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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lk with Pharmacists #21


릴리제약회사에 대해 알아볼까요? By. 임상우 약사님


약력)

원광대학교 약학과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물학 석사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신약개발팀 – 약효/독성 평가

유한양행 본사 임상팀 – Clinical Research Associate

한국 릴리 의학부 임상팀 – Clinical Development Consultant

 

 

대학&대학원 생활


Q. 약사님은 대학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A : 학창시절은 되게 적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뭐 하나 놓치면 안 되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방학 때는 1,2학년 때까지는 외국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어학연수도 갔다 왔고요. 선배들과도 자주 교류했어요. 우리 학교 선배든 아니든, 약사가 아닐지라도 연락해서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패기 넘치게 제가 다 살 테니까 먼저 보자고 했어요. 한번도 제가 산 적은 없지만. (웃음) 당돌하되 예의 바르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가장 단시간에 그 사람이 가진 노하우를 흡수하는 데에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다양한 선배들을 만나 어떤 업계가 좋은지 듣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조언을 구했죠. 3학년 때는 학생회장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Q. 졸업 후 대학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 저는 처음 약대에 들어오고 나서는 방황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제 인생에서 전문직에 대해서 별로 생각이 없었고 평생 공대만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우여곡절 끝에 약대를 가게 되었거든요. 근데 저랑은 적성에 맞는 것 같지가 않았고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진로탐색을 하기 시작하고 선배님들도 많이 만났어요 근데 그러던 중 제가 기획 기사에 실렸던 삼성전자의 사례를 읽고는 무릎을 탁 쳤던 적이 있었어요. 그 기사 내용이 뭐였냐 하면, 이건희 회장이 문과를 나오고 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이신데 자신의 평창동 저택 밑 지하 1층에 모든 기계들을 갖다 놓고 자신이 직접 다 분해해서 하드웨어적인 한계점을 다 알고 있다는 거에요. 결론적으로 회장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그 밑에 있는 사람들도 회장을 속일 수 없고 그래서 삼성이 잘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이 기사를 읽고 ‘아 내가 신약개발을 하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만들 줄 알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그 때 했고 그래서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Q. 대학원을 마치고 나서 제약회사를 가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마찬가지로 신약개발인가요?

A : 그렇죠 근데 이제 대학원에서 제약회사로 넘어가게 된 것은일단 대학원은 자교가 아니고 서울대로 옮겨서 대학원을 갔는데,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어요. 교수님도 아주 좋았고 연구 성과도 좋았고 제 개인적인 연구 성과도 나쁘지 않았어요. 근데 실제 신약개발을 한다기 보다는 연구가 중심이 되고, 논문을 써야 되고즉 초점이 다르더라고요. 연구자들은 내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그게 실제로 얼마나 사회에 파급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 이만큼 했으면 되었고 실제 사회에서 어떻게 약이 만들어지고 산업이 돌아가는 지를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박사를 하지 않았어요.


 

유한양행 제약회사


Q. 유한양행에서 릴리로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 이건 좀 이야기가 길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발표할 때도 많이 하는 얘긴데 바로 릴리로 옮긴 것이 아니라 처음에 연구소에서 있다가 거기서 본사로 한번 옮기고 또 본사에서 릴리로 옮겼어요.


연구소에서 제가 했던 일은 신약개발에서 약효와 독성을 파악하는 일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신약개발 물질이 있으면 그 후보물질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보는 거에요 그것을 동물을 통해서 실험을 했고, 예상치 못하게 굉장히 효과가 잘 나왔어요. 그래서 그게 이제 전임상단계를 마치고 임상시험단계로 넘어가려고 하길래 제가 패기 돋게 그 때 당시의 소장님께 ‘아 저 이 물질이랑 같이 임상팀으로 옮기고 싶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단계를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연구소에서 하는 전임상단계가 있고, 임상단계가 있고, 그 다음에 허가랑 보험을 받아야 하는 단계가 크게 있어요. 근데 연구소에서 임상으로 가는 것은 너무 좋은 기회에요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과정을 다 해본 사람이 거의 없어요. 연구소에서 다른 얘기 하고, 임상팀에서 다른 얘기하고, 본사에서 다른 얘기하고 하니까 전혀 얼라인이 안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제 기회가 생겨서 ‘내가 하던 물질이니까 임상시험도 내가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옮겨달라고 요청을 했고, 흔히 있는 일은 아닌데 그 때 당시의 소장님께서 굉장히 파격적이고 열려있는 분이셔서 옮겨주셨어요. 그래서 유한양행 본사에 있는 임상팀으로 옮겨서 그 물질로 임상시험을 했었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만나서 시연이 거짓말처럼 중단됐어요. 그 물질 때문에 옮긴 것이었는데 그게 크게 중단되고 나니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배운 것이 많았죠 ‘아 이게 아무리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잘 나왔어도 또 다른 얘기구나’ 그런 생각도 했었고 또 디모티베이션 즉 동력을 좀 잃었죠.


