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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Talk with Pharmacists #39

# 한국규제과학센터 센터장 박인숙 약사님
# 약력사항
[학력]
영남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충북대학교 약학 박사
 
[경력]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연세대 겸임교수
한국규제과학센터 센터장(2023년~)
 
 
 
'규제과학'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규제과학은 신약 및 첨단 제품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환자와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며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평가하는 분야입니다.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는 바이오 헬스 산업 전반(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의 발전을 위해 연구, 인재 양성, 정보 분석 및 제공, 국내외 규제과학 지원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Talk with Pharmacists'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3년간 근무하고 현재 한국규제과학센터 센터장을 맡고 계신 박인숙 약사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박인숙 약사님을 함께 만나볼까요?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남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33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현재 한국규제과학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인숙입니다. 반갑습니다.
 
 
Q2. 한국규제과학센터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학생들이 어떤 센터인지 잘 모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센터가 하는 일과 약사님께서 하는 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희 한국규제과학센터는 2022년 3월에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설립을 허가하였으며, 설립 목적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과학을 진흥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각각 인재 양성, 제품화 지원, 정책 연구입니다. 저는 기관장으로서 이런 업무들을 총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인재 양성 부분에 대해서 설명드리자면 저희는 규제과학 대학원의 신진 연구자 교육지원, 의약품 RA 직무 담당자 교육, 식약처 내 규제 업무 담당자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제품화 지원입니다. R&D 목적이 원천기술 개발이 아닌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제품 개발일 때의 과정을 ‘제품화’라고 합니다. 제품화를 위해서는 연구 과정이 식약처의 규제를 따라야 하는데, 예를 들어, 비임상시험은 GLP, 임상시험은 GCP, 나중에 제조할 때는 GMP를 따라야 합니다. 또한, 분석법이 재현성이 있어야 하고 시험법은 유효성이 확인되어야 하며 신기술에는 새로운 평가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부분을 이해하면서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센터는 식약처가 규정 및 새로운 평가법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책 연구는 센터를 식약처의 think tank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식약처의 여러 가지 R&D 연구나 정책 연구를 직접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일입니다.
 
 
Q3. 한국규제과학센터에서 일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식약처에서 약 33년 일을 했는데, 대부분의 기간은 의약품 분야 검토자로서 일을 했고, 의료기기 관련 일과 R&D 총괄도 했습니다. 그런 일들을 하면서 식약처에서 많은 일을 다 해낼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외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규제과학센터가 만들어져 센터장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센터장의 신분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하는 일들이 식약처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규제과학센터는 공무원으로서의 제약이 없고 비영리 재단이어서 외부 자문도 받고 결정 단계도 조금 더 짧은 편이라 일이 더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식약처에 33년 있으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잘 조율해서 후배들에게 지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4. 규제과학 분야가 생소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약학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규제과학이란 무엇이며 약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규제과학이란 과학을 기반으로 규제하기 위해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평가 방법들을 개발하는 활동들을 총칭합니다. 규제과학이 예전보다 화두가 되는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같은 과학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새로운 평가 기술들이 당장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이 규제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제과학이 가장 필요한 영역 중 하나로 바이오의약품이 있는데, 약사가 이 분야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바이오의약품이 주사제로 흡수에 대해 고민할 부분이 적었는데, 최근에는 경구제로 개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서 이와 관련하여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mRNA를 안정화하려면 나노 입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DDS뿐만 아니라 ADME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약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바이오의약품을 물질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 즉, 생체 환경에 대해서까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 있어서 약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5. 규제과학 분야에 약사 직능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약사 직능이 규제과학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지도 알고 싶습니다.
 
