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PS

서울대학교 김도연
파견 기간: 2024.02.05. ~ 2024.02.19 (2주간)
파견 장소: 지역 약국
(Community Pharmacy)

1. 지원 동기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선배들의 인터뷰를 하다 우연히 KNAPS SEP 프로그램을 통해 네덜란드에 다녀온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교환학생 자체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말씀해주신 경험담을 여럿 듣고 SEP에 지원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드시 어떤 국가를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국가에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를 제외한 동유럽 쪽의 국가들에 지원을 했고, 헝가리의 SEO분께서 감사하게도 답신을 주셔서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2. 준비 과정

다른 후기들에도 많이 나와 있는 과정이지만, 준비 과정에는 자신의 간단한 이력을 작성한 CV(Curriculum Vitae)와 지원 동기를 기록한 ML(Motivation Letter), 그리고 교환학생 지원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시작 전에는 막막하지만 작성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저는 지원하고자 하는 국가의 문화적 배경과 약국 시스템 등에 대해 찾아보고 지원 동기를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어의사소통 능력 같은 경우에는 공인영어성적을 첨부할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성적이 전부 만료되어서 제출을 따로 하는 대신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복약지도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등의 경험을 별도로 서술하였습니다.

예비선발자가 된 이후에는 KNAPS SEO분께서 주신 메일에 따라 IPSF SEP 홈페이지에 데이터베이스를 기입하고 지원한 국가의 SEO 분께서 approve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2023.10.25까지가 기입 기한이었는데, HuPSA SEO분의 답신은 12월 초에 받았습니다. 이후 비행기편을 예매하여 기간을 조정하였고, 숙소/일정 등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은 직접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를 담당하시는 약사분이었던 Zsófia의 연락처(주로 WhatsApp을 사용하였습니다)도 이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너무 연락이 뜸하다 싶을 경우에는 주저 말고 메일을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Zsófia가 홈스테이처럼 집에서 지내게 해 주겠다고 하여 별도로 숙소를 구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해외에 나가기 전에는 현금/일반 체크 및 신용카드뿐만이 아니라 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 등 환전수수료가 붙지 않는 카드를 꼭 준비하시고, 가능하다면 ISIC 국제학생증을 발급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박물관, 전시회 등 생각보다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았어요.

 

3. 약국 관련된 사실, 실습 -> 특이한 부분들 서술(복약지도, 프로그램, 로봇, 연고 제조, 약국 지분, 약대생 생활)

저는 헝가리의 지역 약국에 파견이 되었고, 3군데의 약국에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수도인 부다페스트의 외곽 지역인 Gyál에 위치하는 Gyál-Liget 약국, 두 번째는 부다페스트 중심가 쪽인 Blaha Lujza tér 부근에 위치하는 Népszínház 약국, 마지막은 부다페스트 외곽의 시내 쪽에 위치하는 Bék tér 약국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주로 갔던 곳은 Zsófia가 근무하는 약국인 Gyál-Liget이었습니다.

세 약국에 각각 있었던  lab 의 모습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는데, laboratory(조제실)에서 연고나 점안제 등을 많이 제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조제법에 맞추어 약을 조제하고 나면 내복약에는 파란색, 외용제에는 붉은색의 라벨을 붙이고 그 위에 약국의 이름 및 주소와 약의 이름, 그리고 유효기간 등을 표시해두었습니다. 반면에 약포지에 약을 소분하는 등의 조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약사에서 나온 박스포장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의 약국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외용제, 내복약, 일반 포장약

또한 주의해서 다루어야 할 약물에 대한 공통적인 표기법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글리세린 등의 위험하지 않은 성분들은 보관 조건에 알맞게 바깥에 나열을 해 두었지만, 리도카인, 인도메타신, 메트로니다졸 등 주의가 필요한 성분에 대해서는 ‘+’ 표시를, 네오마이신, 프레드니솔론 등 더 위험한 성분에 대해서는 ‘++’ 표시를 하여 일반적인 약물과는 분리하여 보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약물과  + 표시된 약물 , ++  표시된 약물

또한 조제도 두 경우로 나뉘었는데 1) 상비약처럼 미리 만들어두고 원하는 환자에게 파는 용도로 조제하는 것, 그리고 2) 클리닉에서 의사가 전송한 처방전에 맞추어 조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상비된 약과 처방전 ,  그리고 처방약을 보관하는 공간

그리고 흔하지는 않지만, 제가 주로 머물렀던 약국인 Gyál-Liget에는 약의 정리를 도와주는 로봇이 있었습니다. 헝가리에서는 약의 오남용을 막고자 QR을 통해 약의 유통과정을 관리했는데 사진에 나와있는 것처럼 로봇에 이를 인식시키면 약을 정리하는 공간에 수납하고 이를 환자에게 전달하면 자동으로 다른 약국에서의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등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Zsófia는 이러한 방식으로 데스크에 약사가 없는 약국도 존재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사실들이 신기하면서도 이러한 자동화가 보편화된다면 약국의 경영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약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투자하여 약국 운영에 지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법적으로 일정 반경 이내에 약국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없도록 제한을 해 둔다는 사실과, 여러 약국 체인들이 확장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4. 생활과 사람들

하지만 덕분에 더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는 부다페스트의 약국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나면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 근처를 걸으면서 야경을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머물렀던 집은 시내 한 가운데가 아니라 부다페스트의 외곽 지역이었는데, 버스와 트램, 지하철이 잘 되어있어서 15일 교통권을 끊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2주간 Zsófia와 함께 생활을 했는데, 야간 드라이브도 하면서 여러 경험담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약사 분들과 대화하면서 왜 약사가 되었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부다페스트 시내의 약국에서 만났던 Vivien이라는 분이었습니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 비건을 지향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인상깊었는데, 마지막에 감사 인사로 비건 케이크를 드렸을 때 기뻐하시며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HuPSA에 있었던 다른 학생들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같이 국립박물관도 방문해서 헝가리의 역사와 왕조에 대해 알아보고, 헝가리의 great market hall에 방문하여 식사도 같이 하고 여러 전통 음식들과 디저트도 즐겼는데 모두 한국에서는 경험해볼 수 없었던 것들이라 새롭고 좋았습니다. 헝가리의 약대는 한국과 달리 5년제로 구성되는데 정말 당연하게도(?) 약대 공부에 대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어서 재미있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나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겁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goulash, somloi, langos, Dobostarte

5. 기타 활동(여행), !

파견기간 동안 있었던 2번의 주말에는 각각 주변국인 오스트리아와 체코에 방문하였습니다.. 파견 전에는 주말에도 헝가리에만 머물 예정이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가보지 않으면 후회를 할 것 같아 즉석으로 준비하여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짐을 최소화하느라 잠옷도 안 챙겨가고, 급하게 기차를 예약하기도 하고 프라하에서는 교통권이 중간에 만료되어 먼 길을 걸어가기도 했지만 여러 박물관, 미술관을 둘러보며 감명도 받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며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SEP를 유럽 쪽으로 가시게 된다면 가기 전부터 주변국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프라하 야간열차에서의 아침과 기차

6. 마무리

비록 2주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SEP에 참여하며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연고제를 조제하거나 약의 재고를 관리하고, 제약 도매상과 거래하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처럼 약국 실무와 관련된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유익했지만, 낯선 환경에서 외국인들과 지내며 문제가 생겼을 때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어려움 없이 타인과의 경험과 감정을 교류하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EP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기를 마치며 SEP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모든 분들과 2주간 여러 도움을 주었던 약사 Zsófia,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HuSPACsengeTamas, 그리고 Hanna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남깁니다. 기회가 된다면 SEP는 반드시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