그리고 나서 바로 그만둔 것은 아니고 임상팀에서 임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등을 한 1 3개월 정도 배우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유학을 가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 할까’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릴리에서 잘 오퍼가 와서 ‘아 그러면 글로벌 제약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자’라고 생각을 하고 옮겼는데 너무 괜찮아서 2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Q. 그럼 글로벌제약회사와의 차이점이 뭔가요?

A : 유한양행은 본사고 지금 제가 다니는 릴리는 지사인데, 장단점이 다 있어요.


다국적 제약회사를 너무 다들 좋게만 생각하고 너무 가고 싶어 해서 나쁜 얘기를 먼저 해주자면, 유한양행을 삼성전자라고 생각하면 되고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소니한국지사라고 생각하면 돼요. 다시 얘기하면 삼성전자든 유한양행이든 본사일 경우에는 모든 결정을 다 제가 내릴 수 있어요. 이 결정을 내가 내려도 되나 싶을 정도의 결정들을 제가 해도 돼요. 그 땐 몰랐고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지사에 와서 보니까 아 정말 그 때 저한테 권한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글로벌제약회사의 장점은 이미 수 십 개의 신약개발을 성공해본 회사니까 그런 물질을 발굴해서 실제로 약을 만들어 내는 그 힘, 원동력, 노하우가 국내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물론 그것을 본사가 아닌 지금 한국 지사에서 본다는 것이 한계가 있겠습니다만 훨씬 더 노하우가 있고 체계도 있고 그렇죠.


그리고 유한양행 본사에서 계속 올라가서 CRM이 되면 본사 개발 회의에 들어가 임상을 할 값어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요. 개발회의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질환 후보 중에서 임상시험을 해서 가능할 만한 것이 뭔지 결정하게 되면 디자인을 CRM이 직접 설계를 해야겠죠.


근데 릴리 지사에 있으면 그 과정까지는 다 되어서 내려와요. 초안이 다 짜여져 내려오고 CDC에게 그쪽 나라 실정에 맞게 의견을 달라고 하지 그 모든 것을 다 설계하지는 않죠.


 

릴리 제약회사


Q. 그럼 현재 어떤 일을 주로 하고 계신가요? 릴리에서는 비슷한 일을 계속 하고 계신건가요.

A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임상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임상팀은 임상팀이 사람을 데려다가 직접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통해서 진행을 해야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병원이랑 계약을 맺고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모집해서 임상시험을 진행해요. 그러면 의사는 자신의 메디컬 차트에 기록을 남겨요. 근데 메디컬 차트가 개인 정보잖아요. 그걸 회사가 가져올 수가 없어요. 불법이에요. 그래서 미리 식약처에 ‘제가 이러한 임상시험을 하니까 환자의 정보를 가져갈게요’라는 승인을 받아요. 그게 허가가 되면 우리 임상시험을 위한 별도의 data capture form을 만들어서 병원에서 보통 간호사나 의사가 여기에 우리 임상시험 정보에 필요한 것만 입력을 해줘요. 그럼 그것을 우리가 가져와서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임상시험 결과로 쓰는 건데 문제는 그것을 잘못 입력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원본과 입력한 데이터가 일치하는 지를 확인해야 해요. 그게 모니터링이고 그것을 하는 사람을 모니터링 요원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CRA라고 해요. CRA가 필요한지 알겠죠? CRA는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그 외에도 병원에 가야 하는 물품 배송, 필요한 문서 전달 이런 것을 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에요.


