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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SUMMER_스페인_AEF-UB 약대생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윤지은

                               파견기관: 지역약국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 파견기간2018. 07. 02 ~ 07. 31
▶ 본 프로그램은 AEF-UB(Associació d'Estudiants de Farmàcia de la Universitat de Barcelona)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2018년 여름 스페인(AEF-UB) 바르셀로나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윤지은입니다. 저는 스페인의 AEF-UB 약학대학생연합을 통해 바르셀로나의 지역약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으며, 앞으로 Student Exchange Program을 지원할 우리나라의 약대생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제 파견 후기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1주일 전에 스페인을 방문하는 외국 교환학생들과의 단체 채팅방을 통해 1달 동안 함께 지낼 친구들과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특히, 전달받은 자세한 스케줄 표는 그 동안 가졌던 걱정을 한 번에 날려주었습니다. 많았던 걱정이 한순간에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1달간의 Student Exchange Program이 시작되었습니다.12시간의 긴 비행과 이동 끝에 교환학생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숙소에 처음 들어갈 때의 안도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긴장한 첫 출근]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지정된 약국으로 각자 출근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많이 긴장한 채로 첫 출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실습했던 지역약국에는 영어가 능통하신 약사님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공부 차 오신 여약사분과 약국장님의 아내 분 정도가 영어로 수월히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다른 약사님들과는 소위 말해 body language와 표정으로 대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다행히 소통이 안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스페인어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저는 언어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걸 못 배우고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약국 일은 언어가 능통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았습니다

 약사의 주 업무는 환자들과 소통하는 일이지만, 저는 아직 약사 자격증이 없기에 환자들을 위한 복약상담 등 소통은 할 수 없어도 그 외의 약국 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주로 약 재고 파악 및 정리를 하면서 약국 운영에 대해 파악해보았으며, 약사님들 옆에 서서 여러가지 업무들을 보조했습니다. 환자들이 건내 준 처방전과 처방약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나면 약사님들께서 환자와 상담한 후에 해당 약을 옆의 서랍에서 꺼내 옵니다. 스페인 약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처방전에 처방되어 판매하는 약에 대해서는 약 박스의 바코드 부분을 잘라내어 따로 보관합니다. 매출과 재고 파악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함이라 하셨습니다. 판매 약 중 대다수가 처방약이기 때문에 약사님들 옆에 서서 커터 칼로 바코드 부분을 잘라내는데 열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다른 듯 스페인 약국 시스템]

