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 톡! 톡! Talk with Pharmacists #44
# 충주 모자연 약국 푸드닥터 한형선 약사님
# 약력사항
- 중앙대학교 사회약학 석사
- 상명대학교 대체의학사회복지학 석사
- 원광대학교 한약학과 박사
- 충주 모자연약국 대표약사
- (사)생체부활자연치유학회 학술연구소장
- 한국푸드닥터연구원장
- [푸드닥터 마스터 클래스] 저자
“의학과 음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약사의 길이 시작됩니다.”
푸드닥터는 음식과 의학을 연결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전문가입니다. 음식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약사로서 인체 생리와 병리, 영양의 조화를 연구하며 환자에게 ‘정답’이 아닌 ‘해답’을 건네는 ‘실천적 의학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Talk with Pharmacists’에서는, 충주에서 ‘모자연 약국’을 운영하며 음식을 통한 치유를 실천하고 계신 한형선 약사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치매, 당뇨, 암 등 만성질환이 늘어가는 시대 속에서, 약사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지금, 음식이어야 할까요?
한형선 약사님과의 깊이 있는 대화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죠!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약사님 업무 소개 및 인터뷰 계기)
안녕하세요. 충주에서 ‘모자연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형선 약사입니다.
저는 주변에 병원도 거의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농사를 직접 짓기도 하죠. 기존의 의학, 한의학으로 치료의 마무리를 할 수 없는 암 환자, 난치성 환자 분들에게 음식을 통해 근본적으로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소개할 때에는 음식을 통해 질병 치유에 도움을 주는 약사라고 주로 얘기를 하곤 합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환자 분들의 마음가짐, 생활 환경 등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많아요.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결과적으로 발생한 ‘문제’ 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깊게 탐구해보며 답을 찾으려 해요. ‘음식은 질병의 마침표’, ‘음식 속에 정답이 아니고 해답이 있다.’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투병할 여력 조차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말기 암환자는 물론이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 당뇨, 자가면역질환 등 늘어나고 있는 만성질환자를 만나며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와 같은 정답이 없는 물음을 가졌어요. 이처럼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분들을 위해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환자 분들에게 주로 음식, 생활 습관, 마음가짐, 여타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질병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하며 건강 회복을 향해 안내하기 때문에 정답보다는 해답이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고대 의학에서는 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환자의 마음, 육체, 정신 상태, 음식의 순서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환자를 대했어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이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통합적인 관점에서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본 것이죠. 하지만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물질 세계에 대한 탐구가 굉장히 세밀해지고 깊어졌어요. 따라서 정신적인 문제와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질병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요인들이 의학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어요. 현대 의학에서는 세포 내에서의 반응, DNA의 구조 등 물질적 측면은 깊게 탐구하지만 인체 외적인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생로병사’로 인간 삶의 주기가 결정되었지만, 현재는 생로병사에 '돌봄'이라는 단계 하나가 더 추가되었어요. 가장 안타까운 점은 추가된 돌봄의 단계에서 개인의 삶, 가족의 삶 등이 많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령화로 인한 돌봄의 단계에서 여러 질병이 동시에 찾아오지만 현대 의학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현대의학은 수술, 감염성 질환에 대한 분석 등을 정밀하게 수행한다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당뇨와 치매, 암 같은 만성질환 치료에는 적절한 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학의 3.0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히포크라테스 시대인 ‘의학의 1.0 시대’, 외과적 처치와 감염성 질환에 집중한 현대의 ‘의학의 2.0 시대’를 지나 만성 질환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의학의 3.0 시대’가 나와야 하는거죠. 하지만 현대의학은 물질 세계만을 너무 깊게 탐구하였기 때문에 ‘의학의 3.0 시대’로 발전해 나가기에는 길을 많이 잃었으며, 한의학은 의학의 중요한 요소인 미생물, 비타민, 미네랄 등에 대해서 다루지 않고 있어요. 즉, 사회의 의료 체계에 큰 구멍이 하나가 생긴 상태가 된 것이죠. 돌봄의 단계에 놓여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 치매 환자, 암 환자, 만성 질환자들에게 어떠한 의학도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약사라는 직능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구멍난 사회 의료 체계를 메우는 것이라 생각해요. 양방, 한방, 영양학을 아우르는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지고 의학의 구멍을 메우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약사 직능의 새로운 꼭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는 약사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여 약사의 입지를 긍정적으로 다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를 강조하고 싶어 이번 인터뷰에도 응하게 되었습니다.
