화장품도 약과 유사한 성격의 기능성 화장품, 즉 코스메슈티컬 분야에 도전하게 된 거예요. 화장품의 경우, 제가 소비자면서 생산자이기도 하니까 더욱 흥미가 생기고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Q. 약사님께 화장품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색조 화장품이나 향수는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패션이고, 기능성 화장품은 속옷에 비유해서 생각해요. 속옷은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는 기능적인 역할이 있잖아요. 피부에 닿는 거니까 소재도 좋아야 하고요. 그와 비슷하게 기능성 화장품에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고 보습, 기미 색소와 주름 방지 같은 기능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색조화장품은 패션처럼 개성을 보여주고, 기능성 화장품은 속옷과 같이 내 피부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요.
색조 화장품의 경우는 약사가 하기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그런데 기능성화장품에 있어서는 약사가 피부에 어떤 게 좋은 지 잘 알고 건강에 대해서 전문가니까, 이런 부분에서 약사가 화장품을 개발하면 우리 피부에 더 기능적, 효과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약사 출신으로서 화장품 분야에서 일하시면서 강점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요즘에는 "바르면 예뻐져요’"같은 단순 홍보보다는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즉 기능성을 가져 미백이나 주름개선 같은 구체적인 기능이 명시가 되고 있잖아요. 의약품의 효능 개념이죠. 의약품은 신체 중심, 화장품은 피부 중심이긴 하지만 이는 둘 다 약사가 알고 있는 부분이므로 약사로서 강점을 가지는 것 같아요.
다만 약사들은 새로운 발상을 하고 마케팅을 하는 면에서는 조금 약한 편이기에, 이 부분이 좀 장벽이 되긴 하죠. 또한, 약사로서 약의 효능보다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헬스케어 등 고객 맞춤화로 일반 소비자한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지금 졸업하시는 분들은 기존에 했던 부분들이 아닌, 새로운 것,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Q. 해당 진로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코스메슈티컬은 이미 전망이 밝고 대세가 되었어요.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안티에이징 등 일반 화장품에서 나아가 이제는 코스메슈티컬, 보톡스나 시술이 많이 일반화되었죠. 옛날에는 보톡스, 레이저 시술이 비싸고 시술이 가능한 곳이 얼마 없었지만, 요즘에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처럼 화장품도 10년 전 즈음부터 다양한 방면으로 활성화되었어요. 또, 약사가 피부에 대해 알고, 환자분 피부 타입이 어떠하니까 이것을 추천해 드린다고 하면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지만 기계적으로 주면 굳이 약국에 갈 필요가 없죠. 따라서 본인이 화장품이나 피부 전문 약사라고 하면 피부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환자에게 조언할 정도의 전문적 공부를 해야 해요. 그러한 상담이 가능해지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온라인에서 사기보다는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약국에서 살 거예요.
Q. 약사님의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학창 시절 가정 상황이 조금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도 마련하고 용돈도 벌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즐겁지 않던 학창 시절이었어요. 공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선배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공부를 잘하지도, 열심히도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것들을 많이 했어요. 동아리도 하고, 이화여대 대표, 과대표도 하는 등 공부보다는 다른 활동들을 더 열심히 했지만 그렇게 즐겁지는 않던 학창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생활이라 하면 미팅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런 걸 상상했는데 여대이기도 하고 집안이 어려우니까 연애도 어렵고 서툴렀죠. 특히 약대는 수업을 빼먹으면 따라가기가 벅차고 앞자리를 사수해야 하니까 고등학교 때와 다름이 없었던 것 같아요.