 약국에서의 교환학생기간동안 스페인의 의약업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스페인의 약국은 우리나라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 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의약계 현황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전 국민 의료보험 보장이 되어 있을 정도로 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었고, 의약분업도 물론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약국의 약국장님은 특히 연구 쪽에 관심이 많으셨기에, 이 덕분에 약국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약국 내부에 실험실이 있어서 그 안에서 약을 제조할 수 있는데, 실험실에서는 주로 마약류 해독제, 진통제(morphine )를 주로 다뤘습니다. 스페인에는 생각했던 것 보다 마약에 노출된 사람들이 꽤나 많았고, 그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사들은 SPD(Personalized Dosage System, 환자들에게 일회에 복용하는 약들을 한 번에 포장하여 조제하여 전달하는 시스템)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약사님께서는 동종요법(homeopathy, 질병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시켜 치료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와 관련된 약도 많이 조제했습니다. 전부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약국 내 실험실에서 조제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건강보조제 상관없이 약국에서 판매 가능한 물품들을 예약주문 한다는 점입니다. 환자들이 자신이 필요한 특정 물품을 약국에 주문하면 약사들은 해당 물품을 선결제한 후 다음 날이나 며칠 후에 해당 물품을 구해와 환자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꼭 대량 구매가 아니더라도, 주위 약국이나 도매 상인들로부터 필요한 약품을 소량으로 조달 받는 방식으로 판매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한국에도 도입되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중 하나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일단 제가 근무했던 약국에는 기계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럴 만한 스페인의 처방 방식에 이유가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보통 약을 처방 받게 되면 일주일 치 분량의 각각 다른 적응증을 갖는 약이 하나의 봉투에 묶여서 나오기 때문에, 환자는 편하게 점심, 저녁에 맞춰 해당 봉투에 들어있는 약만 복용하면 됩니다. 이와 달리, 스페인에서는 보통 약을 박스 단위로 구매해 갑니다. 감기에 걸렸다 해도 Paracetamol 1 box 혹은 Ibuprofen 1box 단위로 약을 처방받아 갑니다. 어찌 보면 약을 남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해당 약이 집에 남아있으면 환자들이 이 약은 집에 있으니 주지 않아도 된다라고 약사님들께 말하면 그 약은 더 이상 구매해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 때문인지 몰라도, 환자들이 본인이 복용하는 약이 어디에 쓰이는지, 해당 약을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등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약 복용을 많이 하니까 더 자세히 아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본인이 복용하는 약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에게 일주일치로 각 일수에 맞추어 서로 다른 약을 봉투에 담아주는 방식을 운영 중인데, 스페인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은 SPD(Personalized Dosage System)라는 이름으로 일반약이 아닌, 주로 마약류 해독제를 처방할 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또는 약이 너무 많아 헷갈리기 쉬운 환자들의 경우, 약사들 판단 하에 SPD를 적용하는 식이었어요. 각 국가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여러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더 선진화된 약국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교환학생으로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약국 근무에 있어서 좋았던 점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스페인어에 있어서는 문외한인지라 혹여 알아듣지 못해 배울 점이 없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옆에서 약사님들이 근무하시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그 나라의 문화와 제도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말을 아끼고 관찰하는데 주로 시간을 쏟았던 것이 결과적으론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이 뿐 아니라 또 하나 가장 좋았던 점은 약사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느낀 따뜻함이었습니다. 약사님들에게는 저 멀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여학생에게 편견 없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노력해주셨던 마음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감동적이고, 한없이 감사했습니다. 훗날 약사가 되어 저와 같은 케이스로 먼 타지에 온 학생을 돌볼 기회가 있다면, 저 또한 그들이 제게 베풀었던 것과 같이 그들이 한국 약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라 다짐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느꼈지만, 언어 장벽은 그리 큰 장벽이 아닙니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구글 번역기를 써서라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은 그들의 눈빛과 사소한 행동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답니다.  


 물론 스페인어에 능통했다면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약사님들께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영어로 대략 설명은 해주셨지만, 제가 직접 알아듣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그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해당 국가 언어를 할 줄 아신다면 더 많이 배우고 오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지인들과의 밀접한 문화교류, SEP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꼭 추천하고 싶은 SEP의 장점은 SEP을 통해 경험하는 그 나라의 문화입니다. 저는 4년 전, 친구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간 유럽 여행이라 정보도 많이 부족하고, 특히 돈이 부족했습니다. 당시엔 최대한 돈을 아끼며 여행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제가 약 1달간 다녀온 것과 비교하면 비효율적으로 돈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번에는 스페인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현지 맛집과 여행 팁들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배낭여행으로 갔을 땐 몰랐던 스페인 사람들의 현지 인사법, 삶을 대하는 태도 및 성격을 충분히 배우고 왔습니다. 스페인 친구들은 양 볼을 맞대는 인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그들과 인사할 때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스페인 친구들 뿐만 아니라 같이 교환으로 온 14명의 각기 다른 국가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습니다. 매일 근무 끝나고 어디로 놀러갈까 계획 세우느라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여담이지만 다녀본 여러 유럽 국가들 중에 스페인만큼 친절한 나라도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인종차별이 거의 없는 국가 중 하나 였어요) 저는 실습이 끝나고 부모님과 함께 바르셀로나 뿐 아니라 여러 도시들, 그리고 포르투갈까지 여행했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흥이 넘쳐 즐길거리가 굉장히 많았던, 제 인생에 다시 없을 후회없는 한 달이었습니다.

 


[SEP추천? 저는 주저할 것 없이 추천합니다!]

 SEP에 지원할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저는 꼭 지원하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저도 스페인으로 가기를 확정 짓기 전까지 고민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일단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고, 처음 지원할 때의 패기와 달리 타지에서 1달 간 약국 근무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현지에 가서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넓은 시야를 품고 오라는 부모님의 지지에 많은 고민을 뒤로 하고 결국 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더 없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SEP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하고 온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의 더 많은 약학대학생들이 SEP의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