Q2. 푸드닥터 및 한국푸드닥터연구원에 대해 학생들이 익숙하지 않아 잘 모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푸드닥터 및 한국푸드닥터연구원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푸드닥터는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관리하는 전문가를 말합니다. 예전에 국회에서 고령화 사회의 의료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저는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가 계속 증가한다면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약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민들에게 알린다면, 가장 비용 효과적인 의료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2008년에 저는 인체의 생리학적·병리학적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수단으로 음식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를 처음으로 ‘푸드닥터’라고 명명했습니다. 단순히 ‘기침엔 배’, ‘목이 아프면 도라지’와 같은 전통적 민간요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음식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한 것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푸드 파마슈티컬(Food Pharmaceutical)’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푸드닥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은 비가역적인 치료(수술이나 약물치료 등)보다는 보다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니즈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5년 UN 미래보고서에서도 10년 뒤 가장 인기 있는 직업 1위로 푸드닥터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교사 연수과정에 푸드닥터의 이론이 포함되었고, 저 역시 강의 제안을 받아 최근에 녹화를 마쳤습니다.
한국푸드닥터연구소는 이러한 푸드닥터 이론을 기반으로 한 교육기관입니다. ‘NFT생체부활 자연치유학회’라는 약사 모임에서 푸드테라피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일반인에게도 알리고자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해 상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CBS 등 방송국과 협력하여 상설 강좌를 열거나, 서초동 강의장에서 직접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의장은 곧 위례에도 신설될 예정입니다.
Q3. 의약품을 넘어서 음식치유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푸드 닥터’라는 방향성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그 이유는 참 많았어요. 그 중 하나가 제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아들이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났어요. 그래서 이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서 뜻밖에도 약사가 되었어요. 그런데 열심히 공부하면 답을 찾게 될 줄 알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답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 답을 찾으려고 한의학도 공부하고 다른 타 의학도 공부했지만 계속 마땅한 답이 없었죠. 그러다 최종적으로 ‘음식’을 만났을 때, 모든 의학이 갖는 부족함을 채우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답이 음식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평상시 음식을 통해서 우리가 건강을 지킬 수 있듯이, 질병 회복 또한 건강해지면 질병은 물러나고 발생하지 않게 돼요. 즉, 대부분의 모든 근본적인 것들은 음식 속에 큰 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선 음식에 매달리게 되었죠.
그리고 만성 질환 환자들에게 소염제, 진통제, 항생제만 주는 것을 ‘치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자꾸 들었어요. 실제 임상에서 음식이 더욱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연구해보니 역시나 현대 의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많은 질환들이 음식을 통해서 치료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이것을 원리적으로 체계를 갖춰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생체 부활 자연치유학회 박석하 회장님께서 그간의 경험을 공유해주신 것이 여기에 큰 도움이 됐죠.
체계화의 예시를 들자면, 면역기관의 대부분은 장에 있으므로 장이 건강해야 할 것입니다. 장 건강을 위해선, 장의 점막이 튼튼해야 하고, 장 내 미생물들이 정상적인 다양성을 확보하고 살아야 되겠죠. 음식은 체내로 들어와 장 세포에 작용을 할 겁니다. 세포막에서 생명 활동의 대부분이 시작되는데, 만약 세포막이 제 기능을 잃었다면 세포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인지질,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 등을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또, 세포막 속 복합당의 문제로 세포가 세포 인식, 세포 전달 기능을 상실했다면 이것은 음식이 아니고선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가령, 효소 작용의 정상화를 위해 아연이 필요하다면 정제된 아연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연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서 흡수율이 가장 높은 방식으로 먹습니다. 이렇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적절한 음식들을 찾아내어 조합하고 반복해서 먹음으로써 세포가 정상화되면서 암도 치료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푸드닥터 이론의 가장 기본이에요. 이러한 체계를 밝혀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완성이 돼서 책으로도 정리하고 강의 활동도 하고 있어요.
Q4. 약사가 '푸드닥터'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에 대해 약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약사로서의 전문성이 '푸드닥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나요?