제일 쉽게 얘기하면은 CRA는 사원이나 대리 즉 가장 밑에 임상시험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에요 왜냐하면 CRA가 모니터를 해가지고 ‘이 데이터는 확실히 맞습니다’ 라고 하는 것부터가 임상시험의 시작이거든요. 회사로 가져와서 그 데이터를 보면서부터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어떤 병원이랑 어떻게 계약을 맺고 얼마나 사이가 좋나가 임상팀이 갖고 있는 실력이에요. CRA 1,2년차인데 그것을 모두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CRA 2,3년 정도 하면 CRM(Clinical Research Manager)이라는 것을 해요. 그러면 모니터링도 하겠지만 모니터링과 함께 그 윗선, 지금 방금 질문해주신 것처럼 어떤 병원이랑 할지, 즉 어떤 병원이랑 하면 더 빨리 할 수 있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지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더 위로 올라 갈수록 그런 전략을 짜게 되는 거고 더 신입이면 신입일수록 외근 나가서 물품전달하고 실제로 데이터가 잘 입력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병원에서 부족한 것 있으면 얘기해주고 이런 것을 하는 것이에요.


저는 CRA의 역할을 유한양행에서 배운 것이고, 거기서 남았다면 CRM이 되고 그러면서 거기서 유한양행이 하는 임상을 설계하고 했겠죠? 근데 한국 릴리에서 잡을 오퍼한 것은 임상뿐만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허가 출시까지에요. 릴리라는 회사는 본사가 미국에 있는데 미국에 연구소에서 글로벌 신약을 개발을 하잖아요. 그러면 전 세계에다가 다 출시를 하고 싶어해요. 미국에만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본도 팔고 중국도 팔고 다 팔고 싶잖아요. 예전에는 미국 FDA만 허가 받으면 웬만한 세계들은 다 팔게 해줬어요. 근데 요즘은 각자 나라에서 ‘안돼. 우리나라 데이터 없으면 안해줘’ 라고 해요. 각자 나라마다 제한이 있어요. 그게 식약처가 하는 일이고요. 근데 미국 본사에 있는 한 사람이 모든 나라한테 다 조사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각 지사를 설치를 해놓고 얘기를 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라면, 그 나라에서 필요한 조건들이 뭔지, 그 나라에서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많이 있는지, 환자는 많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달라는 연락이 와요. 그게 제가 하고 있는 clinical development consultant 라는 역할인데 줄여서 CDC라고 불러요. 그 연락을 받으면 저는 기존에 좋은 관계에 있었던 교수님들을 찾아 뵙고 이런 프로토콜의 초안을 우리나라에서 하려고 하는데 가능한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또 개발팀이랑 연락을 해서 이런 약을 출시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출시를 하려면 허들이 뭔지, 환자는 최소 몇 명이 필요한지 등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에요. 마케팅팀하고도 연락을 하구요. 그래서 모든 정보를 취합을 해서 본사한테 얘기를 해줘요. 우리나라에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유병률이 몇 프로고, 의사는 몇 명이 있고, 환자는 어느 정도 될 것 같고, 임상시험을 몇 건이나 많이 해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환자는 풀이 얼만큼이고, 한국에서 출시를 하려면 몇 명이 필요한지 등등 이런 전달해야 하는 모든 정보들을 주고 그럼 그것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하기로 결정이 되면 제가 이제 병원을 선정하러 다니는 거죠. 지금 물어봤던 질문에 대한 답이죠. 그럼 여기서 몇 명을 하자고 계약을 맺고 그 다음부터는 CRA한테 일을 넘기는 거죠. 그러면 이제 거기서 데이터 입력이 되면 모니터링하고 우리한테 다시 데이터를 달라 이런 식으로요.

 

Q. 현재 하시는 일의 장단점이 무엇인가요?

A  : 출장은 일 년에 2-3차례 정도 가요. 몰릴 때가 있고 6개월 이상 안 갈 때도 있고요. 워라벨(QOL)은 완전 만족해요, 사실 CRA때는 쉽지 않죠. 위에서 일이 내려오면 해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내 시간 조절이 마음대로 안되고, 모든 사람이 임상이 잘 안될 때 전화해서 물어봐요. 그럼 일일이 답변하고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거기에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면 조절이 가능해지고 내 일을 밀도 있게 모으기도 했다가 느슨하게도 했다가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Q. 외근, 야근이 잦은 편인가요?

