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약학과 김세연
파견기간: 2024. 03. 25 ~ 2024. 04. 05
파견 기관: 지역약국 (Community Pharmacy)
1. 지원 동기
4학년 때 신청했던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계기로 사회적/지리적/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해외의 약대생 및 약사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러한 제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IPSF에서 주최하는 SEP였습니다. 병원실습과 약국실습을 수료한 후에 SEP에 참여하면 한국 약사의 직능과 해외 약사의 직능을 비교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판단되었고 이에 따라 1-2지망으로 병원과 지역약국을 지원하였습니다.
2. 준비 과정
1) 서류 지원 과정
제출서류는 국문지원서, 영문CV, 영문 motivation letter입니다. 국내에서 심사를 거쳐 예비합격자가 선발이 되고, 그 이후에는 영문CV와 motivation letter을 토대로 지망한 국가에서 심사를 하여 선발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3가지 서류를 모두 꼼꼼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국문지원서에는 연구실 인턴 경험, 봉사활동, KNAPS 경험들을 포함시켜 SEP를 지원하는 이유와 연결시켰습니다. 저는 1-3지망에 독일, 영국, 호주를 썼었는데 각각의 국가에 가고 싶은 이유를 간단하게 기재하였습니다. 영문CV는 구글링을 하여 가장 깔끔한 포맷을 다운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디자인이 화려한 것보다는 기본 포맷을 추천합니다. CV의 Relevant Experience 항목에는 가장 중요도가 높은 순으로 제 이력을 작성하였고 4년 전 약국에서 알바했던 경력도 포함하였습니다. Motivation letter은 국가별로 따로 서류를 작성하였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국문지원서와 동일하게 가져가되, 각 국가에서 실습을 하고 싶은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제약회사/병원/지역약국/대학원 중에서 어떤 곳에서 실습을 하고 싶은지도 1-2개정도 선택해서, 가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작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는 만큼, 공지가 올라오기 전에 미리 써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서류 제출기간이 시험기간 전 주여서 고생을 했는데 다른 분들은 같은 실수 반복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2) 합격 발표
서류 지원마감은 10월 초였고 예비선발 합격 발표는 일주일만에 나왔습니다. SEO분께서 안내해주신 내용에 따라 SEP 홈페이지 가입 및 database에 지원서를 업로드하였습니다. 그 이후 지원서가 해당국가로 전송되는 시스템이었고 영국SEP 합격 연락은 11월 말에 KNAPS SEO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이때 영국 SEP 희망 여부와 희망 실습처 순위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12월 중순에 KNAPS SEO를 통해 실습 배정지 결과를 받았으며(ex. XX has been offered a Community Pharmacy place in London) 곧이어 영국 SEO으로부터 처음으로 메일이 받았습니다. 1월 초에는 영국 스태프분들께서 줌회의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 주셔서 궁금한 점들을 질문할 수 있었고 WhatsApp 단톡방에 초대되었습니다. 영국 SEO로부터 메일을 받으면 바로 정확한 약국 위치를 물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출국 몇주 전에 발표가 나기 때문에 괜찮은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가마다 합격 발표일자가 다르다는 점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저는 1월 중순에 독일 SEO로부터 합격 메일을 받았었는데, 독일 SEP는 지원서 접수 마감이 12월 31일까지였다고 합니다. 합격 발표 예정일을 미리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 선발 후 준비과정
(1) 숙소 구하기: 런던 지역에서 숙소를 구하신다면 한인 민박을 추천합니다. 제가 찾아볼 당시에는 8인 혼성 도미토리와 한인 민박 가격이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 약사님에게 메일 보내기: 약국이 정해진 뒤 실습기간 및 출퇴근 시간을 여쭈어보기 위해 메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 배정된 약국에서는 항상 빠르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약국에서 학생이 오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기 때문에 만약에 메일 답장이 안 온다면, 전화를 걸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근교 여행 일정 때문에 실습 일정 조정이 필요해 미리 여쭈어 봤었는데 약국장님께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총 7일동안 40여시간을 이수했습니다. 또한 준비물은 따로 필요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작은 공책과 펜 그리고 압박스타킹을 가져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영국 SEP 후기 읽어보기: 합격 후에도 SEP 후기들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영국 약국 시스템을 자세하게 적어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실습 시작 전 약국 업무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파견 생활