약사는 인체 생리, 병리, 약리 모두 알잖아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시 똑같은 병리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우리 약사들의 관심이 더 필요해요. 현대 의학이나 현대 약물학은 질환이 재발하고 약물 복용을 중단했을 시의 대책에 대해선 취약한 부분이 있어요. 따라서 그 부분을 ‘음식’이라는 영역으로 보완을 하게 되면 굉장히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약사들만큼 인체 해부학적, 생리학적, 병리학적, 약물학적 개념을 전부 이해하고 있는 직업이 어디 있나요? 의사가 많이 알 것 같지만 의사는 약사만큼 폭 넓은 이해는 부족해요.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지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경찰이 도둑을 잡아가지만 집에 도둑이 계속 드는 것은 담장이 허술하기 때문이죠. 의사의 역할은 경찰의 역할과 비슷해요. 경찰은 도둑을 잡지만 담장은 고쳐줄 수 없죠. 담장을 고치는 역할이 필요한데, 저는 그것이 ‘음식을 통한 치유’라고 보고 그 분야가 우리 약사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양학자들도 일정 부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약사처럼 병리학적, 약물학적 이해도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의학을 완전히 간과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도 안 돼요. 즉,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줄 아는 역할로서 약사가 최적이며, 약사가 다루는 영역이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Q5. 사회약학, 사회복지학, 한약학 등 석박사 학위를 다양하게 전공하신 것으로 아는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세상을 어떤 학위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은 애시당초 제 머릿속에 없었어요. 그냥 제가 하고 있는 공부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라면 그게 학교든 개인적으로 만나는 스승이든 찾아 나서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어요. 발품을 많이 팔은 편이죠. 과거에 유명하다는 사람들, 심지어는 일반인일지라도 그 분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논리적인지 판단하며 듣고 배우려고 참 많이도 돌아다녔어요.
그러면서도 당시 이루고 싶었던 꿈 중 하나가 복지 시설을 만들어 그 안에서 나의 뜻을 펼치고자 했던 것인데 이를 위해 복지학도 공부했었죠. 그렇게 그림을 그려봤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 약사들을 대상으로 계속 교육하고 이 분야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한의학은 학위를 받기 전, 저는 약사였음에도 사상의학회를 최초로 설립하고 초대 학회장을 지내신 한의사 최병일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찾아가 3년 동안 미운 오리 새끼처럼 공부했어요. 교수님께서 작고하시기 전에 당신의 책을 경희대학교 한의대학에 기증한다고 하셨다가 다른 제자들도 많은데 저를 예쁘게 보시고는 기증을 포기하고 제게 책을 다 주셨어요. 지금도 제가 그 책들을 잘 보관하고 있죠. 교수님께서 나름대로 당신이 가졌던 여러 가지 부족함을 제가 더 채워 완성해보라는 뜻에서 제게 책을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숙명여자대학교 영양 치료학 과정 대학원에서도 2년 정도 공부했어요. 제가 필요로 하는 건 다 찾아다녔어요.
Q6. 사회약학 혹은 한약학을 전공하면서 얻은 경험이 약사로서 어떤 영향 및 도움을 주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한, 약사나 약학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어떤 변화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약사는 병을 보기에 앞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고 그 사람 중에서도 환자를 만납니다. 사람을 이해하기 전에 약이나 병을 먼저 이해하면 자칫 오진을 하고 약을 잘못 처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약사들은 사람 간의 관계성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인격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점은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스승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약과 질환에 대해 배우는 것을 넘어서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약국을 운영하면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약사들은 전국 8도의 남녀노소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다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그 사람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약의 기전만 아는 것으로는 손님을 상대하기 어려워요. 기전은 우리 지식일 뿐이고 말로 설명할 때에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빨리 바꿔서 설명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상담자로서의 자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나 생각들을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저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 약학은 특정 사회의 전반적인 위생 약학에 대해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서, 사회의 전반적인 약학에 대한 포괄적인 시선을 얻기 위해 사회약학을 공부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이것이 깊이 있는 공부였다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스승들의 가르침이 사회약학보다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7. 모자연 약국의 운영 방식은 어떤가요? 일반 약국 근무와 비교했을 때, 지금 하시는 일이 어떤 점에서 더 보람 있거나 도전적이라고 느끼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처방 조제 중심의 일반적인 약국과는 달리, 모자연 약국에는 처방전이 없어요. 처방전을 따로 받지 않고 전부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질환 혹은 비상약을 구하러 오는 분들을 위해 일부 약은 구비해두고 있지만, 우리 약국은 약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예약제로 운영 중인데 대부분 방문하는 예약 환자들은 암, 난치성 질환, 만성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 분들과 상담하며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보람은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제가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치료를 위해 '이것을 먹으면 낫는다'고 정답을 던져주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직접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 방향으로 가면 바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제 일에 굉장한 자긍심을 가져요.
