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UMMER 스페인 FEEF 약대생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가후기
아주대학교 이승주
파견기간 : 2019.08.01. - 2019.08.22.
▶파견기관 : Community pharmacy, Valencia
▶본 프로그램은 FEEF(Federación Española de Estudiantes de Farmacia)와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2019년 여름 스페인(FEEF) Valencia로 교환학생을 갔다 온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이승주입니다. 저는 Valencia 지역약국에서 3주간의 실습을 진행했고, 이 경험을 다른 약대생들과 함께 공유하며 앞으로 교환학생을 지원하고자 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후기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왜 SEP(교환학생 프로그램)를 지원했나?
저는 SEP를 처음 알게 된 후, 외국에서 약사로서 일한다면 보다 넓은 약사의 역량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외국약학체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며, 해외진출의 로망이 있는 제겐 SEP가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큰 비용이 예상되었고, 또한 이번 방학에 SEP를 갔다 오면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지지 못할까 염려되어 쉽게 지원을 결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학은 마지막 방학으로 이번 지원을 놓친다면 더 이상의 기회가 없기에 큰 후회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차라리 후회할 바엔 도전하자’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는 SEP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차근차근 시작한 준비과정
지원을 결심한 후, 제일 먼저 준비한 것은 영어회화였습니다. 저는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기에 당장 바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책장에 먼지 쌓인 회화책을 꺼내보며 말하기 연습을 시작했고, 외국 영화를 보며 최대한 듣고자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겨우 단어 몇 개 정도 들리고 간단한 회화만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말하기 시작하였고 들리는 단어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2달 동안 꾸준히 노력하다보니 일상대화를 할 정도로 영어회화는 발전하였고, 그 결과 스페인에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준비해야할 것은 CV(Curriculum Vitae) 와 ML(Motivation Letter)이였습니다. 그 동안 자기소개서는 많이 써왔지만 외국 단체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할지 쉽게 방향을 정하지 못하여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짧더라도 왜 SEP에 지원을 하였는지 솔직한 마음을 담자’라고 결정을 하고, 바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만족스러운 CV와 ML이 완성되었고 제출 후 바로 선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으로 출발, 드디어 시작된 실습
선발이 된 후, 저는 기쁜 마음을 뒤로 한 채 스페인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비행기 표부터 환전, 로밍 등을 차근차근 알아보며 짐을 쌌고, FEEF SEO(Student Exchage Officer)님께 IL(Invitation Letter)을 부탁하여 입국심사에 무리가 없도록 하였습니다. 이리저리 준비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출국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제 곧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절대 헛되이 하지말자’라는 마음을 계속해서 되새기며 출국 비행기에 올랐고,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드디어 스페인에 도착하였습니다.
실습 첫날이 되고, 저는 LEO(Local Exchange Officer)님께 받은 주소를 통해 약국을 찾아갔습니다. 약국에 도착하니 약사님이 먼저 인사를 건네며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약국 안으로 안내하여 앞으로의 실습일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실습기간의 첫 3일은 약사님으로부터 스페인 의료체계와 각종 의약품, 행정처리 등 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아직 약국실습 경험이 없는 제겐 설명이 어렵고 낯설었지만, 약사님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반복적인 설명과 함께 이해가 되었는지 물으며 잘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약사님의 설명이 끝났고, 이제 약사님의 지도하에 처방과 행정업무를 하며 본격적인 약국실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약국은 어떨까?