영국의 병원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 병원과 private 병원으로 나뉩니다. 영국에서 주로 이용하게 되는 GP은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병원, 의원 정도에 해당되는 기관으로 포괄적인 외래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보다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GP에서 소견서를 받아 더 큰 병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거주지 근처의 GP에 등록이 되면, 일반 GP 혹은 Walk in GP에서 진단 및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약 처방이 있는 경우, 환자가 직접 근처 약국을 지정하게 되며, 해당 약국으로 전자처방전(EPS, Electronic Prescription Service)이 전송이 됩니다. 약국에서 약 조제가 완료가 되면 환자 전화번호로 조제 완료 메시지를 전송하고 환자는 약국에서 약을 수령하거나 주소지로 배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NHS 제도에 따라 GP에서 진료가 무상으로 제공이 되기 때문에 GP를 이용하려면 일반적으로는 예약을 먼저 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보험을 들어 대기 시간 없이 GP에 가거나, 더 폭넓은 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실습을 진행했던 약국은 런던 Pimlico역 근처의 Warwick Pharmacy였습니다. 대부분의 조제는 EPS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질환에 대한 처방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주간 40여시간 실습을 하면서 약국 내 여러가지 업무에 대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포장 약 조제와 dosette box 조제를 주로 하였고 methadone 조제, 백신 접종, 혈액 검사 등을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복약 상담할 기회는 없었지만 약사님께서 직접 role-playing을 도와주셔서 환자를 대할 때의 자세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카운터 쪽에 WWHAM이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약을 설명할 때 환자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고 환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약사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문전약국에서 실습을 할 때 복약지도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영국 지역약국 실습에서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뜻
깊은 경험이였습니다.
차례대로 methadone 조제, dosette box 조제, 포장약 조제, 지하 창고
또한 시간이 날 때는, 영국의 약국 시스템을 공부하였습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영국 지역약국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처방전은 온라인으로 전송이 되기 때문에 약사와 환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합니다. 환자가 GP에서 진료를 받을 시 약을 수령할 약국을 지정하기 때문에 약국에 직접 처방전을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약국에서도 약 조제가 완료되면 환자에게 문자를 보내기 때문에 진료 당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날에 약을 픽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한편, 이런 시스템의 단점으로는 환자가 약을 찾아가지 않거나, 너무 늦게 찾으러 가서 약국에 약봉투가 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일한 약국에서도 전월에 조제한 약봉투를 지하창고에 보관하고 환자가 오지 않으면 연락을 드리는 방법으로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또한, 약 봉투 라벨의 환자 기본 정보에 전화번호가 포함이 되어있는 것도 특징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습을 했을 때에는 환자 전화번호가 필요한 경우에만 약사 선생님께서 환자분께 여쭈어 봤었는데, 영국에서는 환자 연락처가 기본 인적사항에 포함이 됩니다. 약이 조제되었음을 환자에게 알리기 위해 연락처가 필요한 것도 맞지만, 약 수령 이후 원활한 약물 검토와 상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영국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한다는 점이였습니다. 의사가 브랜드명으로 일부러 처방을 내리지 않는 이상, 같은 성분의 어떤 제품으로 조제를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약 주문을 할 때에도 성분명을 검색하여 오더를 내립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clopidogrel 75mg에 해당하는 제품이 플라빅스정, 피도글정, 클로비드정, 클로피젠정 등으로 엄청 다양하며, 의사는 상품명으로 처방하기 때문에 약국에서 해당 상품 재고를 비축해 두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약국에서 사들여야 하는 약 품목의 개수가 훨씬 많아지며 재고관리도 어려워집니다. 약국에서 조제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품명 처방에 따른 문제들이 개선이 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성분명만 적혀있는 제네릭 의약품. 제네릭의약품은 상품 표면에 성분명만 게 표기가 되어있고 Lipitor 같은 오리지널의약품만 표면에 상품명이 적혀 있다.
이 외에도 영국 약사의 직능이 매우 확대되어 있다고 느낀 제도들이 있었습니다.
1) Repeat Dispensing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가 반복 조제를 허용하는 제도로 환자가 GP를 방문할 필요 없이 약국에 의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GP는 투약 일수와 반복처방 가능 횟수를 포함하는 electronic Repeat Dispensing(eRD)를 발행하며 이로써 최대 12개월까지의 반복조제가 가능해집니다. 약사는 반복조제 시 환자에게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약제가 있는지, 약물 복용 후 이상반응은 없는지, 새로 복용하고 있는 약이나 영양제가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복약 상담을 진행합니다.