Q.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실제 업무에서 어느 정도 사용된다고 느끼셨는지, 그리고 약대에서 배운 과목 중에 어느 과목이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초반에 이지함 화장품을 할 때는 의사들과 병원에서 쓰는 제품을 개발해서 ‘이지함’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했어요. 이때, 학교에서 배운 물리 약학(Physical pharmacy), DDS(Drug Delivery System) 가 도움이 되었어요.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과목인데, 이 내용을 화장품에서는 이지함 화장품이 피부에 어떻게 흡수되는지에 대한 것을 이해하는 데 좋았어요. 예를 들어, 분자 크기가 큰 레티놀이나 비타민C 같은 성분은 ‘리포좀’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피부 내로 흡수되는데, 이때 약대에서 배운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우리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수학을 배울 때, 미적분 대학에 가기 위해 필요하지, 막상 살아가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수학 공부를 통해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면, 이 능력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접할 때도 논리적이고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약대에서 배우는 과목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기억해 놓으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들을 통해서도 성실성과 인내를 배울 수 있고, 이는 나중에 어디에서 일하든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도 졸업하고 약대 대학원을 진학할까 고민했는데, 공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고, 취직을 바로 할 수도 없어서 진학하지는 않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대학원에 가기보다는 명확하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 사람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회사에 다니면서 대학원 고민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존슨앤존슨을 다니면서 경영대학원에 갔습니다. 마케팅이나 경영과 관련된 지식을 약대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잖아요. 그런 부분을 채우고 싶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에 가도 좋아요. 그 이후에는 이지함 화장품을 운영하면서 언론홍보대학원을 다녔는데 홍보에 대한 능력도 키울 수 있었죠.
Q. 박사학위를 위해 한의대학교에 진학하셨는데, 특별히 한의대학교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그때는 제가 이지함 화장품을 다닐 때였는데, 화장품을 약리학적으로 푸는 학교가 그곳 밖에 없기도 했고, 교수님과 인연이 있었어요. 당시 이지함 화장품이 한의대학교에 기업 부설 연구소도 내고 연구도 같이하면서 박사학위를 위해 한의대학교를 갔습니다.
Q. 지금까지 오기까지 겪었던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첫 취업을 앞둔 약대생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이에요. 저는 이지함 화장품에서 의사선생님들과 동업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과의 갈등이 있었고 또 직원들과의 갈등도 있었어요. 직원들과의 갈등은 회사가 작았을 때 지원을 잘 안 하다 보니 사람을 채용하기가 어려웠고 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 몇 달 다니다 마는 경우가 많았죠. 그렇지만 대학교는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거고, 직장은 내가 돈을 받고 다니는 거니까 (웃음) 사람에게서 오는 고통을 감내해야하죠. 사람 간의 문제로 1~2년 하다 그만두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면 회사에도, 본인에게도 손해인 거 같아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었습니다.
Q. 여러 도전을 하시면서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이지함 화장품을 하다 그만두고, 줄기세포 회사도 도전하고 그만두고 여러 가지 것들에 도전한 이력들이 많은데, ‘그때 그냥 참고 좀 더 있을 걸’이라는 후회가 드네요. 당시에는 ‘몇 년 했으니 그만하면 됐으니 새로운 걸, 다른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5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인생이 많이 남은 거예요. 저는 졸업을 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공부도 하고, 영어 학원, 일본어 학원도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엄청 바쁘게 살았어요. 그리고 평범하게 살기보다는 CEO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열심히 준비했어요. 젊었을 때 여러 가지 일을 했던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앞서 말한 회사 운영에 대해서 좀 더 오래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계속 드네요.
Q. 약사님께서 지금까지의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동기나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지금도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열정이라고 얘기를 해요. 동기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성취감을 맛봤던 것 같아요. 저에게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뭔가를 열심히 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느끼고 남들도 저를 인정해 줬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품을 개발했는데 그 제품의 품질이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스스로 되게 잘했다고 느껴질 때, 이런 게 성취감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는 기분이 우울하면 좋은 옷, 예쁜 옷 사 입고 그러면 기분전환도 되고 그랬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인 성취감에 대한 부분들이 커졌어요. 일하면서 느끼는 자존감과 제가 원하는 목표를 조금이라도 달성했을 때 오는 성취감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제일 크고 그런 걸 추구하면서 살고 있어요.
또, 하고 싶은 말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부지런하게 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또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것이에요.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된 것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랍니다.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덕에 존슨앤존슨에 입사할 수 있었죠. 외국인 손님들과 영어로 미팅할 때 저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까 약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는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과는 대화를 이어 나가고 미팅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는 모습을 보며 이런 기회들을 잡으려면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세웠고, 그 덕에 글로벌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존슨앤존슨 직원으로 이지함 피부과에 가서 영업할 때, 지사장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을 열심히 했어요. (웃음) 그만큼 열정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이지함이 저한테 같이 회사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던 거겠죠.