A : 외근은 엄청 많아요. 그런데 외근이 많은 것을 단점으로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중요한것은 성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성향 상 내근만 계속하는 것은 빡빡하고 오히려 힘들더라고요. 외근을 하면 중간 중간 이동시간도 있고, 바람도 쐬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외근이 많다는 것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는 것인데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있을 수밖에 없죠. 사람 만나는 게 싫으면 임상 쪽 일이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반대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면 어마어마한 장점이 되는 거죠.

 

Q. 회사 내 성비가 어떻게 되나요?

A  : 남자가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저는 임상 쪽에서 남자가 굉장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없는 이유는 오타를 내거나 사소한 실수를 해서 수시로 혼나는 것다음날 새벽까지 회식자리에 참석해야 하는 것중에, 둘 다 초년생이고 사회의 하단에 있을 때 겪어야 하는 허드렛일이라고 봤을 때, 남자는 오히려 후자를 더 나은 선택지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남자분들은 마케팅 쪽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분들은 이런 CRA를 하다가 성공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택해요.

 

Q. 회사 내 나이대가 어떻게 되나요?

A  : 저는 병역특례를 해서 연구소도 하고 이것저것 한 것을 생각했을 때 남자치고는 초고속이고 제일 어려요. 연구소 같은 경우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박사를 하고 입사하거나 중간에 박사를 따로 하고 다시 들어오고 하니까 35~36살도 많아서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임상팀 같은 경우는 31~32살까지도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나이보다는 스토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전적대학도 있고 피트도 했고 이것저것 해서 스토리를 쓸 수 있다면 충분히 나이가 중요하진 않아요.

 

Q. 현대 다니시는 회사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 회사의 분위기는 회사마다 다르고 팀마다 다르지만 임상팀은 비교적 수평적인 편이고 국내 회사보다 외국계 회사가 더 수평적인 편이에요. 저는 지금 릴리의 아시아퍼시픽에 소속되서 일을 하다 보니 홍콩이나 미국 본사랑 회의를 해야 해서 회의 시간이 저녁 아홉시가 되기도 하고 아침 6시가 되기도 해서 출퇴근에 대해 좀 자유로운 편이에요. 저희 회사의 경우는 내가 맡은 일을 완벽하게만 해낸다면 외적인 것으로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아요.

 

Q. 현재 약사님이 계신 릴리 제약회사가 당면한 과제 혹은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신약의 개발기간이 너무 길어요. 그래서 씨앗을 뿌리는 기간이 너무 길어요. 그것을 수확하기까지도 너무 오래 걸려서 어떻게 하면 이것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더불어 전 세계에 수 만 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어서 그 조직의 구조가 직관적이지가 않아요. 제가 처음에 회사에 들어갔을 때 조직에 대해서 설명해주는데 전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어요. 그 조직을 슬림화하고 다이렉트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구조를 개편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성공한다면 좋겠으나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려나가는 부분이 있을 테고 장단이 있겠죠.


 

약사님 견해


Q.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약사님이 생각하는 미래 제약업계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A  : 연구나 임상 모두 기계가 많은 부분을 대체할 거에요. 지금은 사람이 일일이 수행하는 연구를 앞으로는 기계가 전부 로딩하고, 시뮬레이션까지 할 테니까요. 사람들의 숫자는 훨씬 더 줄어들 거에요. 지금은 연구소 출신을 단순 노동자로 일컫지 않지만, 추후에는 연구 자체도 모두 단순노동이 될 거에요. 그 결과를 해석하거나, 세팅하는 사람만 남게 되겠죠. 임상도 마찬가지에요. 기준에 맞는 환자가 병원에 몇 명 정도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모두 빅데이터화 될 거에요. 웹으로 소통 할 수 있으니 굳이 교수님을 만나러 직접 가지 않아도 되겠죠.


결론적으로 4차 산업이 되면 단순직종은 다 사라질 거에요. 연구직은 물론 석사 여부와 관계없이 어디에서든 좋은 직장이 없어질 수 있어요. 살아남는 사람은 그 사이 사이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겠죠. 연구와 임상, 임상과 허가, 허가와 전략을 이을 수 있는 사람 혹은 그러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게 될 거에요. 그러려면 내 커리어를 어떻게 짜야 되는지를 고민해봐야겠죠.