Q8. 오랜 기간 약국을 운영하시면서 느낀 지역 약국의 변화와, 현재 약국의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되거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과거에는 약사 전문 시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지금처럼 병원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절, 1차적으로 건강 문제를 해결한 곳이 동네 약국이었잖아요. 당시에는 사람들이 약국을 꾸준히 방문하다보면, 그 집 젓가락,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조차도 다 알게 될 정도로 그 사람의 병력을 온전히 공유하는 약사들이 그 동네의 과학자, 의학자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그 시절이 지나고 의사 수도 늘고 병의 양태도 많이 바뀌었죠.
결국 만성 질환자들도 많아지고 수술도 많이 하게 되면서 지금의 의사 전성 시대가 도래함과 동시에 의약 분업도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의약 분업을 도입했던 것은 의료비가 다소 올라갈지라도 최종 소비자인 환자가 최대 이익을 얻기 위해 두 전문 집단에서 한 환자를 돌보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지금 그 결과를 보면 많이 안타까워요. 실제론 두 전문가 집단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약을 쓰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죠. 결국 동네 약국이 사라지고 병원 근처로 약국들이 이사를 가면서 과거에 약사들이 하던 역할들은 다 사라지고 약사들의 역할은 병원 약 조제만 하는 것에 국한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약사의 역할이 하나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현대 의학과 병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암 환자의 항암 수술 후 영양 관리, 그 외 여러 병후 회복을 위한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이 약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뇨, 고혈압, 치매와 같은 만성 질환 치료에 대해 약사들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잖아요. 아직 경험이 적은 젊은 약사들은 사회 시스템에 부응하면서 처방 조제, 환자 상담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커리어를 많이 쌓아 나가고,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연륜 있는 약사들은 조제 전문 약국을 젊은 후배 약사에게 물려주고 질병의 진단과 증상 치료에 집중되어 있는 병원과 의사 중심의 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 고령화 사회, 만성질환 시대에 맞추어 만성질환 환자 상담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이와 같이 질병 이전 단계의 예방과 건강 관리,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 공백을 약사가 담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약국 운영에 있어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그런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면 약사는 사회적으로도 많은 존경을 받는 직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사들이 좋은 약국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쉽지 않을지라도 불가능은 더더욱 아닙니다. 선한 영향력들이 생겨나 선한 방향으로 움직여 나아 가다보면 그것이 불씨가 돼서 분명히 사회 전반으로 크게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젊은 약사들도 졸업 후 취업을 염려하기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본인들만의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Q9. 약대 재학 시절, 지금의 진로를 위해 미리 해두면 좋을 준비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특히, 학교에서는 잘 다루지 않지만, 푸드 닥터 활동에 꼭 필요한 지식이나 역량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결국 약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상담을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고전을 읽고, 사람의 성찰을 도와주는 그런 분야의 경험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전문지식은 약대생들이 충분히 배우고 있고 약사들도 필요에 의해 잘 습득하므로, 사람과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공부에 더 많이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Q10. 푸드 닥터로서, 혹은 약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의 작은 개인적 소망은 ‘한국 푸드닥터 교육센터’를 만들어서, 누구나 균형 잡힌 건강 정보와 식이 치유에 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나아가, 약사의 전문 영역 안에 ‘음식 치유’가 하나의 확실한 분야로 자리 잡음으로써, 약사들이 환자 건강을 보다 폭넓게 돌볼 수 있기를 소망해요.
장기적으로는 서울에 강의장을 마련해 공식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요. 이후 정기적으로 환자들과 식이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약사들에게 약국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식이 치유 관련 경험을 제공하는 치유 캠프를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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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형선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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