아무튼 기회는 저절로 오지 않아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지금 하는 것과 다른 방향의 것일지라도 준비를 해 두어야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거죠.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회가 오지도 않을 뿐더러 기회가 와도 자신이 기회가 온 것을 알아채지 못해요. 1년 일하고 그만둔 다음 여행 가는 것을 반복하거나, 남들처럼 퇴근한 뒤에 쉬기만 하면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남들과는 다른, 더 큰 노력을 할 때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Q. 약사님께서는 번아웃이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아니면 극복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번아웃이 와도 그냥 막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효율이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못했지만 쉴 때는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이지함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할 때 중국어를 배우고, 학교에 강의하러 나가고, 회사에서 일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회사직원이 새로운 얘기를 하러 제 방문을 두드리면 안 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회사에 집중해야 되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진 거예요. 그 당시엔 욕심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그런 부분은 손해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기엔 사람은 한계가 있으니까 선택과 집중을 하는 사람보다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나중에 한 직원이 그러더라고요. 그때 대표님이 너무 바쁘시고 피곤해 보이셔서 어디 가서 얘기하기가 힘들었다고요. 예전에는 번아웃이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쉰다는 부분에 대해서 죄책감이 들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 인간관계나 네트워크를 쌓는 데에 있어 본인만의 팁이 있으시다면 궁금합니다.
A. 사람 간의 관계는 ‘Give and Take’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죠. 이건 금전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항상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어떤 것을 줄 수 있고, 상대는 나에게 어떤 것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계산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항상 상대를 배려하라는 뜻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베풀었는데 그 사람에게 주는 것이 없으면 관계가 오래갈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부분들을 명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상대방이 본인보다 재산이 10배가 있다고 가정할 때, 나에게 10만원 식사를 대접하면, 저는 10분의 1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에요. 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소중한 돈과 시간을 쓴 만큼 보답을 해야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이 있어야만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가 있어요.
Q. 약학대학 학생들에게 소위 ‘문과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이를 어떤식으로 키우면 좋을까요?
A. 제가 이전에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딱 두 가지를 강조했어요. 하나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 다양한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통하는 능력이었어요. 소통하는 능력은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인데, 만약 이 부분이 부족하다면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어요. 즉 타고난 것보다 연습이 더 중요해요. 발표할 때 떨리는 이유는 잘하고 싶은 욕망과 연습이 덜 됐다는 불안감 두 가지예요.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게 연습을 하면 덜 떨립니다.
저의 경우, 처음에는 강의 원고를 작성해서 서론, 본론, 결론에 대한 흐름을 파악했어요. 다만 원고를 그대로 외운다면 긴장돼서 중간에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친구와도 연습했죠. 그리고 시선, 제스처를 익혀서 자연스러운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고, 청중과의 소통 또한 신경써야 해요. 저도 강의를 처음 나갈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여러 번 발표하면서 연습하다보니 익숙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회사에 가면 사업 계획, 마케팅 플랜 등을 발표해야 합니다. 발표를 위해 PPT도 만들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 예산 등 자신의 논리를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고와 소통을 잘할 수 있어야 해요. 즉, 제한된 시간 속에서 상대가 원하는 바라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지요. 약학과는 다른 과에 비해서 발표, 토론 등 소통을 할 기회가 적지만, 대신 전문성이라는 강점이 있죠. 여기에 소통능력을 연습하여 겸비한다면 아주 좋을 거예요.
Q. 약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케이벨르가 2019년에 시작해서, 2020, 2021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마케팅을 제대로 못 했어요. 그래서 정착이 좀 늦었는데,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 해외시장에서도 K-뷰티라는 개념으로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다른 코스메슈티컬 제품도 많이 개발해서 잘 정착시키는 게 꿈이죠.
Q. 약사님에게 약사란 무엇인가요?
A. 일반적으로 여태까지는 약사들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만 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약사가 일반의약품, 그리고 더 넓은 범위로는 건강기능식품, 코스메슈티컬에 관심을 가지고 전반적인 건강, 헬스케어에 관련되는 모든 부분을 약사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미래에는 바이오, 헬스케어, 줄기세포 이런 분야에 약사가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KNAPS 문서국
고경현(중앙대), 김유진(이화여대), 김하늘(이화여대), 김현지(경희대),
송준석(고려대), 이소은(중앙대), 이혜윤(중앙대), 장유진(이화여대),
정진송(이화여대), 한상효(덕성여대), 현유빈(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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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김영선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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