 

Q. 현재 제약업계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고 있나요?

A  : 현재 제약업계에서는 실제로 아미노산을 합성하지 않고도 데이터에 아미노산 서열을 입력하면 알아서 단백질을 만들고, 얼만큼의 효과를 내는 지까지 나와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직접 배지를 만들고 키우고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거든요. 혁명이라면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약사님의 또 다른 꿈

Q. 제약업계에 종사하시면서 중간 중간에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 저는 한다면 박사나 MBA를 생각했었어요. 이쪽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학위는 필요하겠더라고요. 사실 원래 많은 사람들이 제게 하는 질문이 있어요. 임상 다음은 마케팅이니까 마케팅부서로 옮기실 의향이 있냐고요. 저도 요새 이 부분이 고민이에요. 임상파트의 specialist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볼지요. 그래서 박사도 고민하고 MBA도 생각하고 있어요.

 

Q. 약사님의 최종 목표나 꿈이 있다면 혹시 무엇인가요?

A : 개인적인 꿈은 로펌의 주인공이 변호사이듯, 제약회사의 주인공이 약사가 되는 것이에요. 제약회사를 가고 싶어서 약대에 입학을 하는 그런 세상이 오는 꿈을 꾸고 있고, 많은 사람들을 제약 산업으로 초대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후배들을 위한 조언

Q. CRA를 꿈꾸는 학생들이 학부시절에 경험하면 좋을 것 같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스토리를 쓰기 나름이지 않을까요? 제가 임상에만 국한해서 말씀드리자면 개인의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 저 같은 케이스를 밟을 순 없고... 제가 갖고 있는 스토리는 굉장히 명확해요. 신약개발의 전체를 다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의 첫 물질부터 출시해서 전 세계에 판매한 사례가 흔치 않잖아요. 저는 지금 몸소 대학원 실험실부터 연구소도 다녔고 국내 임상팀에도 있었고 글로벌 릴리에도 있었으니까 저는 이런 부분에 특장점이 있고, 제가 이 분야에서 5년을 한 사람보다는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과정을 5년 이상 본 사람으로서 훨씬 더 미래를 봤을 때 포텐셜이 있다는 것이 제 스토리에요. 근데 이건 제 스토리에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먼저 초점을 맞추고, 그게 만약 임상이라면 임상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싶은지도 계획을 세워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진짜 임상파트를 파고 싶다면 대학원 보다는 CRO인턴쉽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턴과 CRO체험을 하면서 2-3년 정도 바짝 고생을 한 다음 회사에서 CRA를 하는 것을 추천해요. 거의 모든 제약회사와 일을 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과정의 임상을 볼 수 있거든요. 2-3년 안에 여러 가지 접시를 닦아보는 거죠. 한식 접시도 닦고 이탈리아 접시도 닦고 모든 것을 다 보고 나서 그리고 나서는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어마어마 해지는 거죠. MSL도 할 수 있고 제약회사 본사로 옮길 수도, 국내 제약회사로, 외국계제약회사로 갈 수도 있고, 저처럼 연구를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임상약학 이런 것도 있으니까요.

 

Q. CRA 에 적합한 성격이나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학생이 CRA에 지원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 CRA로 대성하려면 사실 되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제가 만약 CRA를 뽑는 면접을 본다면 꼼꼼하고 진중하고 차분한 그리고 전체 맥락을 잘 캐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할 것 같아요. 논문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그 논문들이 어떻게 쓰여지는 지도 알아야 하고, 교수님이 어떻게, 왜 외래를 보는지도 알아야 하고, 임상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아야 하고, 교수님이 임상에서 관심 있으신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많이 갖고 이런 부분들을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캐치할 수 있으면 CRA에서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고 성공가능성이 높아요.


CRA는 개발팀도 만나야 하고 연구소하고도 얘기해야 하고 의사하고도 얘기해야 해요. 이런 사람들은 우리가 약대를 졸업하고 바로 CRA로 갔다는 전제하에 초년생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의 지위를 갖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특히 대학 5대 병원에 있는 의대 교수님들은 연구부분에서 굉장히 뛰어나신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아주 깊은 질문들을 해요. 한 두 마디만 해봐도 얘가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는지 바로 나와요.