만성질환 환자로서는 매번 약이 떨어질 때마다 병원 진료를 잡는 것이 부담이 될 텐데, 이러한 제도가 해외에서 이미 시행이 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2) Pharmacy First Service
올해 1월에 처음으로 시행된 사업으로 7가지의 common conditions에 대해서는 GP 진료 없이 약국에서 약 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GP 부족으로 인해 진료예약이 지연되는 것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더 간편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하고자 시행된 내용입니다.
- 7 common conditions:
sinusitis, sore throat, acute otitis media, infected insect bite, impetigo, shingles, uncomplicated urinary tract infections in women.
3) Hypertension Case Finding Service
고혈압이 진단되지 않은 40세 이상의 사람들에 한하여 약국에서 무상으로 혈압 측정을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고혈압은 심혈관계질환의 주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인 만큼 적절한 예방 및 치료가 중요한 질환인데, 우리나라 약국에서는 혈압계를 찾아볼 수 없는 것과는 대비됨을 느꼈습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증가하고, 고령인구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이 된다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3) Smoking Cessation Service (SCS) & Pharmacy Contraception Service (PCS)
약국에서 금연상담 및 피임상담이 진행되며, 이를 위한 consultation room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내 외래약국을 제외하고는 복약상담실이 있는 약국을 본 적이 없었는데 영국 지역약국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의 요구조건으로 상당수가 복약상담실을 필요로 합니다.
추가적으로 영국 약사회 및 약사의 역할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다음의 사이트 추천 드립니다.
https://www.nhs.uk/ : 영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cpe.org.uk/ : 영국 지역약국에서 시행하는 사업에 대한 정보 및 최신 소식을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4. 기타 활동
1) 2024 BPSA annual conference
BPSA의 CP 및 SEO 멤버의 도움으로 일주일간 진행되는 BPSA 연간 행사 중 BPSA Day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Norwich의 University of East Anglia 대학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영국 약대생 80-100명 정도가 참석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강연 및 부스도 진행되는 등 구성이 알찼습니다. BPSA 멤버가 아니기에 BPSA Day 당일만 신청이 가능했는데 오전에는 RPS, GPHC 등의 스폰서에서 진행하는 Session을 시간대별로 참여하였고, 오후에는 공통강연 및 IPSF/EPSA 워크샵에 참여했습니다. 저녁에는 BPSA Awards Night에 참석해 영국 약대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해외 약대생은 저뿐이라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BPSA 스태프 멤버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약대생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챙겨 주셔서 하루동안 정말 즐겁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BPSA Day 당일에 장소 도착 및 세션 참여를 도와준 Shemsa과 저녁행사까지 같이 동행해준 Cristina, Shubby, Tami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BPSA Day 타임테이블 및 워크샵 현장
BPSA Night Awards에서 BPSA 스태프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
2) 여행
약국 실습 시작전에 2주간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SEP 참여하실 분들은 꼭 실습 앞뒤로 자유여행 일정을 추가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부활절 기간이라 약국이 쉬는 날들도 있어서 당일치기 근교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실습 중에 Bath, Brighton/Seven Sister, Norwich/Cambridge을 다녀오고, 실습이 끝난 후에는 Edinburgh에 다녀왔습니다. 만 16-25세는 Railcard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기차표를 훨씬 싼 값에 예매가 가능합니다. Railcard 정가는 30파운드이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근교를 많이 다니실 예정이라면 Railcard 발급받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차례대로 Bath, Seven Sisters, Edinburgh
5. 맺음말
해외 파견 프로그램을 연달아 여러 개 탈락하였고, SEP 또한 한번 떨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SEP를 다시 지원할지 고민을 많이 하였었는데 다행히도 합격을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제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값진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SEP 전반에 걸쳐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가 배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담당해주신 KNAS SEO 김수민님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또한 영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BPSA SEO인 Cristina와 LEO인 Shubby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실습기간이 BPSA conference 기간과 겹쳐서 저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봐준 Cristina 덕분에 independent prescriber에 대한 영국 약대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간을 내준 Shubby KCL 워털루 캠퍼스 투어를 할 수 있었고 한국인 유학생들도 소개를 받아 이후에 따로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2주간 실습을 진행하며 함께 일했던 약국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질문이 있을 때마다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시고 여러 업무를 체험해볼 수 있게끔 도와주셔서 정말 많이 배워갈 수 있었습니다. 환자와 소통하는 약사로의 역할과 책임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약국 내의 활기찬 분위기와 팀워크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간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은 만큼 SEP 지원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도 보탬이 되고자 후기를 최대한 자세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ptscs01@snu.ac.kr로 메일 주시면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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