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PS

인제대학교 김경민

 

1. 준비 과정

2022년 겨울 SEP의 경우 9월에 공지가 되었고, 지원 마감일은 10월 중순 경이었습니다. 마감일이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겨울 SEP을 준비하시는 분은 미리 ML CV를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존에 작성해 둔 영문 이력서와 cover letter가 있어서,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교내 English clinic 서비스를 이용해 첨삭을 받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올해는 따로 조건이 없었지만, 작년 영국 SEP의 경우 실습 경험이 있는 고학년 학생들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고 병원 실습 경험을 ML CV에 언급했고, 추가로 왜 영국에 가고 싶은지에 대해 저의 목표를 확실하게 어필했습니다

 

2. 파견생활 
저는 Birmingham에 있는 Browns pharmacy (Hawkesley) 에서 2주를 보냈습니다. 영국 SEO 사정상 숙소 이동이나 약국 첫 출근날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고 해서 모든 걸 셀프로 했는데 크게 문제 없었습니다. 숙소는 약국에서 약 20분 떨어진 곳에 Airbnb를 구하여 지냈습니다. 

실습 일정은 사전에 약사님과 메일로 조율하여 월~금 9시부터 2시까지 일했는데, 첫 주는 약국 전반적인 업무를 하루씩 돌아가며 경험했고, 둘째 주는 제가 추가로 더 배우고 싶다고 요청한 업무를 경험하였습니다. 

 

- 조제 : 90% 이상이 전자 처방전입니다. 전산을 통해 처방전이 약국으로 전송되면, 약사님께서 먼저 처방 검수를 하시고, 문제가 없으면 출력하여 조제하게 됩니다. 대부분 포장된 박스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약을 찾아서 박스에 라벨을 붙여 준비해두면 약사님들께서 검수합니다.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성분명 처방이 기본이기 때문에 하나의 성분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브랜드를 섞어서 조제하는 경우도 있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Methadone 시럽의 경우 직접 약국에 와서 약을 먹고 확인받아야 하는 supervised 환자들을 위해 매일 아침 처방 용량에 맞춰 작은 병에 나누어 담아 조제했습니다. MDS(Monitored Dosage System)는 약 포장을 전부 제거한 후, 한 회분씩 나누어 tray에 담아주는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는 알약이 처방되면 대부분 ATC를 이용해서 unit dose 포장을 하게 되는데, 영국에서는 특정 환자(치매, 파킨슨 등)만을 대상으로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조제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약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는데, 일반약/전문약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의 약 상자에, 심지어 시럽 제형의 유리병에도 점자가 표기된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 복약 : 간단한 복약지도와 함께 약을 제공하는 업무는 약사가 아닌 일반 직원들(Pharmacy Technician 포함)이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간단한 항생제 처방의 경우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단, 기존에 먹고 있는 약과 상호작용이 있거나 소아/노인 환자 등 좀 더 심층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는 약사와 상담을 하게 됩니다. 혈압약 등 일부 약물은 최초로 복용을 시작하는 경우 NMS(New Medicine Service) 라고 해서 약사와 3~4주 간격으로 상담을 진행해야 합니다. NMS 상담을 옆에서 들을 기회를 얻었는데, 약사님께서는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약의 효과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어 환자의 복약 이행도를 높이고, 복약 후 경과 확인과 부작용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부가 서비스 
a) 배달 : 약 배달 서비스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따로 약사님께 요청을 드렸고, 2시간 정도 기사님과 동행하여 직접 약 배달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조건 없이 약 배달을 신청하는 환자들에게 전부 무료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여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조제와 검수가 완성되는 대로 배달을 하므로 하루에 3~4회 배달 차량이 출발하게 되는데, 매 회차마다 Controlled drug와 냉장 약을 우선 배송합니다. 기사님은 은퇴한 경찰관이셨는데, 환자들에게 약과 함께 관심과 온정을 함께 전달해주시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b) 백신 접종 : 코로나 백신은 물론이고, 여행을 가는 경우 Travel Vaccination Service를 예약하면 약사와 상담 후 여행 지역에 따라 필요한 백신을 약국에서 접종할 수 있습니다. 

c) 눈/귀/인후 증상 (주로 염증) : 약사가 진단하고 약 처방이 가능합니다. 하루에 서너 명 정도의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여 처치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약사의 직능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 손발톱 관리 : 굉장히 독특한 서비스였습니다. 당뇨 환자나 노인 등 스스로 손발톱 관리가 어려운 경우 Pharmacy Technician들이 손톱/발톱을 다듬어줍니다. 

추가로 비만 관리, 혈압 관리, Umbrella service, 금연 보조 등 정말 다양한 보건 의료 서비스가 약국에서 제공되고 있었고, 이를 위한 Consultation room이 2개 있었습니다. 약사님들뿐만 아니라 환자분들께서도 제가 직접 옆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3. 기타활동 

다른 교환학생들과 만나지는 못했지만, 실습이 끝난 후 혼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Peaky Blinders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버밍엄 곳곳을 여유롭게 구경했고, 주말에는 근처 도시인 울버햄튼을 방문하여 EPL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파견 전 BPSA측에서 줌 미팅을 열어서 런던에 위치한 Royal Pharmacy Society의 약 관련 박물관을 소개해줬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 직접 방문했습니다. 영국의 약학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 관련 물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4. 맺음말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약국이 너무 바빠서 2주간의 실습 시간 내내 단 1분도 앉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느라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파견되었던 약국은 실습 학생들을 많이 받아본 곳이라 다양한 약사의 직능을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업무 중에 묻지 못한 질문은 따로 메일로 보냈는데, 약사님께서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셔서 너무나도 감동했습니다. SEP 일정 종료 후 곧바로 귀국하여 현재 지역약국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데, 영국과 한국 약국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약사 관련 정책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것 같기도 하구요. 

저는 병원약국 실무실습을 끝낸 후 SEP을 가게 된 것이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학년분들 중 실무 실습 이후에 더욱 다양한 약사의 직능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