 

Q. 임상팀을 가고 싶은 사람은 대학원을 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될까요?

A : 그렇죠. 연구소는 석사가 필수고, 임상팀은 석사가 필수인 건 아니지만 임상팀에서도 당연히 경력자를 선호할 테니까요. 임상 경력이 없어도, 연구 경험이 있거나 논문을 써봤다면 그러한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겠죠. 임상도 결국 연구에 대한 자료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요새는 단순한 기술자보다 다양한 장점을 갖춘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약사님께서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가장 힘든 시기가 있으셨다면 언제였나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 CRA를 할 때 허드렛일이라는 것이 이거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제가 많은 CRA를 하려는 분들에게 얘기를 하는데, 예를 들어 꿈이 셰프인 경우 아무리 대단한 학교를 나오고 유학을 했어도 처음에는 접시 닦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에요. 이러한 과정들이 있어야 배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약사나 약대생들로부터 약사로서의 장점이 무엇이 있나요? 약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이런 질문들을 빠지지 않고 많이 들어서 매우 안타까워요. 이런 쪽으로 많이 생각하다 보면 적응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사실 매 단계가 힘들었어요. 학생회장 할 때도 힘들었고, 대학원에 붙으냐 마냐 하는 순간도 힘들었죠. 인생의 5년 설계가 바뀔 수 있는 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힘든 점을 일일이 꼽는 것 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힘든 과정을 헤쳐 나갔는지 말하고 싶어요. 대학교 시험은 수능처럼 1등과 2등을 가르는 게 아니잖아요. 10등으로 A를 맞은 것과 1등으로 A를 맞은 것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그러니 올인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걸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있었어요. 모든 부분을 떨어지지는 않게 만드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학생회장 이력 때문에 대학원 진학의 난관에 부딪혔을 때도, 학점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게 큰 도움이 되었고요. 나중에 약국을 하게 될 사람이고, 학점이 필요 없다고 해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는 것을 권해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산업으로 유입되는 사람의 유형을 한 세가지 정도로 분리해요. 첫 번째가 선구자에요.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아무도 안 가는 분야에 도전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에요. 굳이 약국으로 가지 않고 제약회사로 가서 임원이 된 약사 선배들도 선구자에요. 그 곳은 가기만 하면 비교적 쉬워요. 빌게이츠가 지금 태어났다면 이미 컴퓨터가 있어서 컴퓨터를 만들지 못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잖아요. 1세대가 선구자라면 2세대가 fast leader형이에요. 유망한 산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죠. 예를 들면 카카오 같은, 유망한 IT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람들이에요. 세 번째는 안정적인 선택형이에요. 우리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60살까지와 은퇴 후 계획까지 세우고 싶어서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해요. 대부분의 약대생들이 3번을 꿈꾸고 들어왔을 거에요. 실제로 부모님과 이 세대가 원하는 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제약산업이 2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약회사에 들어오는 것이 선구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제약업계는 현재 굉장히 유망하고 분명히 성장할거에요. 그래서 여기에 와서 본인이 조금만 갈고 닦으면 산업과 함께 같이 성장하게 될 거에요. 또 회사의 임원이 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서 사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파생 되는 일들도 훨씬 더 많고 재미있어 질거에요. 산업과 사람이 같이 성장하게 되니까 너무 좋은 기회라서 후배님들께 얘기해주고 싶어서 제가 이런 인터뷰도 하고 따로 자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제약 산업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거든요. 제약 산업이 이름이 제약회사이다 보니까 약사가 많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로는 연구소는 한 20%정도고 임상팀은 3~40%정도 되요. 저는 후배님들이 많이 들어와서 제약회사가 약사가 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약회사 들어가기 어렵다는 편견도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면접도 봐야 하고 영어시험, 자기소개서도 준비해야 해서 다른 진로보다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있지만 회사에 지원하는 일반적인 과 학생들이 하는 정도의 노력을 하면 더 큰 효과와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KNAPS 문서국 박지현 (덕성 14), 윤희성(계명 16), 한수경(원광 14), 강민지(이화 16)

 

‘Talk with Pharmacists’는 KNAPS 문서국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임상우 약사님의 동의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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