 심사 일을 하면서 융합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규제와 과학의 융합이 중요한데, 이를 아울러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학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약대 교육과정은 약물학, 생물학, 화학, 분석학, 약사법 등이 잘 융합하여 이루어져 있어 규제과학 분야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약을 공부하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합성 의약품, 의료기기의 평가법을 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약사 직능 중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소양, 소통 능력도 규제과학 분야에서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6. 약사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은 어떤 편인가요? 가장 시급한 규제 완화 분야가 있다면 어떤 분야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기보다는 적합한 규제를 만들어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약품은 환자에게 안전해야 하고 효과가 있어야 하므로 더욱 규제 안에 있어야 합니다. 다만, 완화라고 표현을 하는 이유가 규제가 미리미리 앞서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학 기술과 규제 사이에 시차가 생겨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는데, 공무원들이 미리 준비하여 이 시차를 줄여야 합니다. 규제는 완화가 되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약은 규제가 있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규제를 얼마큼 합리적으로 적용하느냐가 훨씬 더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알아야 합니다. 많이 아는 만큼 융통성을 갖출 수 있어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7. 약사로서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 중 공직에 진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로 공직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 중에 어떤 분이 식약처의 전신 기구인 국립보건안전연구원에서 연구원 자리를 모집하는 데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고, 저는 서울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후 실험 업무를 하다가 옆에서 심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매우 멋있어 보였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약의 효능, 효과, 용량, 용법, 주의 사항 등을 insert paper에 명시하기 위해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많은 자료를 제출하게 되고 그런 자료를 심사해서 허가증을 발급해 주는 모습 말이죠. 이전에는 한 번도 허가증을 본 적이 없었는데 허가증을 보니 ‘이게 그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내가 왜 약대를 졸업하고 저런 것을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잠시 근무하다가 유학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고 정규직을 언제 채용하는지 물어보면서 진정한 공직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Q8.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3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남아계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입사 당시 임상시험 승인 제도를 포함한 많은 제도들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여기서 무엇인가 일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공무원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며 잘 해냈을 때 성취감 역시 매우 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성취감이 일을 하는 데 있어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 당시 사기업에 비해 훨씬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실력은 지식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 능력이나 협업 능력 등을 포함합니다. 아마도 이런 능력들을 인정받아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많은 변화들이 공무원 사회부터 먼저 시작하는데, 이 역시 33년을 일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아 제도, 여성 인력에 대한 대우, 주 5일제 근무 같은 부분들이 제게는 공직의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키우고 다양한 혜택을 잘 누릴 수 있었습니다. 추가로 근무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33년을 버티는 데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Q9.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한국규제과학센터에서 근무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전문성은 각 상황에 맞는 전문성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바이오헬스 분야 쪽에 재직한다면 인체에 대한 지식이나 약학 등 지식적인 기본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에는 업무를 심사와 연구로 구분할 수 있고 필요한 역량이 다릅니다. 심사는 대민 업무를 많이 하므로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원하는 솔루션을 잘 찾아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때 규제와 관련된 지식들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저는 이 업무가 높은 지식이 요구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야 적합한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으므로 여러 트렌드를 파악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소통 능력과 잘 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통 능력에는 경청하는 자세와 본인이 아는 것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되겠습니다. 연구는 기술 동향을 조사하거나 분석법을 개발한 후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업무를 합니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를 받아들이는 적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민 업무가 맞지 않으면 연구만 할 수도 있겠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로테이션하기도 하고 직무마다 상호작용하므로 해당하는 역량을 융합해서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Q10. 약학대학생들의 공직 진출 선호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직약사의 매력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본인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공무원이라는 직종이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적인 가치관에서 돈이 중요한 사람에게 공무원은 매력 포인트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공무원은 본인이 영향력을 펼침으로써 인류의 건강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과, 허가 업무 같은 경우 신약 개발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대단한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어느 일이나 본인들이 하는 일은 다 사명감을 가져야 하지만 특히 공직에서 일을 할 때는 조금 더 엄격한 잣대가 외부로부터 요구됩니다. 그 책임감을 잘 견딜 수 있어서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직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11약사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한국규제과학센터를 잘 정비하고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규제과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리는 것이 풀어나가야 할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오래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부 때 전공을 가지고 한 직장에서 30년간 일을 하고, 또 여기서 제2의 직업을 펼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랑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트레킹을 좋아해서 도성을 포함해 국내를 조금씩 다니고 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남편과 함께 산티아고, 뉴질랜드 밀포드를 트레킹하는 게 꿈입니다.

 
 
 
 
 
                                                                              
 

박인숙 센터장님과 문서국원들 (왼쪽부터 차윤아 국원, 박인숙 센터장님, 류주연 국원, 현정화 국원, 정세영 국원, 박서연 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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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박인숙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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