스페인은 많은 환자들이 병원보다 약국을 먼저 방문합니다. 작은 상처부터 염증, 두드러기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약국을 찾아오며, 그에 맞는 약을 구매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약분업이 되어있습니다. 그로 인해 몇몇 의약품(항생제, 고용량 진통제, 항정신성 의약품 등)은 처방전 없이 판매를 못하며, 약사님들은 환자의 상태와 증상을 보고 병원방문을 제안할지 혹은 약을 제공할지 판단해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페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약류를 엄격히 금지하는 나라입니다. 그러기에 향정신성 의약품과 마약성 진통제는 수시로 체크하며 유실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여 두 분류의 약은 표지에 추가적인 마크를 새겨놓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검은색 반원, 마약성 진통제는 검은색 원을 그린 마크를 새겨 다른 의약품들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약국은 한국과 달리 조제실이 없고, 실험실이 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처방전에 따라 크림제, 액제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종종 약국 실험실에서 제조하기 어려운 제형이 처방될 경우 대학실험실에 의뢰하여 주문제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만약 환자가 약을 바로 받지 못할 경우, 예약 및 배달 시스템이 있어 예약을 해놓고 추후에 약국을 재방문하여 수령하거나 환자의 집으로 배달을 해주곤 합니다. 처음 실습을 시작할 때 조제실이 없는데 어떻게 약을 조제하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스페인에선 대부분 박스 단위로 약을 처방받으며, 따라서 환자는 박스단위로 약을 받게 됩니다. 약들 또한 용량에 따라 다양한 박스로 제조되어 있어 질환에 따라 용량을 선택하여 박스로 처방이 가능합니다.
스페인 약국에서 가장 신기하게 봤던 것은 안경을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페인 약대는 마지막 학년 때 심화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합니다. 심화과목에는 본초학, 약물치료학, 안경학, 현장실습 등 이 있으며, 약대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맞춰 심화과목을 선택하여 더 많은 공부를 하곤 합니다. 저희 약국 약사님은 안경학을 전공하여 약국에 안경을 진열해 놓고 판매를 하였습니다.
실습 틈틈이 즐긴 스페인 문화
실습을 시작한 뒤, 저는 틈틈이 Valencia 여행을 즐겼습니다. Valencia 대성당, Oceanographic, Biopark 등 관광지를 찾아 구경도 했고, 해변에서 스페인음식인 빠에야와 샹그리아 혹은 츄러스를 먹으며 휴양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은 낮이 길어 밤늦게까지 버스킹공연과 행위예술을 하는 문화가 발전하였습니다. 평일에는 퇴근 후에 광장에 앉아 공연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이젠 떠나야 할 스페인
어느덧 시간이 흘러 3주간의 실습이 마무리되고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실습 마지막 날 퇴근하기 전, 약사님과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곤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계속 연락하자는 약속을 하며 약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스페인 약사의 체계, 문화뿐만 아니라 좋은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3주라는 시간은 모든 걸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걸 가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3주 동안의 실습은 제게 최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SEP을 준비하는데 어려웠던 점
SEP를 준비하는 과정 중 Valencia LEO님과의 소통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문의할 사항이 있어 연락을 취하여도 답이 매번 늦었고, 이로 인해 저는 스페인에 도착할 때까지 숙소확정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숙소를 알려주지 않아 Valencia 출발 전날 다시 숙소에 대해 문의를 하니, 직접 숙소를 구해 몇 일간 지내고 있으라는 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크게 당황하며 해결책을 고민하다가 결국 KNAPS SEO(교환학생관리국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KNAPS SEO님께서는 즉각 상황파악에 들어가셨고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 후, FEEF SEO님과 LEO님에게 연락을 취해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숙소를 구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 시켰습니다. SEP를 하는 동안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였으며 추후에 SEP에 지원할 분들께서 저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도록 꼭 연락을 잘 하시며 숙소 및 일정에 대해서 미리 확답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글을 마치며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라는 뜻으로 비록 지금 힘들더라도 그 뒤는 만족할 결과를 얻을 것임을 일컫는 말입니다. SEP를 준비하며 평소에 하지 않았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였고,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CV와 ML을 작성하며, 많은 준비와 예상치 못했던 숙소문제 등 정말 다사다난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내가 지금 괜히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가 제게 ‘너의 선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최고였다.’ 라고 대답할겁니다. 많은 분들이 SEP에 흥미가 있지만, 어렵게 느껴 지원을 망설이고 계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SEP의 준비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오는 달달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을 거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SEP를 통해 더 좋은 경험